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직불금·농지 실태 … 농지개혁, 이제는 시작하자

[직불금 부당수령 고발대회] 기조발표

  • 입력 2019.07.14 18:00
  • 기자명 권순창·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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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부당수령과 농지 문제는 농촌에서 농사짓고 살아가는 농민들에겐 매우 민감한 화두다. 섣불리 얘기를 꺼냈다간 지역 구성원 간 반목과 불화의 불씨가 되며 자칫 자신의 임차농지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농민들 스스로가 그 불법의 굴레에 톱니바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막상 멍석이 깔리고 나면 가장 뜨겁게 농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이 이 주제다. 민감하고 위험한 화두임에도 그것을 그대로 묻어두기엔 너무나도 많은 불의와 폐해가 바로 그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직불금 부당수령 고발대회’ 역시 그랬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과 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농업법학회·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에선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올라와 직불금 부당수령·농지소유·농지임대차 등 지역의 목불인견 실태를 고발했다.
정부의 직불금 개편이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엔 여전히 부재지주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가 아수라장처럼 방치돼 있다. 농지개혁을 뒤로 미룰 여유는 더 이상 없다.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증명한 이날의 고발대회를 지상중계한다.

정리 권순창·한우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직불금 부당수령 고발대회에서 김선동 전 국회의원(왼쪽 두 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석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 김 전 의원,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경기농민 전용중씨, 충북농민 한연수씨, 제주농민 김대호씨.
지난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직불금 부당수령 고발대회에서 김선동 전 국회의원(왼쪽 두 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석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 김 전 의원,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경기농민 전용중씨, 충북농민 한연수씨, 제주농민 김대호씨.



“민족의 100년을 내다보고 농지개혁해야”
김선동 전 국회의원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는 농지제도의 허점으로부터 발생하는 내용이다. 현행 농지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집중할 수도 있지만, 지금 어려움에 처해 고사 직전에 있는 한국농업을 다시 한 번 살리는 방향으로 생각해본다. 즉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농민의 인간다운 삶, 농민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농지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이승만 정부의 첫 농지개혁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진행됐는데 그 첫 출발은 조봉암을 농림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였다. 당시의 농지개혁은 우리나라 절대다수 농민들의, 땅을 갖고 싶었던 그 농심이 들끓고 있었고 이에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압박 속에서 이뤄졌던 농지개혁이었다.

과정이야 어쨌든 농지개혁이 진행돼 자작농의 비중이 전체 농민의 88%에 이른 결과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고 경제발전도 이를 수 있었다. 저항이 있더라도 국가 전반적으로 봤을 때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제안하는 농지개혁의 구도는 이런 것이다. 불법 농지는 몰수하고, 비농업인의 합법적 농지는 공시지가로 매입하고, 농업인이 가지고 있는 농지는 시세로 매입하되 농업에 오래 종사한 농민들에게는 가중치를 부여해 더 비싸게 매입한다. 그리고 매입한 농지는 무상분배나 유상분배가 아니라 국가가 임대를 하자는 것이다. 농지를 팔았던 농민의 직계 비속은 선대가 농사지었던 기간만큼 무상임대를 보장하고, 그 다음 우선권은 농민에게, 그다음 우선권은 귀농을 원하는 청년 농민에게 준다.

이 복잡한 사업을 가능케 하고 농지문제를 푸는 첫 번째 공정은 현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다. 마을별로 농민들이 실태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게 하면 그 실태를 낱낱이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거짓말 잘하고 가장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계층이 있다면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인일 것이다. 반면, 국회의원 시절 알아본 바에 따르면 경제사범 비율이 농민만큼 낮은 직군이 없다. 농민들만큼 정직하고 믿을만한 계층이 없다. 위원회를 구성하면 가장 깨끗하고 완벽한 조사가 이뤄지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릴 것이다.

임차농의 설움, 부당수령의 해결을 넘어 민족의 100년을 내다보고 우리 민족의 식량주권, 식량 안보를 생각하며 농지개혁을 해야 한다. 현행 농지법의 부분적 수술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농업을 근본에서부터 살릴 수 있는, 청년 농민과 후계농민들이 돌아올 수 있는 유인효과가 있는 농지개혁을 해서 한국 농업을 살리자.



