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는 농사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 확립을 위한 농지법 개정방향 토론회’ 열려
상속·이농 등 비농민의 농지 소유 규제 완화시킨 농지법 규탄
농민·농업법인 재정의 및 농지 전수조사 필요성 공감하기도

  • 입력 2020.12.23 0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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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경자유전의 원칙 확립을 위한 농지법 개정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경자유전의 원칙 확립을 위한 농지법 개정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소유·이용 실태에 대한 농지 전수조사 실시, 상속·이농 등 농지법 상 소유 예외 삭제, 선매권 등 임차농 보호규정 마련, 농민과 농업법인 의미 재정립 등 다소 급진적이라고 할 만한 농지법 개선방향이 농민들과 전문가의 입을 통해 포괄적으로 논의됐다.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경자유전의 원칙 확립을 위한 농지법 개정방향 토론회’를 통해서다. 이날 토론회는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조병옥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소분과장과 임영환 법무법인 연두 변호사가 발제했다. 토론에는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과 사동천 홍익대 교수, 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김동현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 등이 참석했다.

농민 입장에서 본 현행 농지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낸 조병옥 농지소분과장은 “인구 3,000명도 안 되는 함안군 한 개 면의 경우 농지 이용 실태조사 결과 임차농 필지가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사실상 농지제도가 심각히 훼손돼 있고 경자유전의 원칙까지 무너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농지 소유·이용 실태파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식량주권 차원에서라도 농지를 제대로 보전해야 하는데 국가가 이런 책임들을 계속 방기해왔고 사실상 농지 훼손의 첨병 역할까지 했기 때문에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전수조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농지소분과장은 “농지 소유제한 예외규정을 전체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주말농장 300평 허용도 그렇지만 이농의 경우 말 그대로 농사를 더 이상 짓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대통령령에 의해 8년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의문이다”라며 “농지를 관리하는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농지관리청 등을 신설해 농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일원화·관리했음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임영환 변호사는 “국민적 호응과 함께 농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은 농지 역시 하나의 토지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데 농지는 단순한 토지가 아니라 생산수단으로서, 식량안보라는 큰 틀에서 해석돼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보전돼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임 변호사는 농촌 고령화를 고려했을 때 가장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는 비농민의 상속 농지 소유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농지법 상 비농민의 상속 예외규정 확대는 1994년 이후 2005년, 2009년 개정을 거쳐 진행됐고 소유 면적 제한까지 없애버렸다. 생산수단인 농지지만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만 나아갔고, 지금으로썬 향후 농지가 생산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할 여지도 있다”면서 농지 소유 구조 변경 필요성에 집중했다.

언제든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 생산의 토대인 농지를 이윤창출을 위한 투기의 대상정도로만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과 여론에 안타까움을 나타낸 이무진 정책위원장은 외국사례를 통한 농지제도 정상화 방안을 짚어나갔다. 이 정책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은 오직 경작자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반면, 농지 소유 자격을 제한하지 않은 독일과 프랑스 등에선 거래허가제나 선매권·경작권허가제 등을 통해 경작자가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이 존재하는 한국의 농지법은 임차농 보호가 미흡한 반면 일본과 독일·프랑스 등은 임차농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외국에는 농지 관련 분쟁해결기구가 별도로 존재하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정책위원장은 “외국사례와 비교해 주요한 시사점 중 하나는 농민에 대한 규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취미와 같은 방식으로도 농민이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불금 부당수령 사례도 굉장히 많다”며 “유럽의 사례처럼 농민이 자율적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실제 경작여부를 확인하거나 마을 단위 심의기구를 법제화하자는 게 전농의 주장이다. 또 농지를 공적 자산으로 모든 국민과 사회가 인식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사동천 교수는 “농지 임차료 문제와 농지 소유자의 자경 강화방안 등을 함께 컨트롤해야 농민의 소득이 보장되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최덕천 교수는 고위공직자의 40%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으며, 최근 논의되는 농업진흥구역 내 영농형태양광 허용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에 참석한 김동현 농지과장은 “기본적으로 농지가 실제 경작하는 농민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문제 인식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상속 농지 및 농업법인 소유 농지의 관리 강화, 농지 관리체계 개선 등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농지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말씀에도 공감하는 만큼 오늘 발표된 사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예산 확보 및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겠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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