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 왜 탄소중립 말하나]이대로 가다가는 식량작물 자취 감춘다

  • 입력 2022.01.01 00:00
  • 수정 2022.01.02 15:47
  • 기자명 김한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해 10월 2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교리의 한 배추밭에서 장영철(78)씨가 수확을 포기하고 두둑을 덮고 있던 비닐을 걷어내자 뿌리가 썩어버린 배추가 같이 뽑히고 있다. 장씨는 “30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0월 2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교리의 한 배추밭에서 장영철(78)씨가 수확을 포기하고 두둑을 덮고 있던 비닐을 걷어내자 뿌리가 썩어버린 배추가 같이 뽑히고 있다. 장씨는 “30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승호 기자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말은 경각심을 주기는커녕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기후위기 시대, 세계 곳곳에서 폭우·가뭄·태풍·산불·홍수 등 이례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시대는 말 그대로 ‘폭풍의 한가운데’ 놓여있지만 대다수는 그 심각성을 외면한 채 살아간다.

그렇다면 지구가 녹고 있다는 말을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에서 사과 재배가 불가능하고 제주감귤은 사라진다. 더이상 우리땅에서 자란 배추와 고추로 김장이 불가능하다’고 달리 써보면 어떨까.

환경부(장관 한정애)가 발간한 ‘2020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3~4℃ 또는 그 이상의 기온 상승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농업 생산성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이에 따라 세계의 식량생산과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한반도에서 벼· 콩·옥수수·감자 등의 식량작물이 21세기 말 급격하게 자취를 감출 것이고, 사과 재배 가능 지역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전체 농경지 중 1.7%만이 배의 적지이며, 포도 적지는 0.2%에 불과해진다. 한지형 마늘은 재배 적지가 아예 사라진다.

“40년 농사지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

2021년 10월 17일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의 기온은 영하 7도였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당도를 축적하는 채소들이 겨울을 날 준비를 하기도 전에 한파가 덮쳤고, 평창과 횡성 경계지역의 고랭지 배추와 양상추는 이틀 만에 전부 다 꽁꽁 얼어버렸다. 갑작스레 찾아온 기후변화 앞에서 농민들은 일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억1,000만톤으로 전 세계 8위에 해당한다.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폭염일수가 10일에서 35.5일로 늘어 한 달 이상 폭염이 지속될 것이고,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와 겨울철 가뭄 등으로 일상 전반에 심각한 피해가 예측된다.

미래를 내다볼 필요도 없이 재난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최고기온이 약 29일 동안 지속되며 최장기간 폭염일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54일간 비가 내리며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있었다.

농업은 기후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 봄철 냉해, 폭염으로 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나날이 위협받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는 탄소중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지난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전 세계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로 합의했다. 한국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35% 감축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현재 전 세계 70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고, 스웨덴·영국·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

EU는 유럽기후법을 제정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법제화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감축을, 독일은 2030년까지 65%, 2050년까지 95%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이밖에도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50% 감축, 캐나다는 2005년 대비 40~45%를 감축키로 했다.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지난해 발표와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는 2040년이 되기 전에 세계 평균기온이 1.5℃를 넘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5℃는 인류의 안전과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임계점이다.

하지만 이대로 절망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면, 해수면 상승과 자연재해 등 심각한 기후재난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즉시 탄소중립을 이룬다면 2~3년 동안 0.5°C 미만으로 기온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1.5°C 이상의 지구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며, 향후 배출량 감소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보고서는 오늘날 기후재난을 가져온 지구온난화의 모든 원인이 인간의 탓임을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있는 힘도 우리에게 있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되는 한편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할 의무와 책임이 인류에게 주어졌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