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부당수령 고발대회] 현장사례
[직불금 부당수령 고발대회] 현장사례
  • 권순창·한우준 기자
  • 승인 2019.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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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기간만이라도 마음 놓고 농사짓고 싶다”
한연수(충북 단양 농민)
 

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서울에서 젊은 나이에 자동차 정비공장 공장장까지 했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어릴 적부터 해왔던 농사를 짓고자 내려왔다. 원래 집안에 농지가 좀 있었는데, 형제가 8남매쯤 되면 ‘폭탄’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형제 중 하나가 도장을 잘못 찍는 바람에 농지가 날아가서 농사를 지으려니 임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맘 좋은 지주가 20년 임차해 쓰라 해서 정말 산골 황무지에 포크레인으로 돌을 다 걸러내고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친환경농사 중 제일 힘든 게 사과농사다. 매번 수확은 안되고 돈은 쏟아부으니 주위에서 “미쳤다”, “취미로 농사짓는다”고 손가락질했다. 그런 따가운 시선들을 다 극복하고 몇 년이 지나 수확을 시작했다. 이제야 지갑에 돈이 들어와 자식들 용돈 좀 주고 아내에게 몇 년간 못 먹은 소고기도 사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농지를 뺏기게 됐다. 산골짜기 묵었던 땅을 잘 가꿔 놓으니 집을 짓고 살기에도 좋은 땅이 됐다. 3만원 해도 안샀던 땅인데 10만원이 되다 보니 지주가 땅을 팔아버린 것이다.

20년 임차계약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땅 판 사람은 쏙 빠지고 새 지주가 사과나무를 파서 나가라고 했다. 알아보니 나무를 안캐면 새 지주가 캐낸 뒤 나한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더라. 빚을 내서라도 캐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자꾸 싸움이 되니 농사 의욕도 없어지고 결국 8년만에 농사를 접었다. 하루아침에 밥줄이 끊어진 것이다. 완전 날벼락이다. 이후 남의 품을 팔러 돌아다녔다.

20년짜리 임차계약서를 썼음에도 허점이 있으니 토지주가 그걸 악용하고, 좋았던 사이가 원수지간이 됐다. 임차인이 마음 놓고 농사지으려면 임대차 계약에 면사무소나 시·군청 공무원이 관여해 임대기간 동안 효력을 보장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산소 깎아주고 제사 지내주는 조건으로 종중 땅을 빌려 들깨를 심었는데 이게 종중 땅이다 보니 임차계약서를 쓸 수가 없다. 계약서를 쓰려면 종중 회의록을 첨부해야 하는 등 절차가 아주 복잡하다. 계약서가 없으면 결국 유령땅이라 친환경농가의 경우 친환경 등록을 할 수가 없다.

농사짓는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 좋은 농산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농사 기간 동안, 10년 20년 계획 세운 기간 동안만이라도 임차농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지주 동의 없이도 직불금 신청할 수 있어야
김대호(제주 서귀포 농민)


 

일단 부당수령자에 대한 강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불법 농지에 대해 국가가 몰수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농지문제에 있어서 집중하고 싶은 건 임차농의 피해 문제다. 당장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농업경영체를 등록하는 것 자체가 지주의 허락이 없으면 안 된다. 경영체 등록에는 지주가 명시된 계약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는 ‘직불제 사업 지침’이라고 있는데 2018년의 지침을 보면 필요서류 중 타인의 농지를 점거하지 않았음을 증빙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타서류를 내게 하고 있다. 지주가 직불금 신청인의 경작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다. 위장 경작하는 지주들은 이를 내어줄 리가 없다.

이 부분을 실경작 사실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바꿔서 직불금이나 농업 지원사업의 자격근거로 삼았으면 한다. 무단경작 방지를 위해 지침을 내린다는 건 농민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지주 중심의 사고다. 농민들의 무단경작이 지금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무단경작은 설령 일어난다 해도 절도이기 때문에 다르게 처벌할 방법도 많다.

직불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발급해주는 경우도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 농약이나 농자재의 경우 경작자 본인이 아니면 판매하지 않게 한다던가. 농자재 구입내역을 제출할 때 그 내역을 세부적으로 검사하는 방법도 실경작 사실을 구분하는데 썼으면 한다.

또한 농지들 중에는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는 농지들이 꽤 있다. 거기에 바로 위장자경이 있고 불법소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농지를 기준으로 하는 모든 농업정책은 소유를 따질 문제가 아니고 실경작자에게 가야한다. 농지가 투기 이윤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제주에서 조사가 벌어진다고는 하지만 주로 휴경하거나 놀리고 있는 농지를 발견해서 적발한 것이지 신고에 의한 것은 몇 건 되지 않는다. 신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신고 포상금을 대폭 올리고 처벌도 강화하지 않고서야 불법자경을 하란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농지문제는 ‘농지’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문제다. 1948년도 북한에서 제정된 헌법, 사회주의 이전의 헌법이라 사적소유도 인정하고 있는 이 법 6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전 일본 국가와 일본인 지주 및 조선인 지주의 소유 토지는 몰수한다. 소작제도는 영원히 폐지한다. 토지는 자기의 노력으로 경작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다.’



