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먹거리 선순환’ 앞장서는 화성시

  • 입력 2021.04.1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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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 화성시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이사장 노경애, 센터)의 지역먹거리 선순환을 위한 실험이 눈에 띈다.

화성시에서는 현재 어떤 노력을 진행하고 있을까? 먹거리체계 구축과 관련한 화성시의 특수한 상황 및 센터의 노력들을 소개한다.

원거리 소농의 판로 구축 절실

화성시는 동쪽 시가지(동탄·병점지구)와 서쪽 농촌지역 간 인구밀도 차이가 크다. 화성시 면적의 20%인 동탄·병점지구에 주민의 60%가 살고, 80% 면적인 농촌지역에 40%의 주민이 산다.

따라서 화성 먹거리계획의 기본은 ‘서쪽 농촌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동쪽의 인구 밀집지역에 공급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 기조하에 센터가 운영하는 첫번째 로컬푸드 직매장 및 물류 집하장도 서쪽 농촌지역에서 동쪽 인구 밀집지역으로 넘어가는 ‘관문’인 봉담읍 덕리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화성시는 동서 간 거리가 매우 길다. 아무리 중간 거점을 만들었다 해도 센터가 있는 봉담읍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소농들은 출하 참여가 쉽지 않다. 서해에 접한 화성시 서쪽 끝 서신면이나 우정읍, 송산면 등지에서 센터로 향하는 거리는 30~40km에 달한다.

이 지역 농민들은 물품 출하를 위해 편도 40분 이상 이동해 봉담읍의 센터로 온다. 센터에서 물품 분류, 매장 진열 등의 작업을 다 하고서 다시 40분 이상의 거리를 돌아와야 한다. 이 과정만으로도 반나절 가까이 소요되니, 그동안 화성 서부지역 소농들의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거점집하장 통해 소농 판매 참여 늘려

여기서 나온 발상이 ‘거점집하장 설치’였다. 센터는 지난해 5월부터 서신면 궁평2리 마을회관에 거점집하장을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했다. 거점집하장이라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든 건 아니다. 농민들이 포장할 수 있도록 바코드 기계 등의 도구를 갖다 놓은 정도다. 새벽에 주민들이 거점집하장에 모여 물품을 같이 포장하면, 그것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봉담읍 센터로 가져가는 식이다. 물품을 배송하러 대표로 센터에 온 주민에겐 센터에서 기름값을 지원한다.

서신면 주민들 입장에서 거점집하장 설치는 혁명적 변화였다. 거점집하장 설치 전 궁평리에선 3~7농가만이 물품을 출하했고, 출하에 따른 농가 월평균 소득도 100만원이 안 됐다. 그러나 거점집하장 설치 뒤 29농가가 출하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농가당 월평균 4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물품을 팔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니 소농들로서는 새로운 작물 재배를 시작할 의욕도 늘어났다.

궁평리의 한 할머니는 차가 없어 일일이 버스를 네 번이나 갈아타며 봉담읍 센터로 물품을 출하하러 다녔다. 그러나 거점집하장 설치 뒤 이 할머니는 버스를 갈아타는 수고를 던 채 물품을 낼 수 있게 됐다. 센터는 올해 화성 관내에 3개 이상의 거점집하장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토종씨앗과 연계되는 지역먹거리 체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의 로컬푸드 직매장에 마련된 토종농산물 판매대.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는 토종씨앗과 지역먹거리 체계의 연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의 로컬푸드 직매장에 마련된 토종농산물 판매대.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는 토종씨앗과 지역먹거리 체계의 연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로 센터는 지역 내에서 보전돼 온 토종씨앗과 지역먹거리 체계의 연계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센터는 화성 관내 7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에 ‘토종농산물 판매대’를 설치했다. 관내에서 재배된 토종작물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함과 함께, 토종작물 소비확대를 위해 ‘토종 새참 맛보기’, ‘토종 팜파티’ 등의 사업을 진행했고, 가족들의 손쉬운 조리를 위한 ‘토종농산물 레시피북 – 화성, 토종을 보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빈파 센터 급식사업국장은 “2019년 약 3,000만원을 기록했던 토종작물 매출은 지난해 9,000만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거점집하장 1호점이 설치된 궁평2리부터가 쥐이빨옥수수·사과참외·흑수박·춘향이열무 등 다양한 토종작물의 보고이다. 거점집하장을 통해 궁평2리 주민들은 점차 많이, 자주 모였다. 그 과정에서 마을 발전을 위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마을발전계획의 핵심과업으로 ‘토종농산물 생산·유통 확대’가 선정됐다. 과거부터 마을 내에 토종 먹거리자원이 존재하던 상황에서, 이를 활용해 마을 토종먹거리를 지역 먹거리체계에 연결시키자는 발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궁평2리는 센터가 올해 2월부터 진행하는 ‘로컬, 토종마을 만들기’ 시범사업 마을로 선정됐다. 중장기적으론 5가지 품목으로 확대하려 하나, 일단은 특화 품목으로 ‘사과참외’를 선택했다. 궁평 2리 주민 김명미 씨는 “현재 마을 내 20여 농가들이 사과참외 모종을 심었다. 향후 학교급식에 사과참외를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지역 농민들의 의지는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빈파 급식사업국장은 “거점집하장 설치 등 먹거리 판로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농민들의 ‘공동체 복원’과 ‘자생력 강화’가 화성 먹거리계획의 주된 목표”라며 “궁평2리 사례는 지역주민들과 센터 간 협력을 통해 토종작물과 지역먹거리 체계의 연계를 시도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 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2리 마을회관에서 궁평리 주민들과 이빈파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급식사업국장(왼쪽 첫번째)이 토종작물 재배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화성 밀과 콩, 화성에서 순환시키자

또한 화성산(産) 우리밀과 콩의 지역 선순환을 위한 계약생산체계 구축 노력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2일, 센터는 지역 밀 재배농민 및 관내 가공업체들과 3자 약정계약재배 체결식을 진행했다. 관내에서 빵과 과자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두리반’과 ‘키움’이 화성산 밀을 전량 수매하고, 우리밀의 저장·운송·건조·포장 등에 드는 제반 비용을 센터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센터는 우리밀 재배농가들에 종자와 농자재를 지원하는 등 생산과정 전반에서 협업 중이다.

밀 농가들은 밀 뿐 아니라 이모작으로 콩도 재배한다. 콩은 화성 관내의 콩나물 가공업체에서 전량 수매하며, 여기서 만들어진 콩나물은 전량 학교급식으로 들어가도록 판로가 짜였다.

이빈파 급식사업국장은 “우리밀은 수입 밀 대비 3배 이상 비싸 가공업체들로선 선뜻 구매가 어려웠던 한편, 우리밀 생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공업체들은 우리밀 생산지를 찾기도 어려웠고, 타지에서 운송할 시 비용도 많이 들었다”며 “센터는 우리밀과 콩의 생산·유통단계를 지원함으로써 안정적 계약생산체계 구축과 지역 내 우리밀·콩의 선순환을 계획하고 있다. 가공업체들도 물류비, 저장비 등이 절감되고, 화성 내에서 생산되는 우리밀의 수매가 더 수월해지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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