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축제, 도농이 함께 쉬어가자

  • 입력 2018.11.10 10:20
  • 수정 2018.11.12 08:58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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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삽화 박홍규 화백]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는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도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칠석 등 거의 매달 민속명절이 있었다. 이 날엔 마을 사람들이 힘든 농사일을 잠시 제쳐두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놀이를 즐기거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현재는 정월대보름, 단오 등 일부 민속명절만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민속명절이 사라진 대신 농촌지역에는 ‘축제’라는 것이 생겼다. 농촌지역에서 축제는 지역특산물 소비 촉진을 통한 농민들의 소득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자리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계획된 지역축제의 수는 886개다(2일 이상 지역주민·지역단체·지방정부 개최 기준). 이 중 특별시와 광역시 등 도시로 분류되는 지역을 제외하면 9개 도에서 627개의 축제가 계획됐다. 이 중에는 농산물 축제도 있고 농촌마을체험이나 역사문화 탐방 성격의 축제도 있지만 대부분 특산물의 수확기나 제철에 맞춰 축제가 열린다.

지자체의 홍보가 부실했다거나 축제 프로그램의 질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농촌축제는 고요하던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 제값을 받기도 어려운 농산물의 판로까지 걱정해야 했던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줬다는 점에서, 도시민들에게는 힐링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농촌축제를 유지·발전시킬 명분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민·지역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축제에서 만난 농민과 소비자들은 대부분 축제에 흥미를 더할 요소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며칠 전 대봉감축제를 치른 이덕환 하동군농민회 악양면지회장은 “모든 농산물이 그렇지만 대봉감도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축제를 해도 흥미를 갖지 못하는 농민들이 많다. 수확철이라 바쁜 것도 문제”라면서 “지역축제에는 외지인들이 많이 오는 것이 중요한데 매년 발전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니 걱정이다.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천인삼축제에서 만난 한 이천시민은 “이웃들과 같이 왔는데 인삼낚시도 하고 인삼도 사고 재밌다. 그런데 예전엔 각설이 공연을 보는 게 재미였는데 이번엔 못 봐서 아쉽다”고 말했다.

신애숙 진안군마을축제조직위원장도 “축제에 문화적 혜택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전북엔 도에서 소개한 예술단이 무료로 공연하는데 읍사무소에 신청하면 축제에 와서 민요도 하고 마술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이런 사업들이 축제와 결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농촌축제는 갈수록 더 질 좋은 농작물을 더 많이 생산해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농민들에게 쉼표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정운채 슬로시티악양주민협의회 위원은 “농경시대의 민속명절에 그랬듯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야 한다. 농촌에 다시 살아가는 재미를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 그제야 비로소 농촌축제의 주체가 농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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