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거머쥔 대기업들, 5년간 418억 ‘꿀꺽’

농민들 ‘최악의 폭락’ 겪은 2019년
도매법인은 144억원 ‘최대 돈잔치’

  • 입력 2020.04.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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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모여드는 곳,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수행하는 도매시장법인들이 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허나 농업과의 연관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달 30일 서울 가락시장의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이 싣고 온 농산물을 하역하려는 차량과 노동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한승호 기자
가락시장 5개 청과도매법인들이 주주인 대기업과 자본가들에게 지난 5년간 총 418억원을 배당했다. 전국의 농민들이 폭락에 신음한 지난해엔 144억원으로 오히려 배당을 급격히 늘리기도 했다. 한승호 기자

생산자·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 만들어진 공영도매시장이라지만 실상은 기업들의 ‘자본 농장’이나 다름없다. 가락시장 5개 도매법인들의 주주배당금이 5년간 4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가 농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와 대기업·자본가 주주들에게 들어간 돈이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안정적 수익구조와 기형적 영업이익률은 이미 유수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들은 단지 경매수수료를 걷는 단순한 수익구조로 연간 수십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매력적인 수익구조에 이미 태평양개발(중앙청과)·더코리아홀딩스(한국청과)·고려제강(서울청과)·신라교역(동화청과)·호반그룹(대아청과) 등 대기업 및 자본세력이 각 도매법인의 지배주주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다.

배당금 액수를 보면 기업들이 도매법인을 탐하는 이유를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지난 5년간(누적) 중앙청과는 172억원, 한국청과는 80억원, 서울청과는 66억원, 동화·대아청과는 각각 50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5개 법인 합계 무려 418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을 초과해 배당한 사례도 왕왕 눈에 띈다. 꼭 배당을 하지 않더라도 도매법인 인수와 되팔기를 통해 단기간에 수십억원 내지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기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지난해(회계연도)분의 배당금이다. 평균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은 중앙청과는 매년 23억원씩의 풍성한 배당을 해왔는데, 지난해엔 중간배당을 합쳐 무려 80억원의 배당을 터뜨렸다. 최근 몇 년 법인 인수·매각의 격랑 속에 배당금 0을 유지했던 동화청과도 신라교역 인수 직후 한번에 50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배당률 100%, 배당성향은 자그마치 237%에 달한다. 서울청과는 예년과 동일하게 14억원을 배당했다.

한국·대아청과는 지난해 배당이 없었다. 대아청과는 배추·무 등 특수품목 전문법인으로서 지난해 채소폭락의 직격탄(당기순이익 3억원, 전년의 8분의1)을 맞은 영향으로 보이고, 한국청과의 경우 사업확장을 위해 지난해 춘천중앙청과 주식을 사들인(14억원) 것과 관련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대아청과의 배당금이 0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개 법인의 배당금 합계는 144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는 양파·마늘·배추·무 등 농산물 전 품목에 걸친 최악의 폭락으로 농민들의 피해와 자살까지 속출한 해다. 농민들과 도매법인 주주기업들의 상황이 극명하게 대조되며, 이들 기업 ‘돈잔치’의 재원이 100% 농민들의 경매수수료임을 감안하면 더욱 불편한 그림이다.

도매법인 독과점 및 투기대상화 문제에 대한 개혁 이슈는 기득권과 농식품부의 반대 속에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회에선 지난해 관련법 개정이 시도됐지만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의원들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제21대 국회 구성의 판세가 크게 뒤집힌 상황에서 도매시장 개혁이 일정부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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