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고친 것 맞나’ … 수리 이틀 만에 못쓰게 된 트랙터

연료계통 수리 후 엔진 망가져 … 대리점선 사과 한마디 없어

수리비에 새 기계값까지 전부 부담한 농민 “피해자 더 없었으면”

  • 입력 2021.11.0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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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일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농민 A씨가 고장난 트랙터의 엔진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일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농민 A씨가 고장난 트랙터의 엔진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현행 농기계 수리·점검 및 사후처리 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단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달 전라남도 강진군의 농민 A씨가 고장난 트랙터를 수리받았지만 이틀 만에 엔진이 망가져 아예 기계를 못쓰게 됐기 때문이다. 대리점과 농민 간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해당 농민은 농기계 수리를 위해 농민 대부분이 대리점 말을 조건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점, 기계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유사한 사례가 다른 농민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민 A씨는 지인으로부터 구입한 중고 D사 트랙터에 엔진경고등이 들어와 지난달 9일 이를 지역 대리점에 맡겼다. A씨는 “관계자가 기계를 보더니 대뜸 수리비 많이 나오게 생겼으니 새 기계를 사라 했다. 하지만 중고임에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새것과 다름없었기에 일단 고쳐달라 했다”며 “농번기라 농작업을 해야 하는데 대리점에서는 부품이 없다, 수리가 오래 걸릴 거다는 식으로만 자꾸 대응해 결국 본사 고객센터에 클레임을 걸었다. 대리점 관계자가 본사에 전화를 하면 어떡하냐 화를 냈고 이런 식이면 못 고쳐준다 했지만 결국 수리를 받아 비용 432만1,000원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계를 수령하고 얼마 사용하지 않았을 무렵엔 오일경고등과 엔진경고등이 한꺼번에 점등됐다. A씨에 따르면 현장을 방문한 수리기사는 “지금 불이 들어온 건 큰 이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오일만 갈면 당장 쓰는데 큰 문제가 없다”며 경고등 센서를 아예 빼 버렸다. 당시 현장에는 30년 넘게 농기계를 수리한 경력의 A씨 지인도 함께였다.

관련해 A씨의 지인은 “오일점검불과 엔진점검불이 들어왔는데도 간단한 처치만 하고 가버렸다. 차라리 그때 기계를 옮겨서 문제가 뭔지 제대로 살펴봤으면 기계를 새로 사지 않아도 됐을 거다”라며 “그때 수리기사가 엔진 교환 5년 보증 얘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2017년식 트랙터는 보증 기간이 2년 밖에 안 돼 엔진 교환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이런 건 진짜 농민을 우롱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대리점 관계자 C씨는 “맨 처음 기계가 고장났을 때부터 엔진 소리가 안 좋다는 얘길 고객에게 했고, 일단 시동이 걸리지 않아 연료계통을 수리한 뒤 기계를 출고했다. 이후 사용을 하다가 엔진 내부 부품이 고장나 크랭크와 실린더가 망가진 것 같다”며 “나중에 고장난 부분은 노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점검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앞서 수리한 것과 전혀 다른 문제다. 고장난 기계값에 이미 지불한 수리비 포함해 대리점이 중고로 인수를 했고 매매계약까지 이미 다 체결돼 끝난 건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A씨는 “대리점에서 애초에 수리비를 당장 납부하지 않으면 기계를 못 가져간단 식이었고, 당장 농기계가 필요하면 새 걸 사라고 얘기했다. 일반적으로 농촌에선 우선 수리를 한 뒤 수확 이후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 고쳐졌는지 확인도 못하게 대리점에서 갖고 나가려면 무조건 돈을 내야 한다고 했던 것도 말이 안 되고 수리한 트랙터를 전해주며 새로 연료를 채운 뒤 고장이 날 경우엔 책임 못 진다는 식의 얘길 한 것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며 “처음 새 기계를 사라고 했을 때의 기계값과 실제 인수한 가격 차이도 1,000만원가량 나는데다 수리비 432만1,000원까지 납부했으니 손해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제대로 고친 게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 대리점 측에선 사과 한마디 없고 여전히 큰소리만 친다”고 한탄했다.

이어 “아무래도 농민들이 항상 급하고 아쉬운 입장이다 보니 대리점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 기계에 대해 잘 모르는 나같은 농민은 또 이런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씨는 향후 강진군농민회와 함께 대리점 규탄 및 수리·점검 체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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