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직불제, 선택형직불제 채워야 완성된다

현장 농민의 다양한 활동 고무·지지 … 공익 고민하는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관건

  • 입력 2022.04.1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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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30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공익형직불제 정책연구 최종보고회 및 공개토론회’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제공
2020년 11월 30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공익형직불제 정책연구 최종보고회 및 공개토론회’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제공

미완성 상태인 공익직불제는 선택형직불제의 내용을 대대적으로 채워야 완성된다. 직불제 내용을 채우고 농민이 ‘공익증진 활동’을 잘 하나 못 하나를 감시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의 공익 증진 주체인 농민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이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행 선택형직불제는 친환경농업·친환경축산·경관보전·논활용 직불제로 구성된다. 새로운 내용은 없다. 기존에 존재하던 직불제를 끌어다 모아 선택형직불제라고 부를 뿐이다. 끌어다 모은 직불제의 한계도 여전하다. 친환경농업직불제는 여전히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기반이라 개별 인증농가를 직불금 지급대상으로 삼을 뿐, 공동체 단위의 공익활동은 유도하기 힘들다. 지급대상 농가의 경작면적 제한규정(0.1~5ha)도 친환경농업의 공익기능 증진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관보전직불제의 경우 전국 공통으로 유사한 작물을 심게 하고, 일률적 조건에 부합하게 하면서 각 지역 특성과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경관조성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국고 50%, 지방비 50%로 구성된 예산체계라 지자체 연계(매칭)는 지자체의 관심과 의지에 따라 좌우되다 보니, 경관보전직불제 신청지역도 적고 사업비 집행 실적도 저조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공익직불제 예산 중 선택형직불금 지급비중이 극히 낮다는 점도 한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공익직불제 지급액 2조3,564억원 중 기본형직불금 지급액은 2조2,769억원(96.6%)인 반면, 선택형직불금 지급액은 795억원으로 전체 공익직불 예산의 3.4%에 그쳤다.

선택형직불제의 한계 극복을 위한 논의는 없었던 게 아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는 2020년 충남연구원에 선택형직불제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해, 그해 12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선택형 직불 확대방안(확대방안)’을 내놓았다. 충남연구원은 2016~2018년 충남도가 농업직불제 개선방안과 연계지어 보령·청양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의 구성·진행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확대방안의 핵심내용은 새로이 제안된 ‘공익증진 직불’과 ‘중점지역 직불’이다. 공익증진 직불은 공익증진 개인·단체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공익증진 개인 프로그램은 개인이 프로그램(토종씨앗 재배·채종, 작물 다양화, 논 휴경, 둠벙 조성·관리 등)을 선택해 실천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내용이며, 공익증진 단체 프로그램은 개인만의 힘으론 실현이 어려운 공익의 실현을 위해 단체 단위에서 벌이는 공동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중점지역 직불은 지역 단위 공익기능 관리 프로그램으로, 농촌 공익기능과 관련해 지역 내 부정적 영향을 끼칠 내용을 개선(중점지역 관리 프로그램) 또는 잘 유지되는 공익기능을 더더욱 강화(중점지역 보전 프로그램)하는 내용이다. 중점지역 관리 프로그램의 예시론 농약·화학비료 사용 감축 등을 통한 지하수 보전 프로그램 및 축산밀집지역의 마을환경 개선 프로그램 등이 거론됐고, 중점지역 보전 프로그램의 예시론 다랑논 보전 프로그램, 농어업유산 보전 프로그램 등이 거론됐다.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서 확대방안 마련 과정에 참여했던 김기흥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한국유기농업연구소 부소장은 “중앙정부는 농민의 공익 증진활동 이행 여부를 전부 점검할 수 있다고 여기며 공익직불제를 진행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는 농민을 신뢰하지 못하고 ‘규제대상’으로 여기는 문제가 있었고, 정작 실제로 공익을 실현함에도 소외되는 농민들도 있었다. 현장의 공익기능 실현 여부는 현장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며 “확대방안 논의 시 ‘지역주민들의 주체적 참여 증진’과 ‘공익을 고민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선택형직불제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공익증진 단체 프로그램 및 중점지역 직불 프로그램엔 공통적으로 농민뿐 아니라 도시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전문가, 기타 지역 문제에 관심 있는 제3자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부소장은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었다.

“지역에서 논생물다양성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이 프로그램엔 농민뿐 아니라 논생태에 관심 있는 지역주민, 외부 시민단체,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도 참가할 수 있다. 시민들은 논생물 조사 등 다양한 활동으로 논의 공익적 기능을 체험할 뿐 아니라, 이 농지에서 농민이 공익 실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공익증진·이행점검 프로그램을 채워야 한다. 이행점검은 농민 감시 목적보다는 공익증진 과정에서 농민이 겪는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주민들의 활동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어려운 점을 메꿔주는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농특위에서 이상과 같은 선택형직불제 구체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선택형직불제는 미완성 상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월 선택형직불제와 관련해 농특위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택형직불제는 국민 모두 공감하는 공익성을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논의 중”이라며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연구용역 등을 통해 협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김 부소장은 “2020년 선택형직불제 관련 논의에 참여했던 입장에서, 여전히 공익직불제의 ‘공익’이 무엇이냐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 등 공익직불제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현장 농민의 주체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이 활동을 규제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고무·지지할 수 있는 선택형직불제의 실시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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