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긴축경영에 국산마 시장 더 얼어붙나

경주상금 대폭 축소 … “말 구입비용 줄인다는 것”
외산마와 경쟁 앞세운 산지통합경주도 개선해야

  • 입력 2020.11.22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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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경주마생산자들이 위기에 처했는데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사회가 긴축경영을 앞세워 경주마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사회는 최근 내년도 예산을 수립하며 마주들에 지급하는 경주상금 규모를 대폭 축소한 걸로 알려졌다. 경마관련예산을 약 30% 줄이는 긴축경영에 돌입하는데 경주상금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마주들은 경주상금을 재투자해 경주마를 구입한다. 경주상금의 축소는 마주들의 구입의지를 떨어뜨려 더욱 경주마 시장을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경주마생산자들에겐 경매 거래가 끊겨 생산기반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 엎친데 덮친 격이다.

경주마 거래가 올해 내내 끊기다시피 하며 2세 경주마의 적체가 상당하다는 게 현장의 평이다. 게다가 경주마는 경마장에 입사하는 연령제한이 2세에서 2세 3개월까지이기에 적체된 말들의 처리가 요원한 상황이다.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긴축경영의 내용을 보면 결과적으로 생산된 말을 구입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말 구입비용이 없으면 내년도 시장에 나오는 경주마들은 누가 구입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마사회는 대기마사로 경마운영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생산자들은 올해보다 더 힘들어진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마주에게 쿠폰지원처럼 인센티브를 부여하자고 요청했지만 대답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주마생산자들은 설사 온라인 마권 구매가 허용돼 경마가 다시 재개되더라도 당장 타격을 추스르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산지통합경주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국내 경주마생산자들은 지난 2015년에 만든 경마혁신방안 중 1·2등급 산지통합경주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바라보고 있다. 산지통합경주는 국산마와 외산마가 함께 같은 경기에 참여하는 제도로 경쟁을 통해 우수 국산마를 생산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산지통합경주는 도입 5년차인 현재, 국산마 경매시장이 침체로 빠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마주들이 국산마보다 외산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되레 경주마생산자들의 생산의지만 더욱 떨어뜨렸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김병선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과 교수는 “1980년대 경마는 외국에서 경주마를 구입했지만 정작 혈통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국적있는 경마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국산마 생산정책이 출발하게 됐다”라며 “현재 경주마의 70%는 국산, 30%가 외산인데 국산마 생산이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일정 정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외산마를 도입해 국산마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수준이 높은 말을 들여 국산마가 상금을 수득할 의지를 꺾으면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면서 “국산마가 상금을 수득할 기회가 산지통합경주 이전과 비교해 너무 큰 차이가 나진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렛츠런파크서울 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6월 렛츠런파크서울 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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