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안기원 기자]
충북도의회가 지난해 11월 주민발의된 농민수당 조례를 심의하지 않고 지난 21일 7월 회기를 폐회하려 하자 충북지역 농민들이 규탄시위에 나섰다. 단양군농민회 소속 유문철 농민은 박근혜 퇴진운동 당시 ‘전봉준 투쟁단’에 참여했던 트랙터를 9시간에 걸쳐 끌고 와 도청 정문을 가로막고 항의했다. 이에 정문이 한동안 폐쇄되기도 했다. 충북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홍성규)를 비롯한 농민들 40여명이 폐회식에 앞서 의회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려 하자 경비원들이 도의회 건물 출입을 막아 한참 동안 농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던 옥천지역 박형용 도의원은 농민들을 향해 “농민수당이 본회의에서 논의조차 된 일이 없는데 왜 이러느냐”는 발언을 했으며, 현장에 있던 옥천지역 농민은 “그게 바로 문제”라며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농민들의 항의에도 본회의 폐회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폐회식 후 박문희 충북도의회 의장은 농민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다음 회기인 9월에는 농민수당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의장 김도경)은 도청 정문 앞에 긴급히 천막을 설치하고 충북도지사의 결단을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김도경 의장을 비롯한 농민들이 꼬박 하룻밤을 거리에서 보내자 이튿날 아침 일찍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지사는 그간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보장제’를 고집하던 입장에서 물러나 “농민수당 도입에 적극 노력하겠다. 금액·지급방식·대상 등에 대해 실무진과 협의해 진행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입장변화에 전농 충북도연맹은 충북도의 공식 입장발표를 전제로 농성장 철수를 결정했다.
충북농민수당추진위원회는 충북도의회와 충북도가 전향적인 입장을 내 놓긴 했으나 아직 다음 회기인 9월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농민수당이 적법하게 심의·제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