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더 다가온 기후변화, 50년 후엔 ‘아열대’

2090년, 벼 25% 줄어들 수도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절실

  • 입력 2020.11.22 18:00
  • 기자명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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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찬구 기자]

기후변화의 영향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장마와 잦은 태풍에 이어 최근에는 지역 곳곳에서 기후변화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이 보이고 있어, 농업 관계기관과 농가에 경각심이 환기되고 있다.

최근 충주시 농업기술센터는 사과농사를 짓던 농가에 토종 다래‧두릅 등을 권하고 나섰다. 충주시는 지난 16일 농민들을 대상으로 ‘신소득 유망 대체 작물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여름 길었던 장마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창궐하는 ‘과수화상병’이 번져 충주지역 304농가의 사과밭 348곳이 농사를 망쳤고, 과수원을 폐원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구 농가에서는 감귤 등 아열대 작물 상품 수확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4일 대구시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10월 대구에서 바나나와 파파야를 수확한 데 이어, 감귤 재배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제 기후변화는 풍문이 아니다.

기온상승으로 주요 농산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지역으로 복상한다.통계청(1970~2015년 농림어업총조사)
기온상승으로 주요 농산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지역으로 북상한다. 통계청(1970~2015년 농림어업총조사)

환경부(장관 조명래)가 지난 7월 발표한 ‘2020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주로 먹는 감귤인 ‘온주밀감’은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제주에서는 상품 재배가 불가능해지고 전체적으로는 면적이 감소하게 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온주밀감의 재배적지를 RCP8.5 시나리오(저감 없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경우)로 예측했다. 이에 따르면, 온주밀감 재배적지는 2060년대에는 강원 해안지역까지 넓어지지만 2090년대엔 최대주산지인 제주엔 한라산 국립공원 내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남지 않게 된다. 반면 ‘한라봉’으로 불리는 ‘부지화’의 재배적지는 현재 제주 해안 일부에 한정됐지만 2090년대에는 제주 전체와 전남, 경남, 강원 해안지역으로 퍼져 해안가를 중심으로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과일’인 사과는 2040년까지, RCP4.5 시나리오(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된 경우)에서는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RCP8.5에서는 평년 수준을 유지하다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는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하지 않고 210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는 사과를 거의 생산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진단했다.

식량작물에도 많은 변화가 예견된다. 보고서는 보리의 경우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등숙기간 이동으로 수량이 증가할 것이라 봤다. 반면 대부분의 작물은 수량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봄감자는 2060~2090년대에 10% 증수될 것으로 보이나 여름감자는 30% 이상의 극심한 수량피해가 예상되고, 옥수수는 2090년대 이후 모든 품종에서 10~20%의 수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식인 벼는 중만생종‧중생종의 경우 2090년대 생산량 25% 감소, 조생종은 이보다 빠른 2060년대에 25%의 생산량 감소가 예견된다. 미숙립의 증가로 품질 또한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데, 벼는 고온에서 등숙기를 거치면 등숙률과 완전립률이 낮아진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농작물 기후변화 영향의 ‘적응 옵션’으로 지역별로 기후변화에 맞게 작부체계와 재배관리법, 내재해성 품종 개발 보급을 대책으로 들었다. 벼의 경우 정지웅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 등이 개발한 ‘중모1024’ 등 등숙기 고온에 강한 신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편, 작년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8년간 2,009억원을 농업분야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심교문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북쪽 지역의) 아열대 작물 재배 소식은 하우스에서 일어난 일로, 우리 기후가 아열대가 됐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농진청에서는 미래를 위해 재배기술과 품종, 작부체계를 연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장 극심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만, 올해 기후변화 영향에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아픔이 깊기에 더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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