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밥의 이미지를 높이자

  • 입력 2020.07.26 18:00
  • 기자명 심증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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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고깃국에 쌀밥’은 5,000년 동안 우리 민족의 염원이었다. 구한말 외국인 선교사가 찍은 사진에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큰 그릇에 밥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밥이 중요했다. 하지만 쌀은 항상 부족했다. 특히 일반 백성들은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 음식을 보면 우리 민족의 궁핍함이 잘 드러난다. 비빔밥은 부족한 쌀 대신 채소를 넣어 양을 늘렸다. 한 움큼의 쌀로 죽 한 그릇을 만들어 먹었다. 국에 밥을 말아 먹은 것도 적은 양의 밥으로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밥상에 반찬이 많은 것도 부족한 밥을 대신해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건강식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불과 40년 전만 해도 배고픈 우리 민족의 궁핍한 밥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먹을 것이 흔해지면서 밥(쌀)이 천대를 받고 있다. 심지어 탄수화물은 비만의 주범이라 낙인 찍혀 밥을 적게 먹는 게 미덕이 됐다. 쌀 소비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1인당 쌀소비량을 보면 1989년에 121.4kg이었으나 2019년에는 59.2kg으로 줄었다. 30년 만에 절반이하로 줄어 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밥 힘으로 산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쌀은 여전히 주식이다. 이제 밥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5,000년간 우리 민족이 먹어온 밥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집밥 보다 식당밥을 많이 먹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식당밥을 보다 맛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쌀 소비 일선에 있는 식당을 적극 지원해 밥의 이미지를 높일 것을 제안한다.

식당밥은 맛이 없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팔도록 해야 한다. 가령 ‘밥이 맛있는 식당’을 지정하고 지원하자. 2017년부터 관련 사업을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가 하고 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밥이 맛있는 식당’으로 지정되면 장사가 훨씬 잘될 정도로 사업을 바꿔보자.

구한말 도포를 입고 머리에 작은 갓을 쓴 사람이 개다리소반에 올려진 고봉밥을 먹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우선 식당에서 사용하는 공기그릇을 없애자. 1970년대 쌀이 부족하던 시절 잔반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공깃밥’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식당밥으로 건재하다. 공깃밥의 이미지는 ‘1,000원짜리 밥’, ‘싼 밥’, ‘온장고에 오래 보관해 냄새가 나는 밥’ 이런 것들이 아닐까. 고급식당에서도 밥은 공깃밥인 경우가 많다. 이제 공기그릇을 버리고 격이 있는 밥그릇에 밥을 담아내도록 하자. 그래서 밥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식당에서도 바로 한 밥을 그때그때 낼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식당에 돌솥밥 등 즉석에서 밥을 할 수 있는 도구를 보급하자. 공깃밥 보다 돌솥밥이 더 맛있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몇 가지만 바꿔도 집밥 보다 더 자주 먹는 식당밥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 매일 먹는 밥이 맛있어야 밥에 대한 선호도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맛있는 밥을 위해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재편돼야 한다. 밥이 아니어도 먹을 것이 넘치는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맛이 없으면 먹지 않는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필요 없다는 말도 있다. 밥이 맛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먹게 된다. 쌀 소비 촉진, 생활 속의 공깃밥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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