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부엌,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다

“마을부엌 확대로 농산물 소비 창구 만들어야”

  • 입력 2022.01.09 18:00
  • 수정 2022.01.09 21:19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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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지족동 열린부뚜막협동조합 마을부엌에서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지족동 열린부뚜막협동조합 마을부엌에서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과 먹거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분야인데도 현실에선 어떤 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이나 부수적인 것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추경미 열린부뚜막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처럼 대부분의 도시 소비자들은 농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농촌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말처럼 심각한 상황이지만 농민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고 그에 따른 아무런 위기의식도 없다.

그 이유는 먹거리와 농업의 분절에 있다. 마을부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 체험·먹거리 교육 등을 통해 생산자 농민과 도시 소비자 간의 다리를 놓고 있다.

환경정의(이사장 이경희)에서 제공한 ‘언니네텃밭과 함께 한 농촌연계 마을부엌 프로그램 사례’에 따르면 행사 후 농촌모둠 참여자는 “언니네텃밭은 도시 먹거리와 연계하려고 노력해왔는데, 관계를 누구하고 맺을 것인가 늘 고민했었다. 농촌과 도시의 연계성, 생산과 소비의 접합을 시도한 의의가 크고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한 측면이 가장 큰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마을부엌 운영자들이 식재료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토종 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재확인하고 참가자들의 식재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도 있다.

열린부뚜막협동조합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열린부뚜막협동조합 역시 로컬푸드를 활성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농산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아이들과 텃밭을 만들고, ‘우리의 식재료는 안전한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식품첨가물 실험 등 먹거리 교육·조리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지역 농민에게 공급받은 식재료로 반찬을 만들어 나누는 ‘로컬푸드 건강 밥상’이라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마을부엌이 만들어졌다. 현재 식당으로 확장돼 주민들에게 더욱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열린부뚜막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독거노인, 취약계층 아이들, 한부모·조부모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한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반찬은 농민들이 싣고 와 직접 진열까지 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사회적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의 농산물을 사용해 만든다.

마을식당의 반찬 역시 지역 농민들에게 공급받은 제철농산물로 만들어진다. 관계가 형성된 지역의 농민들은 열린부뚜막에 직접 농산물을 가져오기도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 농민들의 고춧가루와 양념 채소류를 구매해 김치를 담아서 나누고 판매한다.

열린부뚜막이 운영하는 마을식당에선 지역의 건강하고 신선한 농산물로 만들어진 반찬들을 마음껏 담아 먹을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점심시간이 되면 마을주민들과 직장인으로 북적인다. 하루 평균 100~120명의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온다. 마을식당을 찾은 한 직장인은 “매일 들러서 식사를 한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식재료로 만들어진다고 들었는데 이렇게라도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가치를 알아주는 시민들

지난해에는 급식이 사라지면서 출하하지 못한 농산물을 받아 꾸러미로 판매하는 활동을 벌였다. 힘들게 생산한 무농약 멜론이 당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애를 먹은 농민의 사정을 듣고 식당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당도가 떨어지지만 신선하고 건강한 과일이니 갈아서 드세요’라는 설명을 더해 판매한 결과 완판을 기록했다. 작은 사례지만 농민에게는 농사를 지속하게 하는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렇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로컬푸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추경미 이사장은 “생협이나 로컬푸드 매장을 통해 공급받은 건강한 식재료로 마을부엌을 운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만들어나가야 생산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더 많이 생긴다”면서 “소농들의 농산물이 소비되려면 마을부엌이 먹거리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이나 복지 영역에서 더 활발해져야 한다. 마을부엌이나 식당을 더 많이 만들어서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이 소비되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적한 과제

마을부엌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임대료와 인건비다. 다른 마을공동체보다 상황이 나은 열린부뚜막이라 할지라도 지자체 지원 없이 자립해서 운영할 만큼의 수익이 창출되진 않는다.

마을부엌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개개 마을부엌의 숙제로만 남겨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혜순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장은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을 하면서 마을부엌이 활성화됐다가 지원사업이 사라지고 경제적 지원이 끊기면서 문 닫은 마을부엌이 많다”라며 “현재 도시재생사업에 마을부엌을 포함시키거나 공공먹거리지원센터 안에 마을부엌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마을부엌에 대한 지원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의 마을공동체와 동떨어진 곳에 시설을 만들고 부엌을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마을부엌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원래 만들어져있던 공동체 공간을 기반으로 시설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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