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성찬’ 그린뉴딜, 그 너머의 기후위기 극복방안은?

  • 입력 2021.05.0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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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추진 중인 문재인정부의 그린뉴딜이 정작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건 식량생산의 보고인 농경지와 소멸 위기에 놓인 농산어촌의 수많은 삶이 아닐까. 사진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일대 들녘과 마을을 드론을 띄워 360도 촬영해 원형으로 편집한 것이다. 한승호 기자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추진 중인 문재인정부의 그린뉴딜이 정작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건 식량생산의 보고인 농경지와 소멸 위기에 놓인 농산어촌의 수많은 삶이 아닐까. 사진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일대 들녘과 마을을 드론을 띄워 360도 촬영해 원형으로 편집한 것이다. 한승호 기자

경상북도 상주시 외서면 농민 김상환(48)씨는 2012년 귀농한 이래 10년 남짓 유기농 인증 토마토·생강·고추 등의 작물을 재배해 왔다.

김씨에게 지난 10년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기후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세월이었다. 그런 김씨에게도 지난해 기후는 최악이었다. 4월 중순에 서리가 내렸다. 여름엔 두 달 동안 계속 비가 왔다. 연이어 폭염이 찾아왔다. 중간이 없었다.

고추 재배농민에게 원수와도 같은 파밤나방, 담배나방이 김씨의 고추를 파먹었다. 8월엔 가뭄으로 땅이 굳어 삽도 안 들어갔다. 생강도 바짝 말랐다. 팔 수 있는 생강이 줄었다. 김씨의 마음도 바짝바짝 말랐다.

김씨는 지난해 약 5,500평이었던 농지를 올해 1,290평으로 줄이려 한다. 점차 농사과정에서 물을 대기 힘들어져, 물과 전기 확보가 가능한 곳에서만 농사지어야겠다는 이유에서다. 관정 파면 된다고? 그거 파는 것도 다 돈이다. 지하수 확보 위해 얕게 땅 파는 데 100만원, 모터 확보에 35만원, 물탱크 55만원, 대공 설치에 최소 700만원….

농사만으로 생활하기 쉽지 않다 보니 김씨는 부업을 병행한다. 아침 7~9시에 농작물을 돌보고 상주시의 영농조합법인으로 출근해 일하고, 5시에 퇴근해 다시 저녁 늦게까지 농사짓는다. 때때로 공사장에서도 일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이 땅의 농민 누구나 달고 사는 근골격계 질환 및 팔 통증 때문에 병원도 자주 간다.

기후위기는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전국의 참깨 농가들은 긴 장마에 직격탄을 입었다. 참깨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이다. 한살림연합의 경우 조합원 공급용 친환경 참깨를 약정 생산자 41명 중 9명만이 출하할 수 있었고, 생산량은 기존 계획량인 180톤의 11%인 20톤에 머물렀다.

일각에선 외국산 참깨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55.5%는 “한시적이라는 전제 아래 수입산이더라도 한살림이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참기름을 먹고 싶다”고, 45.5%의 조합원은 “한살림은 원칙과 기준을 우직하게 지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논의 끝에 한살림은 기후위기로 인한 전국적 참깨 수급 난항 및 가공식품 공급 중단 방지를 위해, 현재 국산 재고 소진 시점부터 2021년산 참깨 수확 전까지 가공식품 부원료용 참기름과 참깨의 수입산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기후위기는 결코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소영웅주의적 구호가 아니다. 현실이다. 특히 김상환씨와 전국 곳곳의 참깨 농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그리고 전 세계 소농들에겐 ‘위기’를 넘어 ‘재앙’이 된 지 오래다. 기후재앙은 농업과 농민, 그리고 시민의 먹거리 기본권에 대한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한다.

지금의 기후위기가 과연 문재인 대통령 등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도 위기로 받아들여질까? 글쎄다. 문재인정부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통해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문재인정부가 말로만 떠드는 한국판 뉴딜, 그리고 그 안의 ‘그린뉴딜’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말의 성찬, 영어의 성찬, ‘녹색’이라는 단어의 성찬뿐이고, 정작 농민·노동자·빈민의 삶과는 철저히 괴리된 계획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린뉴딜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린뉴딜은 민중의 삶과 얼마나 괴리돼 있을까? 농민들이 생각하는 참된 기후위기 극복방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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