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정감사 - 제주도] 태풍피해 농민들 주시 속에 이뤄진 제주도 국감
[2019 국정감사 - 제주도] 태풍피해 농민들 주시 속에 이뤄진 제주도 국감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9.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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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세 차례나 들이닥친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제주지역 농민들이 지난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해상물류비 국비 지원, 수입농산물 검역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세 차례나 들이닥친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제주지역 농민들이 지난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해상물류비 국비 지원, 수입농산물 검역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아침, 제주도 농민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였다. 일부 농민들은 상복을 입고 있었다. 이날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원희룡) 국정감사가 있는 날이었다. 2년째 이어지는 농산물 가격 대폭락과 올해 연이어 들이닥친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제주 농민들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주농산물 해상물류비 국비지원 △검역체계 강화 통한 수입농산물 유통 규제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침 9시 30분, 농해수위 국회의원들이 도청 앞에 도착했다. 농민들은 의원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전달했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열린 제주도청 국감은 절박한 상황에 빠진 농민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열렸다.

상복을 입은 송인섭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이 국정감사를 위해 도청에 도착한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상복을 입은 송인섭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이 국정감사를 위해 도청에 도착한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특별재난지역 기준’ 개정 합의

제주도 국감의 주요 현안도 농민들이 제기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문제 및 해상물류비 지원문제였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달 동안 이어진 태풍과 집중호우로 약 207억~208억원의 농작물 피해와 약 16억원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 정도면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럼에도 현재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은 90억원 이상의 시설물 피해를 기준으로 삼으며, 농작물 피해는 선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에 대해 “정부에 건의는 했는데 지자체 건의만으로 정부가 움직이긴 어려운 만큼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이날 오 의원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고광덕 (사)제주당근연합회 사무국장이 현재 제주도 농가의 피해상황을 증언했다. 고 사무국장은 “7월부터 집중호우로 밭 경계가 무너지고 저수지가 넘쳐 밭 전체를 침수시켰다. 최근엔 우박까지 내렸는데 우박에 맞은 작물 잎이 분쇄되다시피 할 정도로 경작지가 쑥대밭이 됐다”고 한 뒤 “우리 영농법인의 경우 당근은 90%, 감자는 100% 폐작하게 됐다. 무는 이번달에 이르러 파종했는데 지금에서야 아기 손톱만큼 발아했다. 생육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 말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 개정 필요성은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농해수위 의원들은 오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 개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했다.

15일 제주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고광덕 (사)제주당근연합회 사무국장이 집중호우 및 태풍으로 인한 농가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15일 제주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고광덕 (사)제주당근연합회 사무국장이 집중호우 및 태풍으로 인한 농가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해상물류비 부담 완화해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민들의 해상물류비 부담 가중 문제를 지적했다. 박 의원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도서지역 농산물 해상운송 예산 41억9,000만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음에도, 기재부는 다른 도서·산간지역과의 형평성에 안 맞는데다 조건불리직불금과 중복 지원될 수 있다며 예산을 삭감시켰다”며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할 거면 타 지역에도 더 지원하면 되고, 조건불리직불금은 공익형 직불제와 통합될 상황인 만큼 해상운송비 문제는 별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제주도에서 1년에 4억5,000만원의 해상물류비 지원 시범사업을 벌이는데, 시범사업을 더 확대해 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ASF 차단 위해 만전 기해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한 제주도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16년 6월 제주도에서 돼지열병(CSF)이 발생해 사육돼지 1,415두, 도축지육 3,393두를 살처분한 바 있는데, 이때 중국인 관광객 증가 과정에서 해외불법 휴대 축산물을 갖고 왔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며 “CSF는 ASF와 가장 유사한 질병으로 감염경로와 증상이 비슷하다. ASF 확산 시 도내 277개 농가의 돼지 53만두가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되는 건 불보듯 뻔한 만큼, 중국으로부터의 ASF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철저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제주항, 제주공항에서의 해외 불법휴대축산물 적발 현황을 보면 2015년 4,565건에서 올해 9월 1만2,548건으로 4년 동안 약 3배 증가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 각각 중국 지린성과 저장성에서 제주공항으로 입국하던 여행자가 소시지를 들여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외국에서 직접 제주항으로 들어오는 화물은 없다. 목포나 부산, 인천 등을 거치면서 검역과정을 밟고 온다”고 한 뒤 “ASF 이후 항만검사와 화물, 사료에 대한 방역도 몇 단계 강화해 운영 중”이라 답했다.

미하야, 아스미가 뭐에요?

박완주 의원은 제주 감귤종자의 98%가 미하야, 아스미 등 일본산 종자인 상황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질의에 앞서 원 지사에게 “미하야, 아스미가 뭔지 아냐”고 묻자 원 지사는 모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 동안 개발된 국산 감귤 품종이 5가지인데 그 중 2가지만 보급됐을 뿐더러, 이걸 재배하는 면적은 17ha로 전체 감귤 재배면적의 2%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이런 식으로 일본에 종자 로열티 갖다주는 일은 멈춰야 한다. 이 문제는 종자주권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하에 국산종자 개발 노력에 박차를 가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천 제주도 농업기술원장은 이에 대해 “여전히 일본산 품종이 대부분인 건 사실이나, 제주도에서도 품종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품종개발에서 보급에 이르는 과정이 아무래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 답했다. 원 지사는 “감귤농가의 아들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2공항 반대주민들이 ‘시위꾼’?

현재 제주도의 가장 큰 갈등요인인 제2공항 문제는 농해수위에서도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이날 가장 문제시될 발언이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에게서 나왔다.

김 의원은 원 지사에게 제2공항 추진 현황을 물었다. 원 지사는 “원래 절차대로 제2공항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의 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대론자들 이야기만 들었다면 오늘날 제주도가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2공항 추진)반대론자들은 직업이 시위꾼들이다. 이런 부분에서 (공항 추진 입장이)뚫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영훈 의원은 제2공항 건과 관련해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주민 동의를 얻으며 결정하겠다는 게 대통령 약속”이라는 당정 협의결과를 언급하며 “제주도가 도민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국토교통부에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도민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에 제안하는 건 지금까지도 해 왔고 앞으로도 하겠지만, 찬반 여론을 숫자로 세서 국토부에 낸다는 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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