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사육제한 조례 강화 …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딨나”

철원군 「가축사육에 관한 조례」, 과도한 규제에 축산농가 항의 빗발

1km였던 분뇨처리시설 거리제한 개정안, 주민 항의에 1.5km로 변경

“축산농가·주민 합의안 제출했는데 군청 입맛대로 수정안 입법예고”

  • 입력 2018.09.15 21:47
  • 수정 2018.09.16 11:49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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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강원도 철원군이 지난 7월 축산 규제 성격의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축산업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개정안은 축산단체의 반발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축산농가와 주민 간 합의가 무색할 정도의 수정된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지역 축산농가들은 또 다시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철원군의 조례 개정안에서 축산농가의 우려가 특히 많았던 부분은 △기존축사를 철거하고 기허가 또는 신고 된 면적 내에서 개축·재축하거나 대수선을 허용하는 항목 삭제 △주거밀집지역 내 주택의 외벽으로부터 재활용시설까지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로 1,000m 이내에 가축분뇨 재활용시설 설치 제한 △가축사육 제한지역 외에서의 사육시설 제한이다.

해당 개정안의 입법이 예고된 당시 대한한돈협회는 법률 자문을 받아 ‘농가의 개축·재축·대수선을 막는 것과 가축분뇨 재활용(처리)시설을 제한하는 것은 법의 위임한계를 초과한 조치’라는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환경부가 사육제한조례에 가축분뇨 처리시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했던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가축사육제한 지역 외에서의 사육을 제한하는 조치는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제5조에 규정되지 않은 지역을 제한한 것이라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양돈을 하는 C농가는 “철원군에 있는 돈사가 다 입식을 하면 최대 20만두 규모다. 하루 분뇨 배출량이 마리당 5.3kg이라는데 20만두를 기준으로 하면 돼지 분뇨만 1,000톤이 배출되는 것”이라며 “현재 철원군에서 처리할 수 있는 분뇨는 공공처리장과 한돈협회의 자체 사업까지 합쳐봐야 150톤 남짓이다. 그런데 재활용처리시설 설치를 제한하면 냄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나”라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축사에서 나는 냄새가 문제라면 노후한 축사의 시설을 개선해야하는데 축사의 재축·개축·대수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민들도 수긍했다”면서 “지금껏 사육제한을 하면서도 외지인의 대규모 축사를 막지 못한 행정이 축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애꿎은 생계형 농가들만 잡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한 한우농장 모습. 최근 철원군에서는「가축사육에 관한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축산단체는 개정안의 내용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한 한우농장 모습. 최근 철원군에서는「가축사육에 관한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축산단체는 개정안의 내용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례 개정안에 대한 축산단체의 반발이 심화되자 철원군의회는 축산단체와 주민 간 합의안을 도출하라고 했다고 한다. B농가는 “부군수 주재로 친환경 축산으로 전환하고 축사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축·개축·대수선이 가능해야한다는 의견에 주민들이 동의해 해당 항목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또 한·육우와 젖소의 제한거리는 400m로 하기로 하는 등 합의안을 만들어 의회에 회람까지 시켰다”며 “그런데 얼마 뒤 군이 조례 개정안을 수정했다며 다시 입법예고를 했다. 주민과 축산단체가 합의한 것을 더 규제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철원군이 두 번째 입법예고한 조례 개정안은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1,500m 이내에 가축분뇨 재활용시설 설치 제한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한·육우와 젖소의 제한거리 1,500m로 변경 △환경개선과 악취 저감을 위한 개축·재축 가능(단, 악취 민원 1년 이상 지속·악취방지법 배출허용기준 1년에 2회 이상 초과시 재축 불가) △가축사육제한구역 외 구역에서 가축사육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 구성·운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낙농을 하는 A농가는 “갑자기 대수선이 빠진 개축·재축의 항목에는 대수선을 포함해야 하고 악취와 관련된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재축을 할 수 없다는 단서는 기준이 모호하고 고의적인 민원 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며 “사육제한구역 외의 구역에서 가축사육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겠다는 것은 행정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C농가도 “한·육우와 젖소의 제한거리가 갑자기 1,500m로 늘었고, 재활용시설의 제한거리도 기존 개정안 1,000m였던 것이 1,500m로 강화됐다. 군이 처음 제안했던 것을 스스로 뒤엎고 더욱 강화한 것”이라며 “거리를 제한하는데 기준도 없고 근거도 없다. 민원에 따라 행정 입맛에 따라 주먹구구식이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하고 푸념했다.

철원군 축산단체는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수렴이 오는 18일로 예정된 만큼 최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한편 과도한 축산 규제를 막기 위해 부군수와의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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