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이슈] 말 많던 PLS, 전면 시행 코앞에도 여전한 입장차

농식품부 “준비 문제없어 예정대로 시행할 것”
제주 금귤 재배 농민 “피해 현실화됐다” 주장
교육 등 ‘계도’ 중심 이행보다 대책 마련 절실

  • 입력 2018.12.2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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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7월 제주도농어업인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PLS 시행,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한 농민이 PLS 시행 연기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7월 제주도농어업인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PLS 시행,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한 농민이 PLS 시행 연기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약 일주일 뒤 전면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농식품부)는 제도 시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예정대로 모든 농작물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일부에선 벌써 제도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고 나서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는 하나 PLS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 건 올해부터다. 더욱이 민·관간 끝없는 논의에도 제도 유예를 전혀 염두하고 있지 않은 정부에게 농민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우이독경에 불과했다. 애당초 농민들은 국내 농업현실과 동떨어진 PLS 시행으로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제도 추진을 강력히 규탄해왔다. 농민들은 PLS 확대 적용에 앞서 △사용 가능한 농약의 부족 △장기 재배·저장 농산물의 적용시기 문제 △토양 장기잔류 및 비산 등 비의도적 혼입 문제 등을 지적하며 유예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농약 직권등록 확대 △잠정잔류허용기준 설정 △소면적 작물용 그룹기준 확대 △항공방제 등 농약 사용 매뉴얼 보완 △고령농 대상 홍보·교육 확대 등을 추진하며 PLS를 준비해왔다. 농촌진흥청은 연말까지 1,670개 농약의 직권 등록을 목표로 내세웠으며 드론 살포 등 비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격거리 제한 등 교육도 추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토양에 장기 잔류하는 DDT, BHC, 엔도설판 등의 허용기준을 설정하고 그룹잔류허용기준과 잠정잔류허용기준 등을 제정·고시하며 사실상 준비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부처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금귤을 재배하는 농민 대다수는 벌써부터 피해를 토로하고 있다. 이미 수확이 대부분 끝난 노지감귤과 달리 금귤은 여름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이듬해 2~3월 수확하기 때문에 내년 시행되는 PLS를 적용받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표선면의 한 농민은 “PLS 시행을 앞두고 금귤에 등록된 농약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관행 농가 대부분이 원래 사용하던 농약 대신 친환경약제를 이용해 병해충을 방제했다”며 “약제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농가 상당수에서 흑점병이 발생해 피해를 입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금귤의 경우 등록된 농약이 없긴 하나 지난 11월 감귤류에 적용되는 잔류허용기준을 잠정 적용하도록 식약처가 고시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피해는 사실상 PLS와 관련이 없고, 농가의 잘못된 농약 사용으로 발생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름철 습윤한 환경에서 주로 발생하는 흑점병은 작물 표면에 검은 반점을 남긴다. 이는 병균이 침입했던 흔적으로 볼 수 있는데 섭취엔 문제가 없으나 외관상 품질이 떨어져 좋은 가격을 받기 힘들다. 앞선 금귤 재배 농민에 의하면 이미 포전거래가 진행 중인 제주도에선 평년 10kg당 2만원에 판매되던 금귤이 50% 하락한 1만원선으로 계약되고 있다. 기존 대비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민들은 “농진청 등에서 내년 2월까지 금귤 농약을 등록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이번 사태로 발생한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주도청 친환경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PLS 교육과 홍보를 병행하며 등록되지 않은 농약의 판매·사용에 대한 농약상 및 농가의 우려가 컸다. 금귤에 사용토록 등록된 게 없어 지역 농협에선 금귤 농가에 농약을 판매하지 않았거니와 농가에 별도로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며 “어찌됐건 제도 시행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어 서귀포시와 농업기술센터 등 공동으로 피해를 조사 중이며 이후 생산자 단체 및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은 최근 언급되는 PLS의 ‘계도’ 중심 이행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계도를 제도 유예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김 차관은 이에 “교육과 홍보, 컨설팅 중심의 이행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형사처벌 가능성은 배제하며 출하정지 및 폐기 등의 조치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과태료는 면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 해 동안 노력해 키운 농작물은 농민의 1년 수입을 결정짓는 요소다. 때문에 이번 금귤 사례를 예시로 PLS 도입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대책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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