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독점체제 허물고 공정경쟁으로”

박주민 의원, 시장도매인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열어
농민·소비자·유통단체 총망라 … 농식품부 ‘사면초가’

  • 입력 2020.10.21 18:26
  • 수정 2020.10.25 19:0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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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1일 국회 앞에서 농민·소비자·유통단체들과 함께 가락시장 공정경쟁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1일 국회 앞에서 농민·소비자·유통단체들과 함께 가락시장 공정경쟁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농식품부 종합국감을 이틀 앞둔 2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가락시장 공정경쟁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매시장의 독점적 구조와 그로 인한 폐단을 더 이상 좌시해선 안되며,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시작으로 경쟁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사실상 유일한 거래방식인 경매제는 극심한 가격진폭과 불필요한 유통비용, 도매법인(경매회사)의 과도한 수익성 등 심각한 폐단을 안고 있다. 이에 벌써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장도매인제와 같은 경쟁요소 도입이 시도됐지만, 자본을 손에 쥔 도매법인과 이에 동조하는 농식품부의 저항으로 20년 동안이나 개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도매법인이 유통구조를 독점해 초과적 이익을 내고 있고, 소비자·생산자는 제대로 된 가격에 거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 국회 때도 많은 의원들이 노력했지만 제대로 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이를 해결해 소비자·생산자 모두 혜택받을 수 있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기자회견엔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배추·양파·마늘생산자협회,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 중소마트단체인 한국마트협회 등 현 도매시장 구조 하에 ‘약자’의 위치에 처한 주체들이 총집결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같은 날 같은 출하자의 상품이 법인별로 최대 12배 차이가 나는 걸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한다. 그렇다고 12배 싼 가격의 이익을 소비자가 보는 것도 아니다. 장관이 한 마디만 하면 해결될 걸 끝까지 도매법인을 옹호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고 일갈했으며, 박주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산지가격이 폭락해도 소비자는 싼 가격에 살 수 없고, 가격이 폭등하면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데 생산자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3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이 유통구조 문제를 이젠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공영도매시장 도매법인에 왜 건설·시멘트·펀드회사가 들어와 있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변화하지 않는 고인물이 썩고 썩어 기업들이 농민들의 돈을 편취하는 구조가 됐다”며 “우리 중소마트는 전국 공영도매시장 물량의 70~80%를 소화하고 있다. 공정경쟁으로 도매시장이 살아나야 우리 자영업자들도 튼튼해지고, 소비자도 장바구니 물가 고민을 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기득권 도매법인을 옹호하는 농식품부를 ‘농피아 적폐’라 지칭하며 집중적인 비판을 가했다.
발언하는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기득권 도매법인을 옹호하는 농식품부를 ‘농피아 적폐’라 지칭하며 집중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또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락시장 관리공사) 노동이사와 노조위원장이 참석했으며 백혜숙 공사 전문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지자체 출자공사가 소관 정부부처 직접 규탄에 나선 것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종락 공사 노조위원장은 “경매는 홍수출하하면 폭락, 작황이 안좋으면 폭등하는 맹점이 있다. 만약 도매시장 내에 경쟁구도, 즉 다른 판로(유통경로)가 있다면, 그 판로로 수취가격을 올리거나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최소한 생산자들이 판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경쟁을 기본 원리로 하는 경매제(도매법인)가 자신들의 이윤을 줄일 수 있는 다른 경쟁요소를 막고 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의 당기순이익과 배당수익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공공재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부당함을 지적했다.

20년 동안 답보 상태에 놓였던 도매시장 개혁 이슈는 최근 다시 한 번 뜨겁게 불이 붙고 있다. 경매제의 폐단이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언론 보도를 타고 있으며 국회·지자체·농민시민단체 등 전방위적으로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요구가 거세지는 추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문제도 분명하고, 해법도 존재한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는 박주민 의원.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는 박주민 의원.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창작집단 ‘곰’ 단원들이 경매제의 폐단과 시장도매인제의 효율을 보여주는 공연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창작집단 ‘곰’ 단원들이 경매제의 폐단과 시장도매인제의 효율을 보여주는 공연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주민 의원과 각 단체장들이 현행 유통단계를 가위로 잘라내는, 유통개혁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주민 의원과 각 단체장들이 현행 유통단계를 가위로 잘라내는, 유통개혁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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