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기기에 피해보상·재발방지 뒤로 밀리나

“부처간 서로 책임 미루기만 … 진상조사에 주민 참여해야”
정부, 과학적인 수자원관리 강조 … “물 가두기로는 한계”

  • 입력 2020.09.06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부처 간 책임 미루기에 이번 수해와 관련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및 재발방지 대책수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명확히 이번 수해의 책임을 가려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지고 다목적댐을 넘어 근본적인 수해 예방 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달 31일 섬진강유역 수해 피해 지역 주민대표들은 서울 국회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주민대표들은 각 시군별로 1인시위를 하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수해 재발방지 및 실질적인 피해보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같은날 감사원을 찾아 수자원공사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섬진강유역 수해 피해 지역 주민대표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국회 앞에서 한국수자원공가에 재발방지 및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였다.
섬진강유역 수해 피해 지역 주민대표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국회 앞에서 한국수자원공가에 재발방지 및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였다.

박인환 섬진강권역수해대책위원장은 “국회가 이번 수해가 인재이자 관재임을 밝혀달라 요청하려 1인시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물 관리를 맡은 환경부와 하천 관리를 맡은 국토교통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일단 수해원인을 밝혀야 하는데 그러려면 진상조사에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해 피해가 큰 지역들은 대부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직접 와닿는 보상을 받으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날 1인시위 현장에서 만난 이용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수해는 수자원공사의 책임이 크다”고 전제하며 “중립적 기관에서 조사해 책임있는 보상을 해야 한다.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돼도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미미한 면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 재정이 지원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책임의 무게는 일단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로 기울어지고 있다. 물 관리 일원화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수량, 수질, 재해예방 등 대부분의 물 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일원화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섬진강댐, 합천댐, 용담댐 등은 지난달 7일에서 8일 사이 집중호우가 예상됐음에도 예년 수위에 비해 많은 물을 저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매뉴얼과 댐관리 규정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섬진강댐은 8일 오후 홍수기 제한수위(196.5m)를 넘긴 197.89m를 기록했다. 용담댐은 홍수기 제한수위(261.5m)를 수차례 넘겼으나 예비방류에 소홀했다. 오히려 초당 300톤 남짓한 방류량을 45톤으로 줄이기도 했다. 결국, 이 댐들은 홍수기 예비방류를 하지 않은 탓에 집중호우가 내리자 갑작스러운 대규모 방류에 나서게 됐다.

이에 수해 대응 시스템을 재점검해 재발방지에 나서야 된다는 여론도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수해 발생 원인을 신속히 조사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환경부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과 함께 충남도청을 방문해 정부 차원의 피해복구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신속한 조사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약속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학적인 수자원관리 및 재난 지원 현실화를 강조했다. 정 총리는 앞서 10일 전북 남원 수해피해지역을 방문해 “언제 어느 때에 어느 정도의 물을 방류할지 면밀하게 과학적으로 살펴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3일엔 전북 진안군 용담댐을 방문해 “전문가들이 조사해 귀책사유가 있는 부분은 적절하게 조치하겠다”라며 “다목적댐이 본연의 기능을 하면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과학의 도움을 받아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시설점검과 댐 운영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1일 성명에서 “낙동강 ‘모래제방’이나 제방고를 법적 기준 이하로 낮춘 섬진강 교량 등과 같은 부실한 시설 관리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시설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그간 다목적댐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그 한계를 여실히 확인했다. 결국 댐이라는 구조적 대책 역시 적절한 홍수터나 지방상수원 보전이란 비구조적인 안전판이 없으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경부가 출범한 홍수대책기획단은 더 이상 댐과 제방으로만 답을 찾아선 안 된다. 물을 가두기보다 적정한 공간에 안전하게 홍수가 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