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정감사 - aT] 평이한 수준의 ‘업무감사’ … 긴장감 없었던 aT 국감

단순 업무점검·가벼운 질책들
농산물 수출 관련 질의 많아

  • 입력 2019.10.20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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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이병호, aT) 국정감사는 비교적 긴장감 없이 진행됐다. 같이 감사를 받은 한국농어촌공사·한국마사회에 경영 문제와 업무상 비리 의혹 등 폭넓은 질문이 등장한 반면 aT엔 고유 업무에 관한 점검과 질책이 주를 이뤘다. 피감기관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평이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병호 사장은 특유의 침착한 말투로 다소 원론적인 답변들을 이어갔다.
 

지난 17일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 출석한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이병호 aT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 출석한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이병호 aT 사장(앞줄 왼쪽부터)이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산물 수급불안 … 수출 분발해야

가장 많은 질의가 집중된 분야는 농산물 수출이다. 연초부터 거의 모든 농산물이 폭락해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조금이나마 수급의 숨통을 틔워줄 농산물 수출에 의원들은 저마다 큰 관심을 보였다.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3,000여톤에 그쳤던 양파 수출이 올해 4만톤으로 늘었다”고 aT를 격려하며 “베트남 등에 충분히 수출할 수 있는 시장기반이 된다는 걸 확인한 만큼 앞으로 물류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산물 수출실적 중 진짜 지원해야 할 신선농산물은 18.4%고 가공식품이 81.5%다. 매년 지적받고 있으면서 왜 안 바뀌나”라며 신선농산물 수출확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손금주 무소속 의원은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 대중국 쌀 수출실적이 거의 없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병호 사장이 국내쌀값 상승과 2017년 사드 문제를 들어 해명하자, 손 의원은 “단기적 원인인지 중국인들의 취향 등 시장조사가 잘못된 건지 진단이 필요하며 가공품으로의 수출확대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이병호 aT 사장.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이병호 aT 사장.

격려 섞인 지적이나 가벼운 질책이 주를 이뤘지만 가끔은 좀더 강도 높은 비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종회 무소속 의원은 2016~2018년 aT가 K-Food 박람회로 8,400억원의 큰 성과를 냈다 홍보했지만 실제 수출 성사 금액은 25억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행사 개최비로 수십억원, 바이어 숙박·교통비로 2억원 이상을 쓰면서 10억원 남짓, 혹은 1억원대 수출성과를 낸 행사들도 있었다.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던 중견기업에 수출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 없이도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다. aT가 사업실적을 담보하기 위해 이들을 ‘모셔온’ 게 아니냐”고 꾸짖었다.

농민들에겐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관심사겠지만, 수입에 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뜸했다. 강석진 의원은 “콩 소비량 40만톤 중 국내생산이 10만톤이다. 자급률을 높여가야 하는 게 과제다. 국산콩은 쌀 생산조정제로 생산이 2만여톤 늘어났고 좀더 늘려도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으며, 이 사장은 이에 공감하며 “올해 1만9,000톤의 국산콩 수매계획을 더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서삼석 의원은 “1995년 농산물 개방 이후 관세율이 낮은 냉동고추가 들어와 고춧가루로 유통되거나 국산으로 둔갑하고 있다. 폭리를 취할 목적으로 들여온 냉동고추가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데 정부나 당국은 눈으로 보면서도 하는 게 없다”고 고질적인 냉동고추 수입 문제를 짚었다.


로컬푸드·eaT·친환경 화두도 등장

대부분의 질의가 농산물 수출과 수입에 몰린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독자적인 주제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컬푸드 직매장 지원사업 문제를 끄집어냈다. 김 의원은 “로컬푸드 지원금이 농협 로컬푸드에 많이 가고 있는데, 농협 로컬푸드와 비농협 로컬푸드를 비교해 보면 유통비용 절감도,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일자리창출 효과도 비농협이 월등히 높다. 농협 위주의 로컬푸드 지원을 재고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사장은 “농협 외 협동조합들과 사회적경제 등에 가점을 주고는 있지만 지역에서 농협이 차지하는 비중이 있어 배제할 순 없다”며 “비농협에 5% 가점을 주고 있는데 그것을 더 높여가겠다”고 답했다.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 이슈 중 하나였던 eaT(aT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 문제를 되짚었다. 박 의원은 “식재료 사고가 늘어나니 영양사-업체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영양사들은 aT를 믿고 거래하는데 aT가 너무 무책임하다 말한다”고 지적했다. aT 역할의 한계를 말하는 이 사장의 항변에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aT에 공급업체를 지정할 권한이 있으니 법 개정이 없어도 의지만 있으면 관리가 가능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전엔 aT 업무보고 자료에 친환경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신선채소·식품에 대한 얘기밖에 없다”며 친환경농업에의 관심을 주문했다. 오 의원은 “2013년 10만3,000가구였던 친환경농가가 지난해 5만7,000가구로 반토막났다. aT에서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농가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aT가 우리 정부의 정책과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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