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자식같이 기른 작물을 폐기하는 농민들은 가격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국내 상황에 관계없이 지속되는 수입 물량을 꼽았다. 농민 대부분은 정확하게 알 순 없으나 수입 물량을 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산지폐기는 하지 않아도 될 거라 예측했다.
최근 산지폐기가 진행 중인 배추의 경우 지난해 83톤이 수입됐으며, 이는 2017년 287.8톤에 비해 약 71% 감소한 수치다. 이에 배추만을 놓고 따지자면 수입량이 국내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줄 수준인 지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배추를 주재료로 가공한 김치 수입량을 포함시킬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약 29만742톤으로 2017년 27만5,631톤 대비 약 5% 증가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서 기상 호조로 인한 단수 및 생산량 증가를 이미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김치 수입량은 평년 월평균 수준인 2만여톤을 훌쩍 뛰어넘어 2만8,335톤을 기록했다. 그에 반해 가을·월동배추 주산지인 해남에선 수급조절을 위해 지난 1월 1만1,136톤의 배추를 폐기했다.
또한 지난해 재배면적 증가로 생산·입고량이 급증해 저장양파는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한데다, 오는 3월 조생양파 출하까지 앞두고 있어 산지폐기가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수입의 경우 내수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모양새다.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양파 상품 kg당 평균 도매가격은 670원으로 전년 1,145원에 비해 41%p 감소했다. 하지만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기준 양파 수입가격은 kg당 740원을 기록했으며, 냉동양파는 752원으로 전년대비 4.4%p 증가했다. 국내 도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금액의 양파가 수입돼 시장에 유통·판매된 것이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 농민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수입 물량을 조절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