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10월 8일 기후위기 대응, 식량주권 실현 전국농민대회를 준비하며

  • 입력 2020.09.27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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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올해만큼 기상위기를 피부로 느껴본 적이 있을까? ‘요즘 바쁘시지 않아요?’ 주변 농민들에게 물으면, 잦은 비와 태풍으로 거둘 게 없으니 한가하다는 답변들뿐이다. 과수농가들은 냉해와 태풍으로 열매가 다 떨어져 수확할 게 없고, 채소작물을 심은 농가들은 태풍에 몽땅 쓸려 보내 일년 농사가 날아가 손에 쥐는 소득이 아예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고 한다. 더구나 올해부턴 적과 전 재해보험 보상율도 80%에서 50%로 떨어져 보상이라도 기대했던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5월의 폭설, 가장 긴 장마, 태풍 마이삭과 연이은 하이선, 9월의 차가운 날씨로 농작물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는 한 해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기상이변 현상은 극심해질 거라며 올해가 인류가 맞이할 가장 좋은 날씨일지도 모른단다. 9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선 73일 동안 32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다가 하루 사이에 기온이 30도 이상 떨어지며 때 아닌 폭설이 내렸다. 그렇게 되면, 사람도 식물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기후위기는 식량의 위기로 이어지고, 당장 탄소배출을 50% 이상 감축하지 않으면 닥쳐올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정부는 160조원을 그린뉴딜에 투자하겠다고 하고, 기후위기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가장 큰 피해당사자인 농민들을 위한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 섬진강 제방 붕괴로 구례·곡성지역의 농민들 피해가 컸다. 농민들 피해가 엄청났는데도 수해현장에 정작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만 오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처럼 농작물 재해가 심각한 해가 없는 데도 정부 차원의 재해보상 대책이 나오지 않아, 농식품부 장관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경질설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3차에 걸친 추경예산에도, 그린뉴딜 예산에도 농민을 위한 예산이나 식량위기를 극복할 예산은 한 푼도 없었다. 오로지 기업 살리기에 집중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식량수출국이 가장 먼저 수출 봉쇄를 하고 나섰고, 자급률 21% 수준의 식량수입국인 우리로서는 식량대란을 염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 8.5% 증가와 비교되는 2.3% 증가에 머물렀고, 여전히 전체 예산 대비 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내역은 더 한심하다. 스마트팜 예산과 태양광 예산이 대부분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친환경적인 생태농업으로의 전환과 관련된 어떤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고, 친환경 직불제를 포함한 선택형 직불제 예산은 한 푼도 증가하지 않았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구체화할 예산도 없고, 먹거리취약계층을 위한 농식품 바우처 사업이나 임산부 꾸러미사업, 초등학교 과일간식사업조차 예산을 삭감시켜 버렸다. 공익형 직불제 실시로 인한 의무준수사항은 대폭 늘려놓고, 처리방법이 없는 영농형 쓰레기에 대한 대책도 없고 직불금 부당수령문제나 비농민 농지소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 및 농지전수조사를 위한 예산도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애먼 농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된 여성농업인 특화건강검진 예산 또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자, 규모를 늘려가며 버텨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노동으로 돌연사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고, 근골격계질환으로 이미 모든 농민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어떤 정책도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는 규모화농정, 고투입농법을 탈피하고, 생태 순환적 방식의 중소농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방식을 늘려내고, 공공수급제 도입 등을 통해 생산비와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농산물 가격보장정책이 나와야 한다.

재배면적 등 생산통계, 수입통계, 소비통계조차 제대로 없어 농산물은 과잉생산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스마트한 기술은 이런데 필요하다. 제발 농식품부는 엉뚱한 곳에서 삽질하는 것을 멈추라.

21대 국회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한 비상상황임을 직시하고, 이번 국회에선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시대 극복에 필요한 농업예산을 최소 정부 전체 예산의 5% 이상으로 확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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