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품목조직 안중 없이 정책 일방통행 고수

현장 농민 참여 찾아볼 수 없는 ‘채소산업발전기획단’
지역 순회 ‘재배면적조절 협의회’도 요식행위에 그쳐

  • 입력 2019.09.2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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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국양파·마늘·배추생산자협회 등 농산물 수급정책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품목조직들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품목조직들은 이번 정부 수급 실패와 관련해 현장 중심의 정책적 제언을 지속하고 있으나,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들 조직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수급정책에 대한 현장 농민의 입장을 전달했다. 정책 참여 의지 또한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품목조직들은 생산비 보전을 담보한 농협 계약재배를 전체 물량의 50% 수준으로 확대해 유통 상인에게 뺏긴 수급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예산 확충을 동반해 가격안정제 물량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수급대책의 바탕이 되는 통계 자료 불확실성을 제고하고 수입 가공 농산물에 대한 자급률 확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현재로서 유일무이한 품목조직들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급대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언하고 있으나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농민들 요구에 아랑곳 않는 듯 지난 6월 농식품부는 채소 수급안정 및 유통구조 개선을 주요 업무로 하는 ‘채소산업발전기획단’을 구성했다.

농식품부는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산지격리를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이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단 입장을 전했으며, 기획단을 통해 기존 수급안정 정책의 한계를 분석하고 지자체와 농민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획단 어디에서도 생산자 입장을 대변할만한 단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획단은 정부와 산하 연구기관,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으며, 생산자단체 자문단 역시 형식적인 수준이었다. 생산자 의견을 수렴할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품목조직은 생산자 대표로서 농식품부 정책 논의에 참여하겠단 의지를 재차 전했다. 어렵사리 농식품부와의 회의를 마련했으나 지역농협 조합장들만이 대거 참석해 그 의미가 희석됐고, 농식품부가 농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추가적으로 진행한 지역별 순회 재배면적조절 협의회 또한 요식행위에 그쳤다.

지역순회 재배면적조절 협의회는 특히 농민들의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협의회라고 하지만 사실상 지자체 공무원과 농협 담당자에 면적조절을 강요하는 설명회에 불과했으며, 양파·마늘협회 등이 스스로 참석하지 않았다면 농민들은 해당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울러 품목조직 등 농민 참여가 그나마 활발했던 전남 협의회에서도 생산자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예산투입 등 면적조절의 세부적인 방법이나 전환 작목 쏠림현상으로 인한 가격 하락 방지 대책 등은 언급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해 강선희 전농 부산경남연맹 조직교육위원장은 “품목조직이 직접 알아보고 참여하지 않았다면 농식품부가 그간 해왔던 것처럼 사전면적 10% 줄이는 계획에 지역별로 얼마씩 참여하라고 정리한 뒤 끝날 협의회였다. 이전하고 똑같이 농식품부 필요에 의해 농협을 생산자조직으로 간주해버리고 대외적으로 농민들이 사전 재배면적조절 협의에 참여했다고 알리는 식의 명분쌓기로 끝날 뻔 했다”고 전했다.

품목조직을 배제한 채 강행한 협의회는 결국 생산자가 똘똘 뭉쳐 만든 품목조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현재 양파와 마늘 모두 파종을 준비 중이거나 시작한 상황으로 농식품부 예측과는 다르게 농민의 자발적 참여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농산물 수급정책 추진에 있어 품목조직의 참여가 필수불가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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