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한 전국단위 품목조직 출범

농민 자주적 의지 모여 결성 … 규모 미비하나 유일무이한 성격

  • 입력 2019.09.22 18:00
  • 수정 2019.09.22 18:4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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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품목조직 출범을 선언한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창립총회가 지난 4월 전남 함평에서 열렸다. 권순창 기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품목조직 출범을 선언한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창립총회가 지난 4월 전남 함평에서 열렸다. 권순창 기자

 

‘재배 농민 스스로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의지가 모여 전국단위 채소 작목별 농민조직이 출범했다. 전국단위로 구성된 양파·배추·마늘 등의 품목조직은 농민들이 직접 품목을 대표하는 주체적 성격을 담고 있어 여느 농민단체에 견줘도 대체 불가하다.

지난 4월 15일 처음으로 품목조직 출범을 선포한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는 전남과 전북, 경남 3개 지역에 광역지부를 두고 있다. 전국적인 농민조직이지만 9월 기준 협회 회원은 1,000명 수준이다. 그럼에도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전국 농민이 모인 유일한 조직이며, 올해 안에 제주와 경북·충남지부 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월동배추 가격 하락 직격을 맞은 전남에선 지난 5월 7일 전국배추생산자협회(회장 김효수, 배추협회)를 조직했다. 배추협회의 경우 전남과 충북·강원지부로 구성되며, 회원 수는 1,300명 정도다.

이무진 배추협회 정책실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대개 농협 등의 기관을 중심으로 생산자 조직이 이뤄졌다. 품목조직은 재배 농민 중심의 자주적 성격을 띠므로 다른 견해나 입장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또 작물별로 적기적시에 필요한 정책을 요구하기 수월한데다 현장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어 정부나 농협 등도 품목조직의 제안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파와 더불어 사상 최고 수준의 작황으로 폭락을 경험한 마늘 역시 지난 8월 21일 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 마늘협회)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준비위원회 단계부터 상경집회에 참여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 마늘협회는 충남과 경북, 전북, 제주 등 4개 지역에 지부를 갖췄으며 경남지부 결성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 안으로 전남 합류가 가시화돼 3,000여명의 회원은 5,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강창한 마늘협회 사무총장은 “품목조직은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이 스스로 수급조절에 참여하겠단 의지를 모아 창립됐다. 일반 농민단체와 견줘 특정 작물에 집중할 수 있고 한지형과 난지형, 남도마늘 등 품목별로 세분화된 정책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라고 강조했다.

규모로 볼 땐 아직 다소 미흡하지만 특정 작목을 대표하는 품목조직의 출범은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더욱 실효성 있게 실현되도록 생산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임에 틀림없다. 올해 유례없는 가격폭락을 겪은 양파만 하더라도 품목조직인 양파협회가 지상부 도복 시 산지폐기 등에 어려움을 겪는 작물의 특성을 반영해 생육 이전 산지폐기를 추진하고자 노력했다.

또 산지폐기 등 정부 수급대책이 현장에서 실행될 때 농협 계약재배 물량이 선순위로 배정되며 계약농가의 나머지 물량이 다음 순위로 정해짐에 따라 비계약농가의 폐기 참여가 어렵고, 계약농가의 저품질 농산물이 폐기되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한 본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양파협회는 이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을 지속했다.

이렇듯 품목조직은 작물과 농업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수급정책과 그 효과를 향상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또 품목조직 대부분이 최근 지역 범위를 넓히고 있어 정부와의 교섭력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생산자 조직으로서 정부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할 품목조직의 성장과 앞으로의 정책 참여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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