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공매 최저가 입찰’에 분노한 농민들, 국회 앞에 톤백 쌓다

5개 농민단체들, 지난달 25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서 ‘전국농민대회’ 개최
양곡관리법 개정·공공비축미 방식 시장격리·잔여 물량 즉시 격리 등 촉구

  • 입력 2022.03.06 18:00
  • 수정 2022.03.06 20:2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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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2021년산 쌀 시장격리 역공매방식 최저가 입찰 대규모 유찰사태에 따른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국회 앞 도로 안전지대에 톤백 200여개를 쌓은 뒤 역공매 최저가 입찰 등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매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2021년산 쌀 시장격리 역공매방식 최저가 입찰 대규모 유찰사태에 따른 전국농민대회’에서 5개 농민단체 소속 농민들이 국회 앞 도로 안전지대에 나락이 담긴 톤백 200여개를 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가 시행한 쌀 시장격리 조치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9일 이후 두 번째 집회를 열기 위해 다시 한 번 아스팔트 위에 섰다.

앞서 농민들은 지난 시장격리 조치 결과 당초 계획된 20만톤에 미치지 못 하는 14만5,280톤이 평균 6만3,763원(벼 40kg)에 낙찰되자 이번 결과를 쌀 수급안정대책 실패로 규정하고 지난달 14일 농식품부 앞에서 정부에 쌀 시장격리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5개 농민단체는 지난달 25일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대형 포대(800kg)로 나락 200여포를 쌓아놓고 2021년산 쌀 역공매 방식 시장격리 결과를 규탄하는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들 단체 대표들은 사전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양곡수급안정위원회’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무릎으로 격파하는 상징의식을 통해 양곡수급안정위원회 위원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양곡수급안정위원회는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공익직불제가 도입됨에 따라, 쌀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정부는 임기 마지막까지 농민을 홀대하고 있다”며 “쌀 시장격리제는 정부와 농협이 만든 꼼수로 농협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쌀 시장격리 과정에서 쌀값 안정은커녕 가공·유통업자만 배를 불리는 농업 말살 정책을 펼쳐서 쌀 생산 기반 무너뜨리는 독선으로 농민을 길들였다”고 질타했다.

이어서 농민단체들의 규탄발언이 쏟아졌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정부 수매를 통해 농민들의 쌀값을 보호해왔고, WTO 등 개방농정으로 농민들의 숨통을 조여왔을 때도 변동직불금 등으로 최소한의 생산비는 보장됐다”면서 “하지만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을 하겠다더니 적폐만도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영동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최소한의 가격을 보장하던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더니 최저가입찰로 농민 스스로 쌀값을 저가에 쓰게 만든 정책을 만든 게 문재인정부”라면서 “관료들을 갈아엎지 않으면 대통령이 바뀌어도 안 바뀐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모든 농업계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가 돼야 한다”며 농민단체 간 연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2021년산 쌀 시장격리 역공매방식 최저가 입찰 대규모 유찰사태에 따른 전국농민대회'에서 5개 농민단체 소속 농민들이 정부의 역공매 최저가 입찰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2021년산 쌀 시장격리 역공매방식 최저가 입찰 대규모 유찰사태에 따른 전국농민대회'에서 5개 농민단체 소속 농민들이 정부의 역공매 최저가 입찰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장수용 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장은 “우리는 쌀값을 폭등수준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공공비축 형태로 매입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수확기가 지났다며 최저가입찰만 고집했다”며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격리를 하는 건데, 시장격리를 했음에도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는 역공매 최저가입찰 방식의 잘못된 시장격리 운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정부 정책이 농민을 살리는 방식이 아닌 죽이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되고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도 “지금은 저 고위관료들이 우리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지만, 우리 목소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자”며 농민단체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고창건 전농 사무총장과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정부가 10월 15일까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 및 공표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무시하고 이듬해 1월이 돼서야 시장격리를 공표해 법의 의도와 규정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곡 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에 관한 규정’에서 시장격리를 위한 쌀을 매입할 때 그 절차는 공공비축미 매입 절차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또한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 대표들은 발언을 마치고 정부를 규탄하는 상징의식으로 삭발식과 화형식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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