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경영회생지원사업’, 재대출로 귀결되나
농어촌공사 ‘경영회생지원사업’, 재대출로 귀결되나
  • 장수지 기자
  • 승인 2020.03.0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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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농지 매도한 농민 약 50% 환매 포기 및 재대출
농민 “도움된 건 사실이나 결국 대출받아야 농지 환매 가능”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경영 회생을 돕기 위해 마련된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영회생지원사업을 이용한 농민의 절반가량이 환매를 포기하거나 재대출을 통해 농지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인천광역시 강화군 들녘에서 한 농민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경영 회생을 돕기 위해 마련된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영회생지원사업을 이용한 농민의 절반가량이 환매를 포기하거나 재대출을 통해 농지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인천광역시 강화군 들녘에서 한 농민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09년 충남 논산시 연무읍의 농민 A씨는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 공사) ‘농업경영회생지원사업’으로 농지은행에 농지 6,500평을 매도했다. 지난해 환매 보장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전체 중 2,500평을 다시 사들였고, 그마저도 구매를 위해 다시 빚을 져야 했다.

A씨는 “2009년 공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집으로 돌아갈 당시 주머니엔 단돈 천원뿐이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까지 팔게 됐지만 빚을 전부 갚진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97년 귀농 후 친인척 및 부모님 명의의 농지 2만평 정도를 농사짓던 A씨는 바닥을 치닫던 쌀값에 판로마저 여의치 않게 되며 많은 빚을 지게 됐다.

당시 농지 매매로 인한 양도소득세가 A씨에게 부과됐고, 카드빚 등 제2금융권 채무는 부채로 책정되지 않은 탓에 빚을 갚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농지를 매도한 이후부터 A씨는 본인 소유였던 농지를 공사로부터 임차 받아 농사를 지었고, 건설현장 일용노동직까지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농업소득에 농외소득까지 모아 1년, 2년을 버티다 보니 남아있던 빚도 거의 갚게 돼 환매 보장 종료 시점인 지난해엔 농지 2,500평을 되찾을 수 있었다.

A씨는 “농어촌공사 경영회생사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나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경영 회생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A씨는 “카드빚이 부채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최장 10년까지 환매가 보장됨에도 매도 당시 적지 않은 금액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게 큰 부담이었다. 또 6,000평 중 4,000평을 포기했음에도 2009년 당시 1억9,000만원이던 2,500평의 농지를 2019년 2억1,000만원에 매입해야 했다”며 “그간 공사에 임차료를 내며 농사를 지었다. 10년간 명의만 공사로 바뀌었던 것뿐인데 공사는 10년 동안 농지가격의 1%에 해당하는 임대료와 2,000만원을 벌고 나는 농지를 다시 구매하기 위해 결국 대출을 또 받게 됐다”고 전했다.

2009년 약 5억원에 달했던 A씨의 부채는 2019년 약 2억1,000만원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A씨는 4,000평의 농지를 잃었다. 2009년 A씨가 매각한 4,000평 농지의 감정평가액은 약 2억4,000만원으로 확인됐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경영회생지원사업 환매율은 83.9%에 달한다. 2009년 경영회생지원사업으로 공사에 농지를 매도한 농민 100명 중 84명이 2019년에 농지를 재구매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사 자체 조사 결과 환매에 성공한 농민 중 30~40%는 농지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84명 중 약 34명이 다시 빚을 지게 된 것인데, 앞서 환매를 포기한 약 16명의 농민을 포함하면 전체의 절반 정도가 ‘경영위기에 처한 농민의 농지 등을 농지은행이 매입하고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갚은 후 경영정상화를 유도한다’는 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조세 형평을 위해서도 양도소득세는 부과하는 게 맞고, 납부한 양도소득세는 환매 시 환급받을 수 있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을 경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같은 이유로 환매 시 농지 가격은 감정평가액 또는 매입 당시가격에 3% 이자율을 합산한 가격 중 낮은 금액을 채택하게 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2016년부터는 제3금융권 채무까지 부채 산정에 포함하고 있다. 다시 대출을 받아 환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매대금 수시납부 및 부분환매 등 개선된 제도를 활용해 매도 후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농지를 환매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업이 도입된 2006년 이후 환매율이 8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기관 내에선 정책사업 취지에 맞게 잘 지원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민 편에서 지속적으로 구조를 개선해 위기에 처한 농민들의 경영난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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