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 입력 2021.08.29 21:12
  • 수정 2021.08.29 21:16
  • 기자명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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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상임고문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상임고문

농촌, 산촌, 어촌에 부는 바람이 매섭다. 사람들은 떠나고 텅 빈 마을에 남은 사람은 앞날이 불안하다. 3농(농림어업인, 농림어업, 농산어촌)은 우리 사회에서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무시보다 더 나쁜 게 무관심이다.

도시(수도권)와 성장주의에 편향된 정치인들은 도시민이 겪고 있는 주거, 교통, 환경, 일자리, 교육 문제의 근원이 농산어촌의 붕괴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지난 19대 대선 때 텔레비전 토론회가 120분씩 다섯 차례 총 600분 열렸지만, 3농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한 후보에 의해 ‘3초’ 정도 언급된 게 전부였다.

눈앞에 다가온 20대 대선에서도 3농은 ‘성장주의’ 파도에 휩쓸려 또다시 그 가치가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시대의 사상가 도올 김용옥 선생을 만났다. 도올 선생은 평소 농촌문제가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해 오신 분이다. 3농이 이렇게 무너져서는 우리 국민들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데 서로 공감했다. 농산어촌의 가치, 위기 그리고 그 해법에 대해서 국민과 더불어 논의하자고 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을 주제로 전국을 순회하기로 정했다. 생태공동체를 향한 농산어촌 개벽을 위한 ‘삼강오략(三綱五略)’을 담은 제안문을 작성해 뜻있는 분들에게 회람했다. 각계각층의 중요한 분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함께 하시기로 뜻을 모아주셨다.

발기인으로 참여하신 분들의 뜻을 모아 8개도 16개 시·군과 서울에서 대행진에 함께 하실 추진위원들을 모실 계획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엄중하다. 코로나19가 진정되기를 기대하며 10월 중순 이후에는 전국 순회 대행진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의 뜻을 밝히기 위해 ‘삼강오략(三綱五略)’을 공개한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시길 기대한다.

모두가 행복한 생태공동체 향한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을 제안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농산어촌(농촌으로 통칭) 살리기에서 시작됩니다. 농산어촌 주민(농촌주민으로 통칭)이 행복하고 나아가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에 함께 해주세요!

포스트코로나 시대, GDP 너머 국민총행복(GNH)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며, 지금까지의 삶의 양식과 사회경제 시스템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위대한 스승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경제는 무한히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력한 경고입니다.

해방 직후 아시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1인당 소득 3만3,000달러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처럼 놀라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경제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의 대가가 너무 큽니다. 우리는 성장주의로 인해 삶의 가치 있는 것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유엔(UN)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는 꾸준히 상승하는데 행복 순위는 하락해 소득과 행복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 발전의 패러다임을 경제성장에서 인간의 보편적 열망인 행복과 균형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길을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에서 찾습니다. 국민총행복은 물질적 조건과 함께 교육, 환경, 건강, 문화, 공동체, 여가, 심리적 웰빙, 거버넌스(좋은 민주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합니다. 또한 국민총행복을 위해서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부문)’의 행복이 증진돼야 합니다.

농촌주민이 행복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고, 귀농·귀촌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삶의 터전으로 농산어촌이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에 맞서 농산어촌을 살리고 국민총행복을 실현하는 길이다. 여성농민들이 무밭에서 풀을 매던 중 활짝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주민이 행복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고, 귀농·귀촌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삶의 터전으로 농산어촌이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에 맞서 농산어촌을 살리고 국민총행복을 실현하는 길이다. 여성농민들이 무밭에서 풀을 매던 중 활짝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 살리고 농촌주민을 행복하게 할 ‘농산어촌 개벽’을 제안합니다(삼강三綱)!

이제 우리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고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시작은 성장주의에 희생됐던 농어민과 농림어업, 농촌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농림어업과 농촌이 일터, 삶터, 쉼터로서 다원적 기능(경제적, 사회문화적, 생태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농촌주민의 행복이 증진돼야 합니다. 농촌이 자연양로원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생태공동체로 거듭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생산주의 농정과 지역개발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이에 기초하여 농림어업과 농촌을 개벽해야 합니다.

