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시대의 농정, 어디로 가야할까?

  • 입력 2021.02.01 00: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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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2021년 최대 쟁점은 농지법 개악이다. 지난달 11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업진흥구역 내 영농형태양광 설비 허용을 골자로 한 ‘농지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법률(농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엔 태양광 설치를 하려면 농지전용허가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최장 8년)를 받아야 하고 농업진흥구역은 불가했으나, 발의안은 농업진흥구역 내에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가능케 하고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최장 20년까지 늘리는 안이다. 이는 지금까지 지켜온 농지보전 정책을 완전히 뒤흔들어 자칫 농지가 투기대상이 될 수 있어 엄청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1일 김정호 의원이 발의한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지복합이용허가 규정을 넣어 영농형태양광 설치의 경우 별도의 허가 없이도 가능하게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농업진흥구역을 제외했으나 비농업진흥구역의 경우 허가 없이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게 돼 무분별한 농지 훼손이 염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1975년 224만ha에서 2018년 159만6,000ha로 64만4,000ha 감소했는데 이 기간 농지 전용면적이 46만6,286ha로 72%를 차지해, 농지 감소와 농지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 농지전용이 꼽혔다. 높은 지가상승으로 인해 농민은 농업소득으로 농지를 매입할 수가 없어, 임차농으로 전락해왔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의 2/3가 비농민 소유일거라 추정된다.

영농형태양광으로 마치 농민들의 소득 창출이 기대되는 것처럼 얘길하지만, 농민들의 대다수가 임차농임을 간과한 것이다. 더욱이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는 식량자급률 확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질 적정농지확보 측면에서 농지정책을 세워야 하고, 농지보전정책은 더 강화돼야 한다.

또한, 농업이 갖는 탄소흡수효과로 지구 온도를 낮추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농지훼손방식은 아니다. 도심지 건물과 공장건물 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와 함께 축사나 창고 위를 활용하고 나대지를 활용하면 된다.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농촌으로 몰려드는 태양광 개발업자들과 땅값 상승을 노리는 투기세력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농촌이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농지는 공공성을 지닌 농사에 이용되는 생산수단으로만 존재하도록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규제하고, 농민들에게 땅을 돌려줘야 한다.

UR, WTO 개방 이후 30년간 규모화 농정, 고투입 농정을 실시해왔으나, 그 결과 중소농이 몰락하고 대다수 면 단위가 소멸위기에 처했다. 이제 사람중심, 환경중심의 새로운 농정 틀 전환으로 농업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실한 기로에 서 있다. 스마트농법과 태양광사업 중심의 농업예산 편성 등 기존의 농정을 이어가는 현 정부의 농업정책은 다시 재고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지금의 농정과는 다른 새로운 농업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농민수당, 농촌기본소득, 국가먹거리전략, 지역푸드플랜, 소농직불금,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 도매시장개혁 등 여러 과제들이 제출됐다. 거기엔 ‘농업인’이라는 경영체 중심의 농정에 한계를 느끼며, ‘농민’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농촌의 공동체성 회복과 공익적 기능 확대 측면에서 농업을 바라보자는 의미가 깔려있다고 본다.

여성농민 전담부서 출범 이후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현재의 농업농촌기본법과 농업경영체법의 틀 속에서 여성농민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선 문재인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농촌재생사업이 도시와 똑같은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별 격차를 줄이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모든 걸 바라보는 성평등한 농촌건설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지난해 나왔던 수많은 개혁과제들이 씨실과 날실로 이어져 농민기본법 논의 속에서 숙성되고, 국민적 공감대를 통한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해 국민은 안정적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언제든 보장받고, 농민은 농사만 짓고도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15년 간 하우스 농사를 지어온 젊은 후배가 이 겨울철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올 겨울 역대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겐 주어진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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