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순환 실현, 농업에서 실마리 찾아라

퇴·액비 공급 활성화 목소리 높지만 현장은 지지부진
내년 관련예산 10% 남짓 감축 … 종합대책 마련도 연기
축분 비료 이용 농가에 공익적 직불금 지급도 고려해야

  • 입력 2018.09.09 07:58
  • 수정 2018.09.09 12: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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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축분 퇴·액비를 통한 경축순환구조를 만드는 작업은 우리 농업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이 맞물리며 실제 시행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축분 퇴·액비의 최종 소비자라 할 수 있는 농업이 쥐고 있다는 진단이다.

2016년 기준 국내 가축분뇨 발생량은 연간 4,699만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0년 대비 45만여톤 가량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퇴비는 3,722만톤에서 3,742만톤으로 정체되는 추세지만 액비생산은 2010년 307만톤에서 516만톤으로 늘어나 축분 자원화 활용은 점차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아직도 발생한 가축분뇨의 70% 남짓을 농가가 개별적으로 처리해 축분 자원화에 불안한 여지를 두고 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신설된 퇴·액비 기준에 따라 오는 2020년 3월 25일부터 퇴비에 새로운 부숙도 기준이 마련된다. 현재 농가의 개별처리 수준으로는 이 부숙도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를 지역농민들이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경축순환농업도 실현될 수 있다. 사진은 충남 논산시 채운면 논산계룡축협 자원순환농업센터 내 퇴비화동 전경. 한승호 기자
지역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를 지역농민들이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경축순환농업도 실현될 수 있다. 사진은 충남 논산시 채운면 논산계룡축협 자원순환농업센터 내 퇴비화동 전경. 한승호 기자

축산을 둘러싼 여건 역시 달라지고 있다. 구제역, 고병원성 AI 발생에 대비한 차단방역이 강화되며 겨울철엔 축분 수거가 점차 차질을 빚고 있다. 지역에 축분자원화시설을 확충하려 해도 시설이 들어설 인근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벅찬 실정이다. 액비는 살포가 집중되는 봄·가을철에 강우일수와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지역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여건을 극복하고 퇴·액비 공급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라 할 수 있는 농민들의 신뢰확보가 관건이다. 축산농가에서 항생제나 살충제를 오·남용한다면 이를 원료로 한 퇴·액비가 유기질비료로 인정받기는 힘들다. 지역 내 축분자원화센터와 축산농가간 이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는 게 문제해결의 첫단추인 이유다.

농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퇴·액비 품질이 확보되면 그 뒤엔 축분 퇴·액비 유통에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농·축협이 운영하는 축분자원화시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이 혼탁하게 추진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대체로 마을 이장이 마을내 신청을 한데 수렴해서 유기질비료를 선택하는데 일부업체들이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지급하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정에도 정부의 축분 자원화 대책 추진은 지지부진해 농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 내년도 예산 책정에선 자연순환농업활성화 사업, 액비살포 지원 등 관련 예산이 되레 10% 남짓 삭감되며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즈음 마련할 계획이었던 축산환경개선 종합대책도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축분 자원화를 통한 자연순환농업 활성화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박홍식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축분 자원화 관련예산의 집행율이 부진해 예산책정에 패널티를 받게 됐다”라며 “축분자원화시설이 님비시설이다보니 예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불용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축산환경 관련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산을 많이 책정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해명하면서 “예산을 실제로 효율적으로 집행하는데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산환경개선 종합대책도 마무리단계로 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를 한 뒤 발표할 것이다. 종합대책이 나오면 관련예산 추가 확보에 더 노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지역농민들이 지역에서 발생한 축분 등 유기물로 생산한 퇴·액비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김완주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소장은 “축분 퇴·액비를 이용하는 농민들에게 일정 보조를 지급하면 자동적으로 축분 퇴·액비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라며 “과거 논산시에서 비슷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공정거래 위반이란 이유로 폐지됐다. 지역에서 발생한 폐유기자원을 지역에 환원하는 게 공정거래 위반이면 로컬푸드사업도 공정거래 위반인가”라고 아쉬워했다.

한 농업 전문가는 “경축순환농업은 농업생산의 근본틀을 바꾸는 것이다. 농업은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축산은 가축분뇨 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역사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축분 퇴·액비를 공급받는 농가에 공익적 직불금을 지급하면 경축순환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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