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정감사 - 농협] 국정감사 중에 피감기관과 식사가 웬 말?

김병원 회장 칭찬으로 점철된 농협 국정감사 … 20대 마지막 국감 분위기에 송곳질의 실종

  • 입력 2019.10.13 18:00
  • 수정 2019.10.17 11:59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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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8일 치러진 농협 국정감사가 이렇다 할 화제를 낳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인데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임기가 6개월 밖에 남지 않아 의원들의 질의가 국정감사라는 이름에 걸맞는 날카로움을 보이진 못한 까닭이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위원장은 국정감사 여는 발언을 통해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을 완료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그 변화로 농협 임직원들이 농촌 현장에서 농심에 집중한다던지, 농협 정체성 회복 운동을 통해 실질적인 농민 지원에 힘쓰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경제사업 활성화와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황 위원장은 또한 “오늘 국정감사를 통해 날로만 깊어져가는 농가 시름을 극복하고 농협이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자주적이고 책임성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치러진 농협 국정감사는 황 위원장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지난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겨놓은 김병원 회장에게 여야 의원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김 회장이 고개를 숙이며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겨놓은 김병원 회장에게 여야 의원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김 회장이 고개를 숙이며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 큰 관심 불구, 상식 벗어난 피감기관과의 식사

이날 국정감사의 대표적 장면은 점심시간이다. 오전 질의를 마친 황 위원장과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피감기관 대표증인인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복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국회 앞의 한 식당에서 1인당 3만원짜리 오찬을 나눴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선 지난 2016년 9월 “국정감사는 국회가 매년 국정 전반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활동이므로 감사기간 중에 피감기관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3만원 이내의 식사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다만, 국정감사 기간이 아닌 회기 중에는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3만원 이내의 식사는 허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정감사 기간 중엔 의원들과 피감기관과의 식사 자체가 부적절 행위라는 것이다.

한 참석 의원은 “일상적으로 회의가 끝나면 식사를 하는 의례적 자리일 뿐, 계산도 따로 했다. 특별한 얘기가 오가지도 않았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확인 결과 30여명의 식사비로 102만원이 나왔고, 결제도 따로 했다. 하지만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생각한다면 국정감사 당일 피감기관과의 식사자리는 상식에서 벗어나 보이는 게 사실이다.

김병원 회장에 대한 용비어천가 ‘눈살’

대표적 장면에서도 예견할 수 있듯 이날 국정감사에선 송곳같은 질의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김 회장에 대한 의원들의 끊임없는 칭찬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국정감사를 정회하자 의원들은 “혼을 내야지 칭찬만 하면 어떻게 하냐”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거나 “국정감사장에서 칭찬을 받은 증인은 김 회장이 처음”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칭찬엔 여야도 없었다.

김종회 무소속 의원·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협동조합의 노벨상이라는 로치데일공정개척자 대상 수상자로 김 회장이 선정된 데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넸다. 황 위원장도 “김 회장의 수상은 대한민국 농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개인의 수상을 넘어 전국의 지역농협에서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농자재 가격 인하 등을 추진한 김 회장의 활동을 칭찬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 정책의 빈 공간을 메꾸는데 농협이 큰 역할을 했다”며 “특히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여부를 떠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전 임직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강원도 속초·고성·양양을 지역구로 둔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원 산불 피해가 컸는데 정부 대책의 90%가 농협 대책이었다. 주민에 큰 힘이 됐다”며 “농협은 지역농민에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 회장은 지난 4년간의 활동에 대한 소회를 묻자 “농산물 유통 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점 등 다소 후회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의원은 “잘했다, 한 번 더 하라”며 박수를 쳐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물론 김 회장은 역대 회장과는 다르게 왕성한 활동력으로 농촌 현장 중심, 농협 정체성 복원 등에 힘을 쏟아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의원들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시상식장이 아니다. 한 의원이 다른 의원에게 “얼마나 용비어천가를 하려고 하나”라며 핀잔을 주는 모습은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에게 쏟아진 칭찬이 과했음을 보여준다.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 나이트까지 … 농협 책임판매 비율 향상 주문도

맥빠진 국정감사였지만 의원들의 질의 가운데 농협의 여러 병폐도 확인됐다.

이양수 의원은 이날 농협중앙회 및 자회사 등에서 5,000~6,000장의 법인카드로 1년에 2,000억원을 사용하는데 이 중 일부가 노래방이나 유흥주점, 나이트 등에서 부적절하게 쓰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의원에 의하면 한 계열사의 감사 직원은 당구비까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또 골프장에서 골프공을 사 선물한 경우도 확인됐다. 또한 이 의원은 농협이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인 농협몰의 농축산물 판매수수료가 8%로 굉장히 높게 책정돼 있다며 이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찬 의원은 적자를 보는 농협 해외지사의 폐쇄를 주문하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골프장 회원권 전량 매각을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농협의 농산물 책임판매 비율 향상도 주문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농산물 유통에 앞장서야 할 농협이 25%의 계열사 구내식당 운영을 원산지 확인이 사실상 어려운 대기업에 위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문제로 지적된 장애인 고용률 증대와 여성 임원 비중 확대를 주문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민 재해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농업인안전보험 가입률을 60% 수준에서 70~80% 수준으로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무인헬기 209대 중 일본산이 90%인 188대고 국산은 10%인 21대”라며 “일본산 무인헬기는 전범기업인 야마하에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회 의원은 금품선거로 얼룩진 조합장선거를 예로 들며 농협 선거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농협 운영 대안 제시도 이뤄져

의원들은 이날 대안 제시에도 무게 중심을 뒀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에 온라인농산물공판장을 제안했다. 온라인으로 하면 도매시장 운송을 생략해 물류비가 절감되고, 상하차 단계를 축소해 신선도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제주농산물 산지전자경매를 사례로 들었다. 박 의원은 또한 쌀 미질 향상을 위해 노후 RPC(미곡종합처리장) 현대화도 주문했다.

서삼석 의원은 영암농협의 경관직불금 사업을 사례로 들어 지자체와 농협의 협치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진 의원은 “미래농업을 이끌어 갈 청년농민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연구팀 구성을 제안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지역농협의 건물이나 창고가 문화유산적 가치가 있다”며 “이를 유지해 농촌의 활기를 만드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협 국정감사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밋밋했던 가운데 황 위원장이 국정감사 종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무난하게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걸 자평하듯 증인석에 앉은 60여명의 농협 임직원은 박수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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