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경쟁 입찰, 친환경무상급식 취지마저 위협
저가 경쟁 입찰, 친환경무상급식 취지마저 위협
  • 홍기원 기자
  • 승인 2019.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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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업체 ‘가격 후려치기’에 인천지역 친환경쌀 생산기반 흔들려
수급 불안·유기농 전환 지장 초래 …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해야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인천지역 친환경쌀농가들이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의 부당한 가격 후려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도한 저가 경쟁 입찰에 친환경무상급식의 근본 취지마저 퇴색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2011년 11월 인천광역시 친환경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인천시가 관내 학교의 친환경무상급식에 필요한 급식경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올바른 식생활 형성을 돕고 지역 식량자급률과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조례가 시행된지 7년이 지난 지금 인천지역 친환경농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인천시 친환경인증농가는 2014년 643호에서 지난해 340호로 감소했다. 이들 상당수가 친환경쌀농가로 학교급식이 주된 판로다.

인천지역 친환경쌀농가는 강화도에서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 농가 수는 한때 400여호에 달했지만 지금은 260여호로 급감했다. 농가의 노령화에 따른 감소도 있지만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의 행태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화지역 친환경쌀 가격은 수확 이후 연내에 농가대표들과 급식업체 간 회의를 통해 정한다. 그 뒤 급식업체는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 등을 거쳐 각 학교의 급식입찰을 받게 된다. 문제는 급식업체들이 입찰을 받고자 농가대표들과 합의한 금액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발생한다. 급식업체들은 입찰을 받은 뒤 농가들에게 지급해야 할 잔금에서 그 차액을 깎기 일쑤다.

강화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 안병집 회장(왼쪽)과 이효승 부회장(오른쪽)이 학교급식에 친환경쌀이 공급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급식업체들의 과도한 저가 경쟁 입찰로 친환경쌀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화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 안병집 회장(왼쪽)과 이효승 부회장(오른쪽)이 학교급식에 친환경쌀이 공급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급식업체들의 과도한 저가 경쟁 입찰로 친환경쌀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집 강화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급식업체와 회의를 해서 10㎏당 3만1,000원(무농약 기준)으로 가격을 정해놓고 학교 입찰엔 2만8,000원대에 응한다. 80㎏ 1가마에 22~23만원하는 셈이다. 그 뒤엔 잔금에서 그 가격만큼 깎자고 한다”라며 “20년 전 친환경쌀 가격이 1가마에 24만원 이상이었다. 그런데 학교급식에 쌀을 공급하는 현재엔 되레 가격이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천시친환경농업협회와 aT 간 친환경쌀 수매 논의가 진행됐지만 공정거래법 저촉 소지가 있어 불발된 바 있다. 이에 친환경쌀농가들은 강화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강화군 통합 농협RPC)와의 계약재배를 통한 수매를 추진하고 있다. 안 회장은 “통합 RPC가 전량 수매한 뒤 급식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면 가격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지 않겠냐”라며 “현재 강화지역에서 친환경쌀을 연 4,500톤 가량 생산하는데 학교급식 수요보다 과잉인 면이 있어 감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천지역 각 학교들의 친환경급식 지원 현황을 보면 향후 친환경쌀 수요는 약간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인천지역은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을 차액지원 형태로 인천시 40%, 군·구 30%, 교육청 30% 비율로 보조하고 있다.

인천시 학교급식지원담당 관계자는 “올해 친환경급식 신청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 98%, 중학교 85%, 고등학교 6%다. 현재도 접수 중이라 고교는 10%는 넘을 것이다”라며 “고교는 1일 2회 급식을 공급해야 해서 신청이 저조한데 꾸준히 학교장과 영양사들에게 친환경급식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급식에서의 저가 경쟁 입찰은 무농약 농가들의 유기농 전환도 가로막고 있다. 강화군 송해면에서 무농약쌀 농사를 짓는 이효승 강화군친농연 부회장은 “20년 전부터 지역작목반 농가들과 함께 친환경농사를 시작했다. 무농약으로 시작해서 유기농으로 전환하려 했는데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쌀은 무농약쌀보다 가격이 높아 학교급식 공급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강화지역을 보면 무농약 농가가 유기농보다 훨씬 많다. 농가 입장에선 쌀이 빨리 나가야 불안하지 않으니 유기농 전환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친환경농업에서 무농약은 유기농으로 가는 과정인데 무농약에서 발이 묶였다”고 사정을 전했다.

결국 친환경무상급식의 근본 취지를 지키려면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이 시급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인천시교육청 학교급식팀 관계자는 “인천이 다른지역과 비교해도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이 늦은 편이다. 인천시와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올해는 시에서 관련한 용역도 추진하는 등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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