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썹에 전통식품 인증까지, 안전한 우리 김치

대규모업체, 품질관리에 철두철미 … 신규·소규모업체 지원 대책 필요

  • 입력 2021.04.11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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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 위치한 경기농협식품 전곡 제1공장에서 마스크와 모자, 위생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컨베이어벨트에 속넣기가 끝난 배추를 올려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 위치한 경기농협식품 전곡 제1공장에서 마스크와 모자, 위생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컨베이어벨트에 속넣기가 끝난 배추를 올려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최근 중국의 비위생적 배추 절임공정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안전한 농식품 생산이 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업체들의 김치 제조공정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업체는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안전하게 김치를 제조하고 있나’라는 물음표인 셈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경기농협식품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이사 이만수, 경기농협식품) 전곡 제1공장을 찾았다.

‘오색소반’이라는 이름으로 김치를 생산하는 경기농협식품은 2018년 기준 900여개 김치 제조업체 중 매출액 기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기업을 제외한 대표적 업체로 볼 수 있어 경기농협식품의 사례는 우리 업체의 김치 제조공정 안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경기농협식품의 김치 제조공정은 배추 등의 원재료 입고와 전처리, 절임, 탈수, 세척, 속넣기, 금속검출과정, 포장·출고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우선 원재료가 중요하다. 경기농협식품은 경기도 전곡농협과 북파주농협, 남양농협이 공동출자해 ‘농협’이라는 명패를 달고 출범한 만큼 배추를 비롯한 원재료 농산물 100%를 이들 농협 조합원과의 계약재배와 산지농협을 통해 수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통식품품질인증’도 받았다. 이 인증은 한국식품연구원이 국내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하는 우리 고유의 맛·향·색을 내는 우수한 전통식품에 대해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다. 우리 김치 업체는 대부분 이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서승일 경기농협식품 본부장의 설명이다.

서 본부장에 의하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업체도 낙후된 시설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김치를 생산했다. 이후 사회 발전, 소비자 인식과 맞물려 점차 개선되다 ‘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HACCP)’ 도입 이후 급격한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

해썹은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인의 발생 여건을 사전에 차단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제도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인증하고 있다. 배추김치 해썹은 2008년부터 연매출액 및 종업원수 등 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4년 전면 의무화됐다.

서 본부장은 “품질관리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업계에선 ‘종가집’을 만드는 1위 업체 대상에 이어 두 번째로 해썹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기농협식품의 경우 해썹에 따른 중점관리지점을 세척과 금속검출과정에 뒀다. 절임 다음 공정인 세척에서 배추 등의 원재료를 깨끗이 세척하고, 혹시 걸러지지 않은 미세한 금속의 경우 속넣기 이후 금속검출과정에서 반드시 잡아내야 해서다. 김치 제조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게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김문선 경기농협식품 과장의 설명이다.

김 과장에 의하면 세척은 중요 공정이라 업체 대부분이 자동3단세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경기농협식품은 자동3단세척 앞, 뒤로 애벌세척과 수세척을 더해 5단세척을 설정했다. 금속검출과정도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엑스레이기 2대를 도입했다. 2㎜ 이상의 금속은 다 잡아낼 수 있고 발견 즉시 경광등이 울려 라인 하단으로 빠지게 된다. 또한 모든 정보는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이를 저장해 해썹 등 인증 과정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경기농협식품은 입고와 전처리, 절임공정에 필요한 공간을 공장 외부가 아닌 내부에 마련했고, 절임에 필요한 염수도 내부에서 제조해 재활용하지 않고 있다. 속넣기 라인의 조명도 해썹 기준은 540룩스(lx) 이상이지만 이중 조명으로 밝기를 1,000룩스(lx) 이상으로 높였다. 혹시라도 세척에서 빠지지 않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해썹 받은 업체 대부분이 품질관리 기준이 높은 편이고, 경기농협식품의 경우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이는 중국 배추 절임공정 같은 사례가 국내에선 발생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경기농협식품 전곡 제1공장의 경우 생산 김치가 학교급식에 납품되기 때문에 해썹과 전통식품품질관리인증 이외에도 경기도지사가 인증하는 G마크(경기도 우수식품),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해 철저한 품질관리에 힘쓰고 있다.

경기농협식품처럼 다수의 김치 제조업체는 의무사항인 해썹 이외에도 대한민국 식품명인제도, 가공식품표준화(KS) 인증, 유기가공식품인증, 지자체별 독립 인증 등도 획득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지난해 김치업체 203개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9.9%가 해썹 이외에 추가적 인증을 1개라도 더 보유했다. 가장 많이 인증을 받은 종류는 전통식품품질관리인증으로 전체의 61.3%가 받았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에선 역사가 긴 김치 제조업체일수록 더 많은 인증과 직원, 시설설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 제조업체 중 상위 10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35.2%에 달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에 반해 신규 진입업체일수록 규모가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출액이 100억원 미만인 경우 배추김치가 아닌 기타김치와 김칫속은 해썹 의무적용 대상이 아니라 지자체에 식품제조 영업허가(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를 받고,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점검하고 있다는 게 세계김치연구소의 설명이다.

일선에서 뛰고 있는 김치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들이 안전하게 생산하고 있음에도 중국 배추 절임공정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도 저하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업체나 소규모업체에서 위생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농경연은 “공정과정의 자동화 등 신규업체나 소규모업체를 대상으로 한 경영 효율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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