“절차 문제 꼬여 직불금 신청도 못 해”
정학철(전남 화순 농민)

 

직불금 문제가 결국 농지 문제인지라 농지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 지역에서도 주변 지인 중 억울하다 호소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한 분은 땅을 빌려 오랫동안 논농사를 지어왔는데 작년에 지주가 돌아가셨다. 올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려 봤더니 자식들에게 이전이 안 돼 있어 자식들 전체에게 동의서를 받아와야 했다. 그런데 연락이 안 되는 자식이 두 명이나 있었고 도저히 동의서를 받을 수가 없어 결국 경영체 등록과 직불금을 포기해야 했다.

또 한 분 역시 오랫동안 임차해온 농지인데 문중(종중) 땅이다. 그런데 문중에서 개인명의로 보유하던 것을 법인을 만들어 소유를 변경했다. 직불금 신청을 하려니 절차가 까다로워진데다, 법인 소유 땅은 몇 ha 이상 돼야 농사로 인정하는 최소 규모가 있는데 거기도 미달하게 됐다. 결국 직불금을 받을 길이 없어졌다. 이런 억울한 사례들을 보면서 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또 소작을 금지한다고 하면서 지금 행태가 과연 소작과 다른지 의문이 든다.

문석호 과장께서 2017년에 3년 이내 취득 농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 했는데, 당시 지역 농정과 팀장을 만나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제대로 하면 농민들이 다친다”는게 대답이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일선에서 조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그 정도 자세를 갖고 일하는데 믿을 수가 있겠나. 조사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할 수 없다.



“농지 조사에 농민을 활용하자”
김정룡(전북 순창 농민)

 

농지운영실태 전수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한 줄도 몰랐다. 전수조사를 해보자는 주장도 했었는데 이미 하고 있다니 갑갑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전수조사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는데 행정한테만 맡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농지위원회라든가 농민·시민위원회, 이런 식으로 농민단체와 함께 공적인 단체를 만들어 진행하면 충분히 더 공신력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을 이장에게 확인서 도장을 받는데 농사를 안 지어도 찍어준다. 마을 내에선 찍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있다. 이런 부분도 농지위원회 같은 형식을 만들어 좀더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

마을 단위 농지위원회가 있다면 면단위 농지위원회도 있어야 한다. 면단위 농지위원회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의심이 가는 최근 몇 년간 취득한 농지, 상속받은 농지, 증여받은 농지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권한 만큼 책임과 처벌도 부여한다면 많은 부분이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

이는 직불제 문제와도 연관될 뿐만 아니라 지역의 농민수당 지급과도 연결된다. 이대로 갈 순 없다. 좀더 명확한 방안들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또, 농지법이 헌법을 넘어 과도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헌법으로써 이를 바로잡을 수 있지는 않을까. 소작이란 게 헌법엔 금지돼 있지만 임차농으로 변질돼서 존속하고 있다. 헌법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봤으면 좋겠다.



투기 노린 가짜농민 점점 늘어난다
양정석(경남 산청 농민)


 

우리가 경자유전의 원칙을 세워놓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이미 허물어져 아무 의미가 없다. 진주 같은 경우 농민들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시설하우스를 했던 농가들이 이전에는 시설하우스를 할 수 없었던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물론 기술의 발전도 한몫 했지만 대부분은 쓸 만한 농지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예전에는 절대농지와 진흥구역·비진흥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어 법으로 도시화를 막았지만 이제는 그 벽도 허물어져버렸다. 농민들이 우량한 농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

땅값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버렸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보니 소송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상속 받은 자제들이 건물을 짓고 싶어서 시설을 철거해달라고 한다. 연동하우스 같은 경우 시설비만 3~4억인데 이걸 철거하면 고철값 밖에 안 나온다.

최근 이 문제 때문에 두 건의 소송이 있었는데 다 졌다. 그 뒤로는 농민들이 아예 소송할 생각을 안 한다. 그러니 땅을 사서 재산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도시 인근에는 가짜농민들이 늘고 있다. 창원은 농민이 2만명인데 직불금 수령 수는 7,000명이다. 나머지 1만3,000명은 서류 상으론 300평도 안 되는 땅만 농사짓는 농민들인 것이다.

인근 지역에 농업후계자로 선정된 젊은 친구가 있었지만 결국 포기를 했다. 선정이 되고 나면 2년 안에 농지를 구해야 하는데 살만한 농지가 도저히 없다한다. 새로운 세대의 진입을 막는 장벽을 만들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한국농업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공무원들의 안일함을 탓할 수밖에 없다. 한국농업이 어렵다, 어렵다하면서 가장 근본이 되고 있는 농지문제는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보고만 있다. 특히나 이것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농림부는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 책임 소재는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것이 아닌 국가의 것으로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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