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 중국산 김치, 해답은 ‘김치 주권’

자급률 제고 경제효과 뚜렷

문화·보건 문제도 동시해결

  • 입력 2021.04.11 18:00
  • 수정 2021.04.19 10:0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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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선 의미 있는 연구보고가 있었다. 제주연구원(책임연구원 안경아)의 ‘제주지역 김치 푸드시스템 조사 및 김치 자급률 제고 방안’이다. 제주는 농민 주도의 ‘우리김치살리기 도민운동’이 태동하는 등 수입김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남다른 지역으로, 행정과 연구기관 역시 정부나 타 지자체보다 선구적으로 김치 자급률 제고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에서 소비되는 김치는 총 2만6,528톤이며 이 중 자가조제가 1만5,692톤, 상품김치가 1만837톤이다. 상품김치의 16%는 제주산, 44%는 타지역산, 40%는 수입산이다.

만약 중국산 전체를 제주산으로 자급한다면 403억원의 생산 유발효과, 168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등 현재대비 170.9%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산의 절반만 자급에 성공한다 해도 85.4%, 모든 김치를 자급한다 치면 무려 373.1%의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치 자급에 관한 마땅한 연구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제주연구원의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오차가 있겠지만, 제주의 물량을 전국 물량에 단순 대입해 보면 중국산 김치 28만톤을 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2조5,710원의 생산 유발효과, 1조718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채솟값 동반폭락 사태가 심각했던 지난 2019년 5월 14일 농민·산지유통인 단체들이 여의도에서 무분별한 김치 수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채솟값 동반폭락 사태가 심각했던 지난 2019년 5월 14일 농민·산지유통인 단체들이 여의도에서 무분별한 김치 수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김치는 배추를 비롯해 고추·마늘·생강 등 다량의 농산물들이 들어가는 식품이다. 지역 또는 국가의 김치 자급률이 올라가면 이들 원료작물 생산농가의 소득에 숨통이 트이고 수입에 밀려 과밀화된 여타 농가들도 작목분산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지금까지 국산김치 사용 인증사업, 고속도로 휴게소 국산김치 사용, 우리김치살리기 제주도민운동 등 민간의 주도와 요구로 김치 자급률 제고를 위한 단편적인 활동들이 있었지만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정책은 수립된 바 없다. 제주연구원의 경우 지역 푸드플랜과 연계해 △제주 농산물 계약재배 지원 및 공공비축 △제주김치 통합물류기반 구축 △급식·음식점 구매촉진 및 지원 △식문화 개선 △중국산 김치 수거검사 등의 종합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 문제 외에도 중국산 김치는 전술(관련기사 하단 링크)한 바 문화적(종주국 분쟁)·보건적(국민 먹거리안전) 이슈와 밀접하게 얽혀있는 문제다. 뒤집어 말하면, 제대로 된 자급률 제고 정책 하나가 경제·문화·보건이라는 굵직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묘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김치는 우리 고유의 음식이자 문화다.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위상을 생각해 보면 다소 과감하다 싶은 정책이라 해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정부나 여론이 위생 이슈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잘만 생각하면 김치를 통해 수입농산물 문제에 그동안 상상도 해보지 못한 해법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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