첫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으로!

그동안 정부는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국제경쟁력만이 살 길’이라는 생산주의 농정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생산주의 농정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해왔습니다. 식량과 사료, 비료, 원자재 등을 수입해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식량과 에너지의 지역자급을 높여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합니다. 농림어업 생산을 탈탄소 생태유기농업으로 전면 전환해야 합니다.

농촌의 재생 가능한 자원(햇빛, 바람, 조수, 수력, 지열 등)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와 목재 바이오매스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토양과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을 높여야 합니다. 농촌의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여 농촌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되, 농지와 산림을 파괴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합니다.

둘째, 먹을거리 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으로!

기후위기는 곧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초래합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1%, 칼로리자급률은 35%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체불명의 수입농산물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언제 어디서나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기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여 건강한 먹을거리의 국내 생산을 늘리고 식량주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울러 먹을거리 불평등을 해소하여 누구나 질 높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먹을거리 정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친환경 공공급식을 확대하고, 지역 먹을거리 순환체계(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으로!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경제성장은 지역소멸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나라에서 국민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지역균형발전과 농촌살리기라는 미명하에 각종 지역개발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나, 지역경제와 주민 삶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각종 보조금 사업(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포함)은 지역 유지들과 공무원 그리고 정치인에게 떡고물을 남기고, 돈은 도시인이 운영하는 각종 업체를 통해 다시 도시로 돌아갑니다. 지역에 남는 것은 주민 갈등과 관리운영비만 들어가는 각종 시설 및 텅 빈 도로뿐입니다. 농촌개발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됐습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외부의 자본과 사람들이 들어가, 농촌을 파괴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합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확대되고, 지방의 수도권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내에서도 사람들이 면을 떠나 읍으로 몰리는 지역 내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농촌주민이 떠나지 않고 천지자연의 순환의 본원인 농촌에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농촌주민이 행복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고, 귀농・귀촌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삶의 터전으로 농촌이 거듭나게 해야 합니다.

행복한 농촌을 위한 5가지 해법을 제안합니다(오략五略)!

기후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에 대응하여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답은 단순합니다. 농촌에 사람이 살아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일부터 시작하기를 제안합니다.

하나, 농촌 주민의 행복권 보장!

농촌주민들에게 의료, 교육, 주거, 돌봄, 교통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가 제공돼야 합니다. 현재 국가가 정한 최소서비스 항목인 ‘농어촌 서비스 기준’과 관련해 국내 시·군의 달성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둘,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경쟁력 향상을 명분으로 한 기존의 농림어업 생산보조금을 줄이고, 농림어업의 생태적 발전을 위한 공익적 직접지불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셋,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비하여 건강한 먹을거리의 국내 생산을 늘려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국민 누구나 질 높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먹을거리 기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넷, 농촌주민 수당 지급!

지역개발사업 예산을 대폭 줄이고, 그 돈을 농촌주민들에게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으로 지급해, 빈사 상태의 농촌경제와 농촌주민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농촌경제가 살아나야 지역경제가 살아납니다.

다섯, 농촌주민자치의 실현!

농촌주민 스스로가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높이고,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5.16 이후 중단된 읍・면・동 자치를 부활시키고, 마을자치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행진에 동참해주세요!

이상 ‘삼강오략(三綱五略)’의 실현을 위하여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힘찬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대행진은 전국 팔도를 순회하며 각계각층 민초들의 지혜가 국가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목소리로 촉구할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농촌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동안, 수도권과 대도시 인구 집중은 날로 심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농촌살리기에 많은 새로운 예산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생산주의 농정과 지역개발에 잘못 사용되고 있는 예산의 정비만으로도 필요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에 대응하여 농촌, 산촌, 어촌을 살리고 국민총행복을 실현하고자 하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의 힘찬 발걸음에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 소중한 가치의 전파를 기대합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노자 도덕경을 빌려 소빈(素牝)이란 호를 지어주셨습니다. “소빈은 조선인의 소복과도 같은 흙을 의미한다.” <가보세>는 “새야 새야”와 함께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당시에 널리 불러졌던 참요입니다. ‘농어민이 행복하여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더 지체하지 말고 함께 가보자는 염원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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