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 제대로 챙기나, 나도 서운함 크다”

[인터뷰] 정현찬 신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밭에서 일하다 농특위원장 내정 소식 들어
공익직불제, 신청 당사자로 문제점 잘 알아
한국판 뉴딜, 완성형 아닌 채우고 만들어야

  • 입력 2020.07.26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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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민운동 40년 경력의 소위 ‘강성’ 농민운동가 정현찬 전 농민의길 상임대표가 지난달 25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에 취임했다. 평생 농사를 지었고 아스팔트 농사로 이력을 빼곡히 채운 그가, 농특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곳은 전남 화순 집 근처 고추밭에서였다. “농특위를 현장성 있게 이끌어 가라는 것이 대통령 의중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정현찬 농특위원장은 지난 21일 농특위 대회의실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평생 농민이자 농민운동가로 살아온 정현찬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정에 대한 소신과 농특위 운영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평생 농민이자 농민운동가로 살아온 정현찬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정에 대한 소신과 농특위 운영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사일 하다 청와대 연락을 받았다고 들었다.

경남 진주에서 전남 화순으로 이사를 했다. 집 근처 고추밭에서 일을 하다 오후 5시경 청와대 전화를 받았다. 두고두고 뼈아픈 백남기사건이 터졌고 가톨릭농민회 회장도 하고, 지역에 내려가 농사 2년 짓다가 다시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대통령의 뜻을 모두 헤아리진 못해도 농민인 내게 책임을 맡긴 것은 ‘농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농특위를 운영하라는 것’ 하나라고 본다.

현 농특위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 기대가 꺾이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정부 농특위가 어려움 끝에 설치근거가 되는 법이 통과됐고, 박진도 전 위원장의 고생도 참 많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남은 것들은 제 몫이라고 생각하고 전임자가 만든 틀에 덧붙여 소통하는 농특위를 운영하려고 한다. 나를 강성 농민운동가로 보는데, 지난 40년 간 숱한 대정부 투쟁과 요구들을 많이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입장이 농특위원장이 됐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다만 소통의 장을 만들지 않고 일방적 주장만으로 문제를 풀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농민이 바라고 국민이 바라는 농업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분과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의 사표를 받았다고 하는데, 농특위 운영 쇄신을 위한 것인가.

현장성을 강화하면서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여러 운영방안을 논의 중이다. 각 분과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의 사표가 제출돼 있고, 인사와 관련해서는 이달 말 경 확정할 계획이다.

공익직불제 신청이 지난달 종료됐다. 농민들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농특위에선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직전 3년 직불금 1회 이상 신청 농지’ 조건이다. 아직 농특위 입장으로 정리한 것은 아니고 개인적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나조차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당사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부정수급을 막고 예산 한계 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 법이 바뀌면서 공익직불제를 받지 못하게 된 부분은 구제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1월 전주서 열린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서 대통령이 농정개혁방향 5가지를 제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행계획서’ 진행상황은 어떤가.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이행계획서는 농식품부, 청와대, 농특위 등이 참여해 지난 3월 말 경 기초안을 만들었다. 구체화하던 중에 코로나19 대책을 마련하고 한국판 뉴딜 대책 등 굵직굵직한 과제가 더 급한 불이 돼 중단상태가 됐다. 현재 보완하고 다듬는 중이다.

평생 농민이자 농민운동가로 살아온 정현찬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정에 대한 소신과 농특위 운영 방안 등을 설명했다.  한승호 기자
평생 농민이자 농민운동가로 살아온 정현찬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정에 대한 소신과 농특위 운영 방안 등을 설명했다. 한승호 기자

 

우리 농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꼽는다면.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위해서도, 농민들이 계속 농사를 짓기 위해서도, 가장 근본 과제가 소득문제라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제일 힘든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다. 농사를 더 늘려도 생산비가 보장이 안 되니 결국 떠나는 농촌이 되지 않나. 농산물 가격안정과 유통문제를 올해 안에 바람직한 방향을 도출하고, 본회의 의결까지 속도를 냈으면 한다. 내년부터는 현장에 적용 가능한 방안들이 가시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판 뉴딜이 앞으로 예산과 정책을 주도할 텐데 농업분야가 빠졌다. 청와대 농해수비서관-농식품부-대통령직속 농특위까지 구성돼 있는데도 농업 소외가 반복되고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나를 비롯해 이 정부가 과연 한국농업을 제대로 챙기는 건가, 걱정은 하는 건가, 서운함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는 30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과 공동토론회를 할 건데, 농어업 쪽의 균형발전에 대해 논의를 모은다. ‘한국판 뉴딜, 농어민과 지역이 답하다’는 주제로 상심을 넘어 계속 발전하는 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힘을 모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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