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기후위기의 직격탄 맞는 농어촌, 농어촌 에너지 전환 방식은?

  • 입력 2021.06.06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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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지금 농촌은 하늘을 나는 새와의 전쟁 중이다. 깨를 심어놓으면 주변 새들이 날아들어 파먹으니 이제는 모종을 심어 옮긴다. 그런데, 이제는 숱제 모종까지 싹둑 잘라먹는다. 주변에 새 쫒는 독수리 조형물이나 바람개비를 설치해도 보란듯이 닥치는 대로 모든 작물을 초토화시킨다. 왜 새들이 농작물을 공격하는 게 더 심해질까.

원인은 기후변화로 새들의 먹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태양광, 풍력 등을 설치한다며 산 속을 파헤쳐 새들의 둥지를 없애 새들이 마을 주변으로 내려온 탓이 크다.

지금 농촌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마을 앞 농로길에 낯선 대형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쉴 새 없이 다닌다. 바로 동네 산골짜기 다랭이논을 밀어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이는 태양광 패널이 동네 경관을 해치는 것은 그렇다 쳐도 홍수가 났을 때 산사태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뿌린 제초제가 저수지로 흘러들어 그 물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는 피해가 생길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농민 주도의 영농형태양광으로 정부 지원과 함께 허가만 받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 몇 배의 차익을 챙겨 되팔아 불로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관심도 없고, 땅장사에만 열을 올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받고 있다. 죽어라 농사지어도 생산비도 못 건지는 농민들로서는 위화감만 조장할 뿐이다.

옆 동네라고 조용할 리 없다. 매일 천막을 친 채 노인분들은 땡볕에 나와 있고, 집회 때문에 풍력반대위원회 소속 농민들은 법원에 불려 다니고 있다.

소득도 안되는 농업을 유지하면서도 농촌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주변 경관이 주는 행복 때문이리라. 그런데 밭 한 가운데 느닷없이 들어선 발전시설 옆에서 하루 종일 노동을 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지금의 태양광, 풍력 발전은 굉장히 폭력적으로 비춰진다.

10년 뒤엔 지구 온도가 1.5℃ 올라간다고 한다. 농업재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상기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이다. 이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영농방식을 바꿔야 한다.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농지를 훼손하면서 농촌의 공동체와 경관을 파괴하는 지금의 방식은 절대 아니다.

지금의 방식은 재생에너지라는 가면을 쓴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농촌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해 2023년부터 수출국들에게 탄소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화석연료를 써서 생산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탄소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기업들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됐다.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 선언을 하면서 한국전력, 남동발전 등 5개 전력회사에 의무적으로 전체 발전량의 1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라고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선 공장 건물, 도시 빌딩, 유휴지, 고속도로변 등을 비롯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에서 자체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설치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땅값이 가장 싼 농촌으로 밀려드는 것이다. 울창한 숲과 농지에 심어진 녹색식물은 온도를 낮추는 가장 큰 공로자다. 이상기후로 병해충, 냉해 등이 심해져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까지 창궐해 식량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식량위기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적정농지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은 국민의 식량권을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영농형태양광으로 농가소득도 올리고 좋지 않냐고 한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안다. 설치 후 한 두 해 정도야 생산량이 20%밖에 줄어들지 않는다지만, 갈수록 농사는 대충 지을 수밖에 없다. 군데군데 서 있는 기둥 주위는 기계가 갈 수 없으니 사람의 손으로 작업해야 한다. 하지만,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는데 누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겠나. 이젠 농촌은 농약도 광역방제기나 드론을 이용해 방제한다. 태양광으로 몇 배의 소득을 올리는데 일만 많고 소득은 안되는 농사는 갈수록 대충 지을 수밖에 없다. 태양광으로 돈을 번다면, 임차인에게 땅을 빌려줄 리도 만무하다. 농사는 대충 시늉만 하고, 직불금도 받고 태양광으로 돈도 버는 가짜 농민을 더 양산할 것이다.

전 국민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농촌도 지금의 생산방식을 친환경, 생태적으로 바꿔가고, 중·소농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축사 지붕, 창고 지붕, 하우스 지열을 이용해 자체 생산, 자체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농가가 생산한 에너지를 직접 농가가 쓸 수 없는 구조다. 에너지를 보유했다가 꺼내 쓸 수 있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마을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중장기 발전계획 속에서 마을 주민 스스로가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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