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수리비, 대리점 맘대로?
농기계 수리비, 대리점 맘대로?
  • 장수지 기자
  • 승인 2019.08.1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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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부품가격 제외 공임 단가 관련 규정 전무
농민들 “우월 지위 이용한 악행, 전수조사 실시해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7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한 농기계 대리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농기계 수리비가 대리점주에 의해 과다청구되는 피해를 입은 이춘식씨가 농기계업체 및 대리점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한 농기계 대리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농기계 수리비가 대리점주에 의해 과다청구되는 피해를 입은 이춘식씨가 농기계업체 및 대리점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태풍이 지나가고 더욱 극렬해진 태양이 내리쬐던 지난 7일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D농기계 대리점 앞에 농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연속된 농산물 가격폭락 속 답답함을 더한 지역 대리점의 수리비 부당청구를 규탄하며 본사 측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옥천군농민회(회장 김형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D농기계 옥천대리점에서 56마력 트랙터를 구매한 농민 이춘식씨는 지난 6월 해당 대리점을 통해 트랙터 수리를 요청했다. 트랙터는 충북지역본부로 넘어갔고 엔진과 몇몇 부품을 교환한 뒤 대리점에 이송됐다. 대리점 사장은 이씨에게 수기로 적은 약 150만원의 간이영수증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역본부로부터 무상 교환 대상인 엔진 이외 나머지 부품과 경비 정도만 부담하면 될 거란 얘기를 들은 이씨는 엔진 교환비용으로 책정된 100만원에 의심을 품고 대리점에 이를 따져 물었다. 대리점 사장은 이씨의 반박에 수리비 과다청구를 사과했으나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군내 다른 농민에게도 유사한 피해사례가 발견되며 논란이 확산된 상황이다.

이에 옥천군농민회는 지난 7일 옥천대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천대리점 폐쇄 및 농기계 수리비 부당청구 전수조사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이씨는 “다른 면에서도 동일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됐고 농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했다”며 “최근 연속된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민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리점 사장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챙기려한 100만원은 1,200평 규모로 나락 농사를 지어야 겨우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다. 이번 기회에 농기계 수리비에 대한 농민들의 피해를 예방하도록 전수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병용 농민회 감사는 “농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농업의 현실이고, 농민들 사이에서도 농기계 사용 시기가 겹치다 보니 고장나고 수리하는 시기도 한꺼번에 몰리게 된다. 기종에 상관없이 같은 회사 농기계를 대리점 한 군데서 구매해야 고장 시 빨리 수리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이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됐다”며 “농민은 돈을 내고 농기계를 고치면서도 대리점 눈치를 보게 되고 대리점은 농민을 업신여기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됐다. 대리점이 우월한 지위를 내세워 농민에게 농기계 수리비를 바가지 씌우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업체에선 “대리점 관리가 지역본부 측 방침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대리점 사장이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수리비를 부당 청구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경고나 시정조치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리점 폐쇄 요구와 관련해선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일이며, 사업 허가권 회수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관련해 농식품부는 “부품가격을 제외한 농기계 수리비용이 지역 실정에 맞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동차 수리비와 마찬가지로 공임 등의 단가는 정부가 책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협회나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옥천군농민회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대구에 위치한 D업체 본사를 항의 방문했으며, 옥천대리점 폐쇄 및 전국 실태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인 시위 및 고소·고발, 감사청구, 불매운동 등의 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춘식씨가 D농기계 옥천대리점에서 받은 영수증(사진 왼쪽)에 엔진교환 경비 100만원이 적혀있으나, 지역본부에서 제공한 거래명세표엔 해당 내용이 없다. 한승호 기자
이춘식씨가 D농기계 옥천대리점에서 받은 영수증(사진 왼쪽)에 엔진교환 경비 100만원이 적혀있으나, 지역본부에서 제공한 거래명세표엔 해당 내용이 없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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