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전망 2022-농업·농가경제 전망] 감소, 또 감소 … 농업의 ‘전망할 미래’가 있을까?

  • 입력 2022.01.2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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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농업전망 2022’에서 정민국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이 올해 농업 현황과 농가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지난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농업전망 2022’에서 정민국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이 올해 농업 현황과 농가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농업·농촌과 관련해 늘어야 할 지표는 감소했고 줄어야 할 지표는 늘었다. 이 추세가 계속될 시 과연 우리 농업에 ‘전망할 미래’는 존재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 지난 19~20일 ‘제25회 농업전망’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정민국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이 발표한 올해 농업 현황과 농가경제 전망은 어둑어둑했다. 전반적인 농업·농촌 관련 지표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농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경지면적부터 감소 일로를 걷고 있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 경지면적을 전년 대비 0.8% 감소한 155만3,000ha로 추정했는데, 올해는 전년보다도 0.9% 줄어든 153만9,000ha로 전망했다. 중장기 전망은 더 어둡다. 경지면적은 건물 건축 등 농지 전용 수요의 증가로 2026년 149만6,000ha, 2031년 146만5,000ha로 계속 감소하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농가인구 감소 추세도 계속된다는 전망이다. 2001년 약 393만명이었던 농가인구는 연평균 약 2.8%(지난해는 전년 대비 1.7% 감소)씩 줄어 지난해 농가인구는 약 228만명으로 추정된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1.4%씩 농가인구가 감소하리라 예측하며 2031년 농가인구를 197만명으로 예상했다. 2030년대 들어 농가인구 200만명 선이 무너지는 셈이다.

올해 농업생산액의 경우 전년 대비 3.2% 감소한 52조2,930억원(지난해 54조420억원으로 추정)으로 전망된다. 재배업(식량작물 생산)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30조3,760억원, 축잠업은 6.6% 감소한 21조9,170억원을 기록하리라는 게 정 센터장의 분석이다.

쌀 생산액은 전년도와 비슷한 10조4,720억원으로 예측되나, 채소의 경우 무 재배면적 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소, 양념 채소류 생산성 회복 및 가격하락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한 11조4,350억원을, 과실류는 사과·포도·복숭아 등 주요 품목의 생산성 회복과 가격하락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한 4조7,770억원을 기록하리라 전망됐다. 축잠업의 생산액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육우와 돼지 생산액은 도축량 증가에 따른 공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해, 두 분야 모두 전년 대비 6.6% 감소(한육우 6조1,757억원, 돼지 7조5,345억원)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으로 비료비·농약비·사료비 등 중간재 비용은 계속 증가하리라는 소식도 농민들을 시름겹게 한다. 지난해에도 국제유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농업구입가격지수(농자재 및 인건비 등 농사를 위해 필요한 비용에 관한 지수)가 전년 대비 6.7% 늘어난 112.4(2015년 농업구입가격지수를 100으로 상정할 시 6년간 12.4 상승)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원자재비 상승으로 가축구입비를 제외한 농업용품 대다수의 가격 상승이 농업가격지수를 전년 대비 1.5% 상승한 114.1로 높이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농가소득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4,671억원(2021년 4,697억원)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농업소득, 즉 농사지어 거두는 소득이 전년 대비 6.9% 감소되리라는 전망이 우려스럽다. 0.6%의 농가소득 감소 폭도 농외소득 및 이전소득(공익직불금 등)의 증가로 겨우 좁힌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농가소득이 연평균 1.8%씩 증가해 2031년 5,637만원을 기록하리라는 게 농경연의 전망이지만, 이는 영농 ‘규모화’를 전제로 한 전망이라 향후 농정 과제인 ‘중소농 육성’ 중심 관점으로 보면 긍정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결과다. 또한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2031년까지 정체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70%에 달하는 농업경영비 비중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경영비 압력은 10년 내내 계속되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농업생산액 하락과 중간재 비용의 증가가 맞물려, 농업부문 부가가치는 전년 대비 5.5% 감소한 30조920억원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축산업 분야의 경우 가축구입가격이 9.6% 하락하나 생산액 감소폭이 매우 커서 부가가치가 전년 대비 18.8% 격감한 6조2,480억원을 기록하리라 예측된다. 중장기적인 농업부문 부가가치는 연평균 0.4% 증가해 2031년엔 33조50억원을 기록하리라는 게 농경연의 관측이다.

1996~2031년 농업소득 및 농업경영비 비중 전망. 자료: 통계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 농업 시뮬레이션 모델(KASMO)’, ‘농업전망 2022’ 자료집
1996~2031년 농업소득 및 농업경영비 비중 전망. 자료: 통계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 농업 시뮬레이션 모델(KASMO)’, ‘농업전망 2022’ 자료집

“아기 울음소리 끊긴 농촌 … 이대로는 지속 불가”

전반적 농업지표가 악화됐는데 현장 농민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다.

농가경제 전망 발표 뒤 진행된 신년 좌담회에 참석한 조병옥 경남 함안 숲안마을 이장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공익직불제 도입 등 이런저런 성과도 없진 않았다고 보나, 전반적으로 농업·농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는 이번에 발표된 농가경제 전망 수치가 대변한다. 특히 농가소득이 저 정도밖에 안 오른 건 큰 문제다. ‘농가소득 5,000만원’을 농정당국에서 외쳐왔건만 여전히 (4,600억원대 수준으로) 정체된 상황이다”고 쓴소리했다.

조 이장은 현재의 농업 관련 4대 위기인 기후위기, 감염병 위기, 지역소멸(지역양극화) 위기, 먹거리 위기 타개를 위해 △FTA, RCEP, CPTPP 등 자유무역협정 체계에 대한 전반적 재평가 △공익직불제 손질 및 영역과 예산의 확대 △농촌 청년농민 육성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조 이장은 청년농 육성과 관련해 “현재 농촌은 아기 울음소리가 끊겼다. 내가 사는 면(함안군 산인면) 인구가 약 4,500여명인데, 농민 중 나보다 젊은 사람이 올해 50세인 사람 한 명이다. 이대로 가면 농촌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청년농민의 농촌 유입에 대한 고민을 폭넓게 진행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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