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아닌 ‘정부 비축’ … 소비 확대·신수요 창출 절실

군 급식 제외하고 진척 없는 공공급식, 우선구매 확대 필요

기존 국산밀 시장 교란 않는 범위서 수입밀 대체 방안 시급

장기적인 가공·소비 증대 위해 가격 경쟁력 제고해야

  • 입력 2021.05.2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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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안정적인 국산밀 자급을 위해 업계에선 그간 △밀산업 육성법 제정 △정부 수매 비축 부활 △공공급식 확대 △자급률 목표 책임 이행 등을 요구해왔다. 2019년 밀산업 육성법이 제정됐고 정부 수매 비축 역시 1984년 이후 35년만에 재개됐지만 업계 관계자 대다수는 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해선 구체적인 유통·소비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aT)는 올해 1만톤을 시작으로 △2022년 1만4,000톤 △2023년 2만톤 △2024년 2만4,000톤 △2025년 3만톤을 비축한다. 농식품부와 aT에 따르면 곧 수확될 올해산 국산밀 약 1만톤은 내달 초 희망 농가 약정 체결과 안전성·순도 검사 등을 거쳐 8월부터 수매할 예정이다. 생산면적 소폭 감소로 인해 한때 비축물량 1만톤 확보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관측이 돌았지만 사전 조사 결과 작황 호조의 영향으로 비축 가능한 물량은 1만톤 이상일 거라 파악된다. 정부 수매 비축의 경우 현재 지정된 39개소 생산단지에서 생산된 1·2등급 국산밀만 가능하다. 3등급 이하와 생산단지에 포함되지 않은 국산밀의 판로는 여전히 생산 농가의 몫인 실정이다.

농식품부와 aT는 2019년과 지난해 국산밀 약 1만800여톤을 비축했다. 2017·2018년산 재고 밀 1만톤과 지난해 800여톤이다. 군 급식 납품과 봄파종용 종자 등으로 각각 857톤·213톤을 방출했고 현재 재고량은 약 9,000톤 수준으로 파악된다.

비축밀 소비는 현재 군 급식 납품뿐이다. 1년에 800톤~830톤 정도가 소요되나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휴가 사용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추가 물량이 더해졌고 총 857톤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초 파종용 종자 공급은 당초 계획엔 없던 일이나 지난해 저온피해의 여파로 종자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봄파종 희망 농가에 한해 발아율 검사 후 소량 소비된 경우다.

「밀산업 육성법」제17조는 ‘밀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집단급식이나 그 밖의 집단급식시설을 운영하는 관계기관에 국산밀과 국산밀가루, 국산밀가공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주무부서인 농식품부에서조차 기존 계약 및 최저입찰제 등의 이유로 국산밀 사용을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로썬 비축밀 소비 계획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는 “친환경 농산물도 그렇지만 국산밀도 법령에 따라 우선구매할 수 있게 돼 있지만 가격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밀을 사용하고 있는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례를 적극 발굴해 이를 확산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며 “공모전 개최 등을 구상하고 있으며 대량 소비처인 수입밀 제분·가공 업체 등과의 전략적 상생 협약을 통해 국산밀 활용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시장 영향 등을 평가할 방침이다. 국산밀과 수입밀의 가격 차이가 3배 이상 나는 현실을 감안해 국산밀을 제품화해서 판매·소비하는 기존의 업체들에 대해서도 제품 생산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의 지원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기존 국산밀 업체에 대한 생산 비용 일부 보전은 업계 전반에서 호응을 끌만한 내용이나, 공모전 개최 또는 수입밀 업체에 대한 연구개발용 비축밀 보급 등은 신수요 창출이라 보기 어렵고 이미 지난 4월 논란이 된 바 있다. 생산 농가, 제분·가공업체, 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국산밀산업발전협의체가 이미 발족돼 있었음에도 협의 없이 비축밀을 수입밀 가격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에서는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점 등을 인정하며 향후 논의 과정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업계는 ‘지난 과잉재고 사태에서 배웠듯 소비 대책 없는 생산 확충 및 수매 비축은 국산밀 자급에서 더 멀어지는 길’임을 분명히 하며 농식품부를 향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신수요 창출 및 소비 대책을 지속적으로 촉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들이 아직도 지난 2017년 무렵 재고로 발생한 수억원의 빚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정말 자급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쌀처럼 구체적인 10년, 20년 장기계획을 세우고 RPC 등도 적극 지원하고 소비·가공, 획기적인 신수요 창출에 대한 연구·시도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가공에 대한 연구는 농촌진흥청 밀연구팀에서 일부 추진하고 있으나, 수년째 임시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인력 확충, 과제 수행 등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수입밀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국산밀 가격을 안정시켜야 수입밀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밀산업 육성법과 기본계획, 시행계획이 나왔음에도 시장에는 변화가 없다.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소비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을 거다”라며 “군 급식을 제외한 공공급식조차 우선구매 정책 등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수요자 요구에 맞는 균일한 품질의 밀을 생산·가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입밀과 경쟁할 수 있게 공익형 직불제 등을 활용해 생산가격을 보전해 주는 한편 수매가 자체를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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