우리나라 곡물자급률, 이대로 괜찮은가

곡물자급률 20%·옥수수 0.7%·밀 0.5%에 불과

“한국, OECD 중 자급률 가장 낮아도 수입 안 멈춰”

  • 입력 2022.05.01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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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곡물 수입국인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이다. 쌀을 제외한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은 처참한 수준인데, 주요 곡물 중 두류가 7.5%, 옥수수 0.7%, 밀은 고작 0.5%에 불과하다(통계청, 한국의 SDGs 이행보고서 2022). 농촌진흥청(청장 박병홍)에 따르면 밀의 연간 소비량은 320만톤으로, 쌀 소비량(360만톤)을 따라잡고 있지만 정작 자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곡물자급률은 120.1%, 캐나다는 192%, 중국은 91.1%이다. 20%에 불과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과 대조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 가격은 최근 전쟁을 계기로 더욱 폭등세를 달리고 있다. 세계 1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연평균 3,770만톤)는 전쟁 이후 유라시아경제연합국에 밀·보리·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고, 우크라이나도 수출 허가 및 수출물량 할당제 대상 품목에 밀 등을 새로 추가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주 수입국은 아니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연평균 밀 62만톤, 옥수수 59만톤, 해바라기유 1만톤을 수입해왔다. 러시아로부터는 연평균 밀 11만톤, 옥수수 34만톤, 대두 1만톤을 수입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141.4포인트) 대비 12.6% 상승한 159.3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최고치를 찍었던 2월보다도 높은 수치다. FA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3년까지 높은 국제곡물가격을 유지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급격히 감소함과 동시에 각 정부가 국내 공급 보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미국·아르헨티나 및 기타 국가에서도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매체들은 연일 ‘식품가격이 부담스럽다’거나 ‘밥상물가가 가중됐다’는 식으로 소비자물가 중심의 보도만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곡물자급률에 대한 문제의식과 식량주권, 농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식량이란 것이, 있을 때는 중요한 걸 잘 모르지만 전쟁 상황에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두 나라 간의 전쟁인데 우리나라 밀가루값이 30%나 폭등했고 밀과 관련된 제품들의 가격이 다 오르고 있다”며 “그런데 유일하게 곡물자급률을 지키고 있는 쌀 가격은 대폭 떨어지고 있다. 쌀을 중요시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하다. 국가가 CPTPP 등으로 밀처럼 쌀도 개방하려고 한다. 곡물자급률이 19%까지 떨어진 심각한 상황에서 쌀까지 양보할 순 없다”고 일축했다.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식량이 핵보다 무서운 무기가 되고 있다. 전쟁으로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수입산 가격이 오르니까 언론에선 농산물 핑계를 대며 밥상물가 상승의 원인만을 찾고 있다. 식량주권을 바로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한데도 이런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더이상 공산품만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닌데 관료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 같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데도 수입을 거듭해왔고 그 결과 곡물자급률이 20%선조차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신흥선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식량을 완전히 자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농민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지가 있어야 한다. 농지의 60%를 비농민·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는 농촌이 무너진 것이며 사회정의가 무너진 것이다. 가격결정권을 농민이 갖지 못하는 문제와 농지소유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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