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 2018 농민들

  • 입력 2018.12.23 18:00
  • 수정 2018.12.23 20:20
  • 기자명 심증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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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농정공백’. 2018년 우리 농업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한승호 기자
2018년은 장기간의 농정공백과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무관심에 실망과 좌절, 분노로 점철된 해였다. 한승호 기자

‘장기간 농정공백’. 2018년 우리 농업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2017년 5월 9일 촛불항쟁의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 취임한다. 그리고 2개월 만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김영록 전 의원이 취임했다.

김 장관은 취임 한 달 후 농정개혁 의지로 농식품부 산하에 농정개혁위원회(농개위)를 설치한다. 그러나 농개위는 위원 선임에서부터 농정개혁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구색 맞추기 위원선임에 불과했고 농개위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김 장관이 중도 사퇴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김 장관은 취임 8개월 만에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3월 14일 사퇴했다. 이때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그리고 선임행정관 역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직을 버렸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그리고 행정부의 농정 컨트롤타워가 일시에 붕괴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장관이 임명되기까지 5개월이라는 사상초유 장기간의 농정공백이 이어졌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은 출발도 하지 못하고 좌절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5개월의 농정공백 끝에 취임한 이개호 장관 역시 차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임기가 1년 5개월로 사실상 정해져있기에 과연 미뤄진 농정개혁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러한 농정공백 속에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봄철 마늘·양파 재배면적 예측 실패, 여름철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가격 폭등과 폭락이 반복됐다. 이로 인한 고통은 모두 농민들이 감당해야 했다.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며 품었던 농정적폐 청산과 농정개혁에 대한 기대는 시나브로 사라져 갔다. 결국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농민들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를 거둬들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쌀 목표가격 투쟁에서 가시화 됐으며,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역시 농정에 대한 무관심이 일조했다.

지금 농민들에게 문 대통령의 지지를 묻는다면 전국적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더 낮게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 만큼 농민들 실망은 커져가고 있다.

중앙정부의 농정개혁 좌절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으로 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들은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에게 ‘농민수당’ 도입을 공약할 것을 촉구했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거 전에 ‘농민수당’ 지급을 선언하기도 했다. ‘농민수당’은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됐다. 선거 이후 ‘농민수당’ 신설을 검토하거나 신설하는 지자체들이 속속 늘어가고 있다. 이는 2018 농민들의 가장 큰 성과다.

한편 10월 30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자문위원회 농정개혁TF에서 직불제 중심의 농정개혁을 발표했다. 한계는 있지만 이제라도 직불제 개편을 통해 농정개혁의 불씨를 살리는 의미가 있다할 것이다.

직불제 개편은 향후 다양한 논의를 통해 농정의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아울러 지난 9일「농어민·농어업특별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늦었지만 범정부적 농정개혁 기구가 만들어지게 된 것도 의미 있는 결과라 할 것이다.

장기간의 농정공백과 더불어 표류 그리고 무관심에 실망과 좌절로 점철된 2018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거두듯 농정개혁에 대한 염원을 포기하지 않은 채 논밭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농사를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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