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농업 위한 ‘국가책임 농정’이 필요하다

  • 입력 2022.02.1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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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해 무경운 농법으로 쌀을 재배한 뒤 볏짚을 남겨 놓은 전남 곡성군 옥과면의 한 논에서 지난 8일 김현인(오른쪽)씨와 조해석씨가 논에서 자란 풀을 보며 대안농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무경운 농법으로 쌀을 재배한 뒤 볏짚을 남겨 놓은 전남 곡성군 옥과면의 한 논에서 지난 8일 김현인(오른쪽)씨와 조해석씨가 논에서 자란 풀을 보며 대안농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개방형 영상서비스 플랫폼(OTT)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이 최근 시민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농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주제다. 큰 틀에선 농약·화학비료 사용 감축, 무경운 농법, 단일작물이 아닌 다양한 작물의 재배로 땅의 건강성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영화엔 미국의 과거 사례가 나온다. 미국은 20세기 초반부터 단작·경운을 통한 생산량 증대 중심 농정을 추진했다. 과거 비옥했던 미국 중서부 평원에선 대대적 경운 작업으로 토양이 파헤쳐지면서 그 건강성을 잃었다.

토양 침식은 힘이 약해진 토양이 허물어지는 현상이다. 미국이 대공황을 앓던 1930년대 초반, 미국 중서부지역엔 거대한 먼지폭풍(Dust Bowl)이 발생했다. 이 먼지폭풍으로 인해 1934년 말까지 약 80만㎢(대한민국 면적의 약 8배)의 경지가 손상돼 흙먼지로 뒤덮인 ‘황진(黃塵)지대’가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토양파괴 현상을 목격하며 미국의 토양을 지키기 위해 농무부 산하에 ‘토양보호청’을 설립했다. 토양보호청은 이후 ‘자연자원보호청’으로 이름을 바꿔 경운 감축 등 토양보호 노력을 기울였다. ‘토양보전’을 목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새 정부기관을 세운 것이다.

<대지에 입맞춤을>의 사례와 별개로, 이번엔 우리에게 익숙한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쿠바 사례다. 1959년 혁명 이후 쿠바는 사회주의의 길을 선택했다. 쿠바는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국제분업 체계(각국이 1~2가지씩 생산을 분담해 다른 사회주의 우방들과 생산물을 공유하는 사회주의권 자체의 무역체계)’에 가담했다. 쿠바 농민들은 분업체계 하에서 사탕수수·감귤 등 극히 일부 작물만 열심히 생산해 여타 사회주의 국가들에 비싸게 팔면 됐고, 소련으로부터 싼값에 석유 및 농자재, 생필품을 수입해 활용하면 됐다. 쿠바의 농장들은 사탕수수만 재배하는 농장들로 가득 찼다.

1990년대 초반 소련 등 동구권 사회주의 체제가 해체되면서 국제분업 체계도 해체됐다. 쿠바는 사탕수수를 팔 곳을 잃었다. 미국은 대(對)쿠바 경제제재를 강화했다. 30년간 이뤄진 전체 농지의 단작화로 농지는 황폐화됐다.

쿠바의 유기농업 실험은 바로 그때 시작됐다. 눈여겨볼 점은, 쿠바의 농업정책은 이때부터 철저히 현장밀착형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의 유기농업 관련 연구는 연구소의 실험용 밭에서만이 아니라 농가의 밭에서도 이뤄진다. 신기술 도입 시엔 반드시 현장 농민과 상담하면서 진행한다. 농민-연구자 합작연구로 쿠바는 세계 최초로 개미를 활용한 해충 방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농업기술은 신규농업 기술 보급원들이 전국 각지를 누비며 농민들에게 알린다(참고자료 : 요시다 타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자본주의 국가의 상징 미국과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 쿠바. 두 나라는 생존의 위기에 맞닥뜨려 ‘대안농정’을 국가 주도하에 추진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안농업 방안으로서 ‘땅살리기’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도치 않게 공통점을 형성했다. 탄소중립을 표방하는 우리나라 농정당국은 땅살리기를 위해, 땅을 살리려는 농민들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적어도 아직까지, 농민들이 보기에 농민이 생각하는 대안농업과 농정당국이 생각하는 대안농업 간엔 하늘과 땅만큼의 간격이 벌어져 있다. 이 간격을 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현장에서 대안을 찾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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