“직불금·농지 문제, 정부도 부단히 노력 중”
문석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

 

정부가 직불금을 지급하면서 부당수령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은 하고 있다. 현장점검과 부당수령 신고센터 운영 등 다각도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불금 부당수령이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농지법에 경자유전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업을 경영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농업경영에 이용한다 해놓고 실제론 타용도에 쓰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을 발췌해내기 위해 농지이용실태조사를 매년 꾸준히 하고 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17년에 농지를 소유한 지 3년 이내인 신규취득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고 그 결과 처분명령이 많이 나온 사례가 있다. 처분대상자에겐 처분의무기간과 함께 처분명령을 내리는데, 의무기간이 길다는 부분에 대해선 공감하고 개선을 검토 중이다. 올해는 부재지주들도 대상에 포함시키며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소유와 관련해 상속·이농 증가로 비농업인 농지 소유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김현권 의원도 우리에게 개선방안을 말씀하셨고 현재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임대차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12월에 임차농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제도를 만들고 있다.

농지전용에 대해, 농지는 농업진흥지역 지정으로 농업생산을 위한 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농지전용은 가급적 우량농지를 포함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전용부담금도 예전엔 체납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전납부제를 하면서 많이 줄어들었다. 부담금은 농지기금 수입으로 잡혀 미약하나마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사업으로 비축·매매·임차에 쓰고 있다.

참가자들의 말씀에 느끼는 바가 많다. 농지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농지 관리를 엄격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농지와 관련해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고, 앞으로 이런 토론회를 계기로 완전히는 힘들지라도 농지 개선을 잘 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부당수령,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책임”
전용중 경기 여주 농민

 

꼬이고 꼬였으며, 종기와도 같은 한국 농업의 문제다. 20년 전에 귀농했는데 그때도 노인이 많았다. 저 논, 저 밭이 내 땅이라면 그래도 먹고 살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마을 이장을 하고 있는데, 이 문제로 일일이 멱살 잡고 싸우다간 동네서 살수가 없는 지경이라 다들 알면서도 흘려보내며 농사짓는다.

남의 논은 어느 날 명의가 바뀌고 지주가 바뀌면 내 손에서 떠나가니 땅에 애정을 갖기가 참 어렵다. 우렁이를 넣고 열심히 친환경을 해도 지주가 바뀌면 끝나버릴 수 있는 게 임차농이다. 직불금을 지주에게 주고 소작료를 깎으면 좋은 지주 만났다 생각하는 동시에 부당수령의 공모자가 된다. 몇 년 전 쌀값 폭락 때문에 변동직불금이 엄청 나왔던 해에 이를 가지겠다는 지주랑 엄청 싸웠더니, 결국은 직불금은 받았지만 논은 뺏겼다. 이제 이 문제는 덤비고 싸우는 사람 개인의 문제가 돼 버렸다.

10년 전 김포의 조종대 농민이 부당수령을 고발한 이후 더욱 구조화 됐는데, 통장을 지주명의로 만들어 농약과 농자재를 거래하고 수매까지 한다. 소작인은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짜농민을 합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거기다 요즘은 태양광을 한다며 논 갈지 말라고 해서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다.

임차농 보호대책이란 건 따지고 보면 경자유전의 원칙과는 앞뒤가 맞지 않다. 원칙에 따르면 임차농은 사실 존재하지 않아야 하고, 소수의 특수한 경우여야 하는데 소수가 아니라 대부분이 돼 버렸다. 실태조사 등의 조치를 할 거라면 불법행위에 있어 지자체장과 면장 등 공공의 책임을 져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또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땅이 지역사회 내에서 돌고 돌지 않을까한다.

농사를 짓고 사는데 각자 양의 차이는 있지만, 하루에 8시간 일하며 자식 키우고 부모님 모시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임대로 한다면 그 면적은 어느 정도가 될 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부당수령을 없애는데 있어 자기 농지를 가지고 있는 농민 역시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농민 집단 내부적으로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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