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극복할 ‘새로운 농민’, 도시에서 찾자

  • 입력 2021.05.14 11:2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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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천주교 농부학교 실습농장’에서 도시민들이 고추 모종을 심는 방법 등을 농민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8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천주교 농부학교 실습농장’에서 도시민들이 고추 모종을 심는 방법 등을 농민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네덜란드의 농촌사회학자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교수는 그의 저서 <새로운 농민>에서 “어떤 곳에서는 기술적·물질적 실천으로서 농업이 더욱 농민답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자본 투여에 의해) 농민적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시대의 변화를 분석하며 이를 각각 ‘재농민화’와 ‘탈농민화’로 정의했다.

그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 농업 역시 두 가지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는 중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동시에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결정한 우리 농정은 이윽고 규모화된 경영체와 기업형 축사를 수도 없이 탄생시켰다. 한편에선 가족·소농 그리고 친환경과 농생태학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공동체 곳곳의 의지 역시 꺾이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는 자본의 지배제체가 나날이 공고해지며 쉬이 평가절하 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지난 2020년 우리 사회가 이상기후로 인한 변화를 본격적으로 체감하며 전환점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돼 왔고 그 추이 또한 어느정도 예측이 이뤄졌지만 지난 해 농산물 수급에 미친 영향이 너무 컸던 탓에 갑작스레 공론화에 큰 불이 붙었다. 딱히 누가 먼저 그러자 하지도 않았건만 기후변화를 대신해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담론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그동안의 생활양식과 각 분야 산업구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농업 역시 화석연료와 화학비료를 핵심으로 하는 대규모 관행영농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는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농업의 가치 또한 진지하게 역설되고 있다. 이 새로운 농업을 주장하는 이들에 따르면 이는 농업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 즉 친환경·친생태 영농을 지향하며 국가·지역 단위의 먹거리 정책 수립과 유통구조 다변화를 통한 식량 자급 등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도시 인구 집중이 극도로 심화된 우리나라에서 ‘재농민화’를 다시금 가능케 할 핵심 인적 자원은 결국 도시에 사는 수많은 시민들 속에 있다. 이제 농촌의 인구는 사라질 대로 사라졌고, 지금도 농촌공동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플루흐 교수는 이를 수행할 사람의 전형적인 예로 ‘새롭고, 농민다운 농장을 시작하며 농업에 진입하는 젊은 사람들’을 든다. 현실적으로도 빈약한 자본과 물적 자원을 지닌 채 귀농하는 도시민은 비교적 소규모의 영농에 도전할 수밖에 없으며, 생산방식의 차별화나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노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가 주도로 귀농·귀촌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및 지원 사업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이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선 아직 정책적 관심의 깊이가 옅다. 이는 마침 이런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국가계획 ‘한국형 그린뉴딜’에 들어갔어야 할 내용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앞서 언급했듯 국가를 대신해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선배 농부들이 있다.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스스로 일군 다양한 교육사업의 형태로, 도시에서는 시민주도형 도시농업의 모습으로 도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편 이들에게 친환경·생태농업, 공동체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들의 노력을 소개함으로써 도시민이 이 ‘새로운 농업’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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