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표적된 황금알 낳는 거위, 도매법인

안정적 수익·높은 영업이익에 먹잇감 전락 … 농민들 아랑곳없이 곳간 ‘탈탈’

  • 입력 2019.08.04 18:00
  • 수정 2019.08.04 21:2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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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이 안정적인 수익과 높은 영업이익을 노린 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도매법인이 갖춰야 할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대아청과가 호반그룹에 564억원에 매각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무·배추 경매장에 중도매인 명의로 건설사의 도매법인 매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이 안정적인 수익과 높은 영업이익을 노린 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도매법인이 갖춰야 할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대아청과가 호반그룹에 564억원에 매각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무·배추 경매장에 중도매인 명의로 건설사의 도매법인 매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도매법인) 매각 문제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대아청과가 호반그룹에 매각되면서다.

가락시장은 국내 도매시장 물량의 30% 가량을 취급하며, 농산물 가격 결정의 중심에 있다. 가락시장에서 도매법인은 상장 경매제로 출하자의 농산물을 판매한다. 그만큼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이로 인해 신규 진입도 제한적이다. 또한 경매장·사무실·주차장 등 필수시설의 경우 무상으로 제공하는 혜택도 누리고 있다. 물론 5년 단위의 도매법인 재지정 제도가 있지만 규제조항이 전무해 지정이 취소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

사실상 도매법인은 독점 영업권과 각종 특권을 보장받으며 안정적 소득구조와 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도매법인에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이로 인해 자본의 표적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물론 도매법인 매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대아청과를 제외한 서울청과, 중앙청과, 동화청과, 한국청과 등 4개 도매법인도 대기업 또는 사모펀드(私募fund)에 매각됐다.

땅 짚고 헤엄치는 도매법인

도매법인이 자본의 먹잇감이 된 이유는 안정적 수익구조와 높은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우선 도매법인의 안정적 수익구조는 출하 농산물의 경매 상장 수수료에서 나온다. 수수료가 5% 가까이 되는데 100만원을 팔 경우 5만원을 도매법인이 가져가는 것이다. 거래량이 늘수록 수수료 수익도 올라간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농민들이 농산물을 팔아달라고 오니 도매법인은 땅 짚고 헤엄을 친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거래량에 큰 차이가 없어서다. 이와 반대로 가격 폭등 시엔 이른 바 대박이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영업이익률도 높다. 도매법인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의하면 5개 도매법인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16.7%에 달한다. 업종 평균 대비 6.6배이며 일본의 동경도매시장 도매법인과 대비해도 2.2배나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도매법인별 총자산은 서울청과 709억4,700만원, 중앙청과 633억600만원, 동화청과 424억2,900만원, 한국청과 376억2,800만원, 대아청과 332억6,200만원이다. 당기순이익은 서울청과 48억200만원, 중앙청과 62억300만원, 동화청과 41억5,000만원, 한국청과 42억8,400만원, 대아청과 28억6,500만원이다.

단기 채무에 대한 상환 능력이 높고, 도매법인별 부채도 업종 평균보다 적다. 다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다소 감소했는데 이는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116억원 때문이다.

도매법인의 자본금이 50억원인데 매년 당기순이익이 50억원씩 나오니 단기간 내에 최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기업과 사모펀드 먹잇감으로

최근 대아청과는 호반그룹에 564억원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프라퍼티(옛 호반베르디움)와 호반건설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매입한 것이다. 호반그룹의 주요사업이 건설업과 부동산인 까닭에 농산물 유통업 진출은 의문을 자아냈다. 그 배경엔 가업 승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녀인 김윤혜씨가 호반프로퍼티의 지분 30.97%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앞서 5월엔 동화청과가 수산물 유통 전문기업인 신라교역에 771억원에 매각됐다. 양도차액은 184억원이다. 동화청과는 최근 5년 동안 3차례나 경영권이 변경됐다. 2010년 12월 동화청과를 280억원에 인수한 동부한농이 2015년 4월 사모펀드인 칸서스네오 1호에 양도차액 260억원을 남기고 540억원에 매각했다. 칸서스네오 1호가 2016년 4월 한일시멘트 자회사인 서울랜드에 양도차액 47억원을 남기고 587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서울랜드가 신라교역에 동화청과를 매각한 것이다.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가 94.9%의 지분으로 최대주주고, 중앙청과는 2008년 11월 대아건설에서 태평양개발로 280억원에 매각됐다.

매각 실태를 보면 도매법인이 농산물 유통 전문성이 없는 대기업에 넘어간 것도 문제지만 매매차익을 겨냥한 대기업이나 투기자본의 투기 및 영리 추구를 위한 장으로 변질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이로 인한 폐해도 큰 것으로 확인된다.

현금배당 잔치에 공공성 훼손까지

문제는 이익금이 농민이나 유통인에게 환원되지 않고 배당의 형태로 모기업 등 외부로 쉽게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5개 도매법인의 배당성향 평균은 33.2%다. 당기순이익의 33.2%가 현금배당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유사업종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지난해의 배당성향 평균은 무려 60.39%다. 지난해의 경우 5개 도매법인 당기순이익의 총액이 152억2,800만원인데 68억8,800만원이 현금배당으로 유출된 셈이다.

도매시장법인 대표가 2억~3억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급여를 받는 점과, 매각 가치를 높이는 이익잉여금을 과다하게 적립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최근 5년간 도매법인별 평균 이익잉여금(이익 중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적립한 과거 이익의 누계금액)이 343억원(총자산대비 67.7%)으로 업종평균 17.4%보다 월등히 높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도매법인이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이 출하선도금이다. 농민들이 도매법인에 출하를 약속하고 영농자금으로 미리 받는 게 출하선도금이다. 거래물량으로 보면 도매법인이 91.5%고 상장예외품목이 8.5%임에도 도매법인에서 지급하는 출하선도금이 상장예외품목을 거래하는 중도매인 지급분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수료에 포함시키지 않고 농민에게 전가해 논란이 된 표준하역비도 여전히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도매법인에게 특혜를 준 건 공공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요즘같이 출하 농가들이 농산물값 하락으로 어려울 때 가격을 보장하고 산지 포장 등 물류개선사업에 수익을 써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합해보면 도매법인은 자본시장화 됐고 전체적으로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 결국 공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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