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 현명한 생산, 현명한 유통, 현명한 소비] 지속가능한 농업의 걸림돌, 미국과 다국적 농화학기업

신자유주의적 세계농식품체계 극복 위한 세계농민 연대 절실

  • 입력 2022.01.01 00:00
  • 수정 2022.01.01 00:0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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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18년 12월 14일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열린 ‘농민 생존권 말살, 국민 먹거리안전 위협 식약처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단상에 오른 농민·소비자단체 대표들이 “GMO 감자 수입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8년 12월 14일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열린 ‘농민 생존권 말살, 국민 먹거리안전 위협 식약처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단상에 오른 농민·소비자단체 대표들이 “GMO 감자 수입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자국에선 ‘생태농업 확대’를 표방하나 타국에는 여전히 유전자조작농산물(GMO)과 농약·제초제로 돌아가는 ‘녹색혁명’ 체제를 부추기는 미국.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농식품체계에 기생하는 다국적 농화학기업들. 이들이 주도하는 기만적 질서를 바꿔야 참된 탄소중립 시대 개막은 가능하다.

현재 세계농식품체계는 철저히 기업의 이윤 창출 목적으로 가동된다. 이윤 창출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다. GMO와 온갖 농약·화학비료·제초제는 이 체계의 산물이었다.

GMO와 제초제 장사에 몰두한 대표 기업이 바로 몬산토였다. 몬산토는 제초제 ‘라운드업’과, 라운드업을 아무리 뿌려도 잘 버티는 GMO 종자 ‘라운드업 레디’를 같이 팔았다. 라운드업 레디 콩·면화가 잘 자라게 하려면 라운드업 제초제를 날이 갈수록 더 많이 뿌려야 했다. 몬산토의 광고와 달리 점차 라운드업 제초제를 뿌려도 안 죽는 잡초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잡초를 잡고자 라운드업 제초제를 더 사서 뿌려야 했다. 라운드업 제초제엔 독성물질 ‘글리포세이트’가 함유됐다.

미국과 몬산토의 압력으로 아르헨티나의 곡창지대인 팜파스 평원에 라운드업 레디 대두 종자가 도입되던 1996년경 매년 100만리터 가량이었던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라운드업 포함) 사용량은 2005년 1억5,000만리터로 폭증했다. 제초제 사용량의 급증으로 팜파스 토양은 척박해졌다. 농민들은 암과 피부질환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고, 유산 및 태아의 조기 사망 사례도 늘어났다.

몬산토는 2018년 독일 농화학기업 바이엘에 합병되며 사라졌지만 몬산토의 후과(後果)는 여전하다. 2018년 이래 세계 각국에서 몬산토 제초제의 글리포세이트 성분으로 인한 암 발생 사례가 발생했고, 각국 법원에선 피해자들에게 바이엘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바이엘은 여전히 오리발만 내민다. 이는 다국적 농화학기업에 대한 미국의 비호가 있기에 가능하다. 2019년 베트남과 태국, 지난해 멕시코가 글리포세이트 함유 물질(제초제, 농축산물 등) 수입 금지조치를 발표하자, 미국 정부는 바이엘과 공조해 이 나라들에 대대적인 압력을 가했다.

특히 2019년 10월 글리포세이트 함유 농축산물 수입 전면금지를 선언한 태국의 경우, 미국의 경제보복으로 수입 금지조치를 철회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통상관료들은 바이엘 측에 글리포세이트 수입 금지를 주도한 태국 농업부 차관에 대해 ‘뒷조사’를 의뢰하는 등, 사실상의 주권침해 행위가 벌어졌다.

농약·제초제·GMO 등 다국적 기업의 상품 판매를 위한 세계농식품체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입장은 지금도 확고하다. 현재의 세계농식품체계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농민들의 연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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