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업·농촌과 관련해 늘어야 할 지표는 감소했고 줄어야 할 지표는 늘었다. 이 추세가 계속될 시 과연 우리 농업에 ‘전망할 미래’는 존재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 지난 19~20일 ‘제25회 농업전망’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정민국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이 발표한 올해 농업 현황과 농가경제 전망은 어둑어둑했다. 전반적인 농업·농촌 관련 지표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농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경지면적부터 감소 일로를 걷고 있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 경지면적을 전년 대비 0.8% 감소한 155만3,000ha로 추정했는데, 올해는 전년보다도 0.9% 줄어든 153만9,000ha로 전망했다. 중장기 전망은 더 어둡다. 경지면적은 건물 건축 등 농지 전용 수요의 증가로 2026년 149만6,000ha, 2031년 146만5,000ha로 계속 감소하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농가인구 감소 추세도 계속된다는 전망이다. 2001년 약 393만명이었던 농가인구는 연평균 약 2.8%(지난해는 전년 대비 1.7% 감소)씩 줄어 지난해 농가인구는 약 228만명으로 추정된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1.4%씩 농가인구가 감소하리라 예측하며 2031년 농가인구를 197만명으로 예상했다. 2030년대 들어 농가인구 200만명 선이 무너지는 셈이다.
올해 농업생산액의 경우 전년 대비 3.2% 감소한 52조2,930억원(지난해 54조420억원으로 추정)으로 전망된다. 재배업(식량작물 생산)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30조3,760억원, 축잠업은 6.6% 감소한 21조9,170억원을 기록하리라는 게 정 센터장의 분석이다.
쌀 생산액은 전년도와 비슷한 10조4,720억원으로 예측되나, 채소의 경우 무 재배면적 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소, 양념 채소류 생산성 회복 및 가격하락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한 11조4,350억원을, 과실류는 사과·포도·복숭아 등 주요 품목의 생산성 회복과 가격하락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한 4조7,770억원을 기록하리라 전망됐다. 축잠업의 생산액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육우와 돼지 생산액은 도축량 증가에 따른 공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해, 두 분야 모두 전년 대비 6.6% 감소(한육우 6조1,757억원, 돼지 7조5,345억원)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으로 비료비·농약비·사료비 등 중간재 비용은 계속 증가하리라는 소식도 농민들을 시름겹게 한다. 지난해에도 국제유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농업구입가격지수(농자재 및 인건비 등 농사를 위해 필요한 비용에 관한 지수)가 전년 대비 6.7% 늘어난 112.4(2015년 농업구입가격지수를 100으로 상정할 시 6년간 12.4 상승)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원자재비 상승으로 가축구입비를 제외한 농업용품 대다수의 가격 상승이 농업가격지수를 전년 대비 1.5% 상승한 114.1로 높이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농가소득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4,671억원(2021년 4,697억원)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농업소득, 즉 농사지어 거두는 소득이 전년 대비 6.9% 감소되리라는 전망이 우려스럽다. 0.6%의 농가소득 감소 폭도 농외소득 및 이전소득(공익직불금 등)의 증가로 겨우 좁힌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농가소득이 연평균 1.8%씩 증가해 2031년 5,637만원을 기록하리라는 게 농경연의 전망이지만, 이는 영농 ‘규모화’를 전제로 한 전망이라 향후 농정 과제인 ‘중소농 육성’ 중심 관점으로 보면 긍정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결과다. 또한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2031년까지 정체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70%에 달하는 농업경영비 비중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경영비 압력은 10년 내내 계속되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농업생산액 하락과 중간재 비용의 증가가 맞물려, 농업부문 부가가치는 전년 대비 5.5% 감소한 30조920억원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축산업 분야의 경우 가축구입가격이 9.6% 하락하나 생산액 감소폭이 매우 커서 부가가치가 전년 대비 18.8% 격감한 6조2,480억원을 기록하리라 예측된다. 중장기적인 농업부문 부가가치는 연평균 0.4% 증가해 2031년엔 33조50억원을 기록하리라는 게 농경연의 관측이다.
“아기 울음소리 끊긴 농촌 … 이대로는 지속 불가”
전반적 농업지표가 악화됐는데 현장 농민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다.
농가경제 전망 발표 뒤 진행된 신년 좌담회에 참석한 조병옥 경남 함안 숲안마을 이장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공익직불제 도입 등 이런저런 성과도 없진 않았다고 보나, 전반적으로 농업·농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는 이번에 발표된 농가경제 전망 수치가 대변한다. 특히 농가소득이 저 정도밖에 안 오른 건 큰 문제다. ‘농가소득 5,000만원’을 농정당국에서 외쳐왔건만 여전히 (4,600억원대 수준으로) 정체된 상황이다”고 쓴소리했다.
조 이장은 현재의 농업 관련 4대 위기인 기후위기, 감염병 위기, 지역소멸(지역양극화) 위기, 먹거리 위기 타개를 위해 △FTA, RCEP, CPTPP 등 자유무역협정 체계에 대한 전반적 재평가 △공익직불제 손질 및 영역과 예산의 확대 △농촌 청년농민 육성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조 이장은 청년농 육성과 관련해 “현재 농촌은 아기 울음소리가 끊겼다. 내가 사는 면(함안군 산인면) 인구가 약 4,500여명인데, 농민 중 나보다 젊은 사람이 올해 50세인 사람 한 명이다. 이대로 가면 농촌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청년농민의 농촌 유입에 대한 고민을 폭넓게 진행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