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문제를 국정 주요 의제로”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경북 안동서 힘찬 발걸음 이어가
도올 김용옥 선생, 영풍석포제련소 규탄 목소리에 힘보태
박진도 이사장 “농촌주민들에게 ‘농촌주민수당’ 지급해야”

  • 입력 2021.11.26 09:34
  • 수정 2021.11.26 09:59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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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24일 경북 안동시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안동민회에서 참가자들이 각자의 바람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며 “농산어촌 개벽”을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4일 경북 안동시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안동민회에서 참가자들이 각자의 바람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며 “농산어촌 개벽”을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임청각 앞에서 시작한 개벽대행진에서 만장에 '안동민회 만세'라고 적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임청각 앞에서 시작한 개벽대행진에서 만장에 '안동민회 만세'라고 적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임청각 앞에서 시작한 개벽대행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임청각 앞에서 시작한 개벽대행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남짓 남은 가운데 농산어촌 문제를 국정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들끓고 있다. 농산어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지난 대선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공론화 하기 위해 철학자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은 전국 팔도를 순회하는 대장정에 돌입, 지난달 26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개벽대행진)’을 시작해 전북, 충북, 경기도를 지나 지난 24일 경북 안동에 다다랐다.

경북 안동 임청각에서 열린 안동대행진 출정식에서는 꽹과리, 장구 등 경쾌한 풍물 소리가 울렸다. 김용옥 선생은 ‘안동민회 만세’를 만장에 옮겨 쓰며 행진에 앞서 의지를 다졌다. 박진도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이 모두 행복한 사회를 기원한다”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농촌·농업·농민이 행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이 행진을 기획하게 됐다. 그 힘이 안동에서 전국으로 펼쳐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안동대행진은 임청각에서 출발해 구 안동역과 안동 중앙문화의거리를 거쳐 목성동 성당까지 도보로 진행됐다. ‘개벽 안동대행진 안동민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든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이사장을 선두로 안동시 태화동 풍물단, ‘하늘·땅·농민’이라는 글씨가 쓰인 만장과 ‘농촌을 살리는 정치 개혁’이 적힌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이 뒤따랐다.

참가자들은 안동대행진 취지와 결의를 담은 ‘안동민회 선언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풍물소리에 맞춰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행진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시민도 있었다. 행진을 지켜보던 이월분(65, 안동시 태화동)씨는 “농촌이 잘 살아야 도시 사람도 마음 편하게 잘 살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농촌과 먹거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농촌을 지켜야 한다. 모두가 건강한 먹거리를 먹기 위해 농약도 덜 치고 유기농이 확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안동 중앙문화의거리에서는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단체의 규탄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3일 환경부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을 매년 8,030㎏씩 배출해 온 영풍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영풍석포제련소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경북도의 행정처분으로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앙문화의거리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환경파괴 사진전’에서 정연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소수의 기업가 이익을 위해 우리 다수가 희생해왔다. 지금이라도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바라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발언했다.

농업·농촌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

안동대행진을 마친 개벽대행진 추진위원회 측은 목성동 성당에서 민회를 열고, 안동 시민과 ‘농어민행복과 지방소멸극복’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이날 민회는 올해 백석문학상을 받은 안상학 시인의 시 낭송과 개벽대행진 홍보 영상 상영으로 포문을 열었다.

박진도 이사장은 “농촌과 농업이 무너져가는 현실에 대해 이대로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더 망가지기 전에 이 문제가 농민과 농촌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해법을 찾아보고자 했다”며 개벽대행진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전국 대행진을 통해 모은 뜻을 내년 1월 19일 오후 2시에 서울서 전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개벽대행진은 다음 달 경남과 충남, 강원을 거쳐 서울에서 막을 내릴 예정이다.

김용옥 선생은 “안동이야말로 우리나라 농촌운동의 가장 어려운 시절에 우리 농민들을 보살펴주셨던 가톨릭농민회의 본산”이라며 “이 성당에서 우리가 이런 뜻깊은 민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민회는 대선주자에 대한 쓴소리로 시작됐다. 농촌문제에 무관심한 대선주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사회자 요청에 박진도 이사장은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정책을 내고 공약을 많이 하지만 사실 다 지나고 보면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이야기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의식을 지배한 성장주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기 때문에 농업과 농촌은 성장을 위해 희생해야 할 대상이 돼온 것”이라며 “그렇다고 도시는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성장이 아니라 국민 모두 행복한 국민총행복으로 우리 생각과 토대를 바꾸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그런 점에서 이 개혁은 한국 사회 전체를 바꾸자는 개혁이고 그 출발은 그동안 성장주의에 의해서 희생되었던 농업·농촌·농민을 살리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고 발언해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일대에서 열린 개벽대행진에서 풍물패와 함께 꽹과리를 치며 안동 시내를 걷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일대에서 열린 개벽대행진에서 풍물패와 함께 꽹과리를 치며 안동 시내를 걷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일대에서 열린 개벽대행진에서 풍물패와 함께 꽹과리를 치며 안동 시내를 걷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올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 지난 24일 경북 안동 일대에서 열린 개벽대행진에서 안동 구시장 거리를 걷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환경운동가·시민들 성토 쏟아져

이날 민회에서는 농업·농촌·농민 문제뿐 아니라 환경, 지역소멸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봉화군에서 농민운동을 했다는 이유빈씨는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 가격이 지지가 돼야 하는데, 가격이 오르면 끌어내리는 역할을 농협이 한다”며 분개했다. 6년 전 귀농했다는 한 시민은 비싼 농기계 값과 농산물 유통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농민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는 애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박진도 이사장은 “많은 농협이 농기계를 팔아서 수익 올리는 데 급급한 경우가 있다”며 “사실 농협개혁이라는 것을 가지고 20~30년 동안 물고 늘어졌지만, 개혁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개혁은 우리 농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며 농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규탄은 민회에서도 계속됐다. 안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환경운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한 시민은 “영풍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 세워져 지난 50년간 운영되면서 위법을 저질러왔다”며 “산업사회 논리가 지배해 온 성장지상주의에서 1,300만 영남주민의 건강권이 영풍의 이익 논리에 밀려온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회에 참석한 이재갑 안동시의회 의원은 이에 대해 “앞서 시의회에 문제를 제기했고, 오래 전부터 서울대보건환경대학원에서 실태조사를 했으나 언론과 지역사회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다”며 “환경운동가들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한 결과 (영풍석포제련소) 조업중단을 이뤄냈다. 침묵했던 정치권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옥 선생은 미국 사회에 살충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을 언급하며 “이런 문제는 들춰낼수록 좋다. 작가나 과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책으로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첨언했다.

‘농촌주민수당’ 지급해야

마지막으로 박진도 이사장은 3농(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을 위해 농촌주민들에게 ‘농촌주민수당’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농촌에 살고 싶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농촌주민들에게 ‘농촌주민수당’을 지급해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지역개발 사업 예산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줄이면 ‘농촌주민수당’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용옥 선생은 “과거에는 복지국가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냥 돈을 주자는 게 과거에는 이상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라며 “농촌주민수당을 지급하면 거기서부터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고 새로운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안동민회에서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안동민회에서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이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안동민회에서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안동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안동민회에서 주민들이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이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안동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안동민회에서 다음 행선지인 경남 창원 담당자에게 '밥이 하늘이다'라고 적힌 만장을 넘겨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안동 목성동 성당에서 열린 안동민회에서 다음 행선지인 경남 창원 담당자에게 '밥이 하늘이다'라고 적힌 만장을 넘겨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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