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현수 농정, 그 지독한 말년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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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3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의 한 양파밭에서 열린 ‘양파 최저생산비(1kg 700원) 보장을 위한 2022년 전국양파생산자대회’에서 사단법인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이 트랙터로 겨우내 키운 양파를 갈아엎는 모습을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3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의 한 양파밭에서 열린 ‘양파 최저생산비(1kg 700원) 보장을 위한 2022년 전국양파생산자대회’에서 사단법인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이 트랙터로 겨우내 키운 양파를 갈아엎는 모습을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박근혜씨의 농업정책은 관념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살농’ 그 자체였다. 이어, 또다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결과는 암담하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설치됐지만 내내 농식품부 관료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고, 박근혜농정의 핵심 관료였던 김현수 장관이 모든 농정을 진두지휘했다.

모처럼 세워진 개혁 성향의 정부에서 어느 때보다도 거센 바람을 탔던 농산물 도매시장 개혁은 결국 좌초해버렸다. 농협 개혁 역시 반쪽이라 평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며 스마트팜과 태양광발전이라는 상반된 가치의 두 자본이 합심해서 농촌을 잠식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적 상황에서도 농민들은 끝내 재난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FTA의 파고에 탈진한 농민들에게 RCEP을 선사했고 다시 CPTPP라는 후속 폭탄을 준비 중이다.

이쯤만 해도 충분히 착잡한데, 대통령 임기 말년에 이르자 농정은 마침내 농민들로부터 완전히 시선을 돌려버렸다. 양파 수급대책은 현장의 실정을 외면했고, 쌀값 지지를 위해 고안한 쌀 시장격리제는 아예 물가안정의 도구로 전락해 농민들을 억압하고 있다. 농가에 대한 가축방역 책임 전가는 기존보다도 더욱 강화됐으며 그 와중에 낙농가를 보호해주던 견고한 제도적 방패가 다름아닌 농식품부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특히나 민심을 얻는 일이 중요한 대통령 선거 기간이라면, 세상 어떤 분야도 이처럼 정부 정책으로부터 노골적인 차별과 탄압을 받는 경우는 없다. 대선 기간에 이르러 한층 가혹해진 농정은 정치와 사회로부터 소외된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암담한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실정이 이만큼 눈에 띈다면 적어도 야당 대선 후보들의 차별적 대안과 공약이 등장해야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유의미한 내용을 만나기 힘들다. 또다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한 유력 야당 후보의 농정공약이 가장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해 보이는 건 참 얄궂은 현실이다.

2022년 3월 현재, 쌀값을 보호하는 제도장치는 빈껍데기가 돼버렸고 양파는 뻔히 보이는 폭락의 늪으로 한 발 한 발 빠져들고 있다. 축산농가엔 또 하나의 족쇄가 추가되려 하며 그나마 상황이 나아 보였던 낙농도 가격 하향조정의 압박에 신음하고 있다. 농촌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장관은 지금의 실망스런 농정을 주도했다. 대통령은 그런 장관을 2년 6개월 동안이나 중용했을 뿐만 아니라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장관도, 대통령도 여기에 책임을 지진 않는다. 임기가 끝난 후에 조용히 물러날 뿐이다. 후임 대통령을 겨루는 후보들은 농업에 관심이 없다. 적어도 지금의 농정을 직시하고 문제를 지적할 줄 아는 유력 후보는 단 하나도 없다. 전국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농민들의 투쟁은, 이 지독한 핍박과 소외에 대항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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