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스마트팜, 비용은 어쩌고 판매는 어쩌려나

  • 입력 2018.09.02 10:27
  • 수정 2018.09.14 16:27
  • 기자명 한우준·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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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권순창 기자]

스마트팜을 현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민들은 현실적으로 기반도 경험도 없는 청년농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스마트팜 밸리’에서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은 청년이 스마트팜 농장을 차린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감당해야할 진입비용,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현장에 물었다.
 

경남 함안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조근제씨(오른쪽)가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재배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남 함안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조근제씨(오른쪽)가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재배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우준 기자

 

수십억 부담 안고 농사 시작

아무런 기반이 없는 청년농이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그 비용은 얼마나 될까. 경남 함안에서 1.4ha(약 4,500평) 규모로 파프리카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조근제씨는 스마트팜의 초기 진입비용에 대해 묻자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더 좋은 아이템이 얼마나 많은데 그 정도의 돈이 있으면 굳이 왜 농사를 지으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우선 토지 마련부터가 만만치 않다. 조씨는 “토지를 임대할 경우 임대료 상승이나 계약 중단 요구 등 지주와의 마찰이 생길 여지가 많은데 스마트팜은 시설 투자비용이 너무 높아 임차 농사를 짓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땅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조씨가 농사짓는 함안군 가야읍을 기준으로 도로 인접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없는 농지는 최소 평당 15만원 수준이다. 1,000평을 짓는다 해도 하우스 면적에만 1억5,000만원이 소요된다.

게다가 투자한 금액의 회수를 위해선 비용에 겁이 난다고 해서 무작정 하우스를 작게 지을 수도 없는 구조다. 조씨는 “스마트팜은 연동 하우스로 운영되고 환경제어 설비에 드는 비용은 일정 수준의 면적까지는 크게 차이가 없다”며 “운용해보며 순수익을 따져본 결과 크기가 3,000평 상 돼야 투자 대비 효율이 좋아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닐 온실이냐 유리온실이냐에 따라, 또 천장의 개폐형식에 따라 설치비용이 다른데, 취재에 응한 농민들은 모두 비닐 온실로 시공했을 때 평균 평당 40만~50만원이 소요됐다고 답했다. 즉 신규로 스마트팜 농업에 뛰어들 경우 2,000평 규모를 기준으로 초기 진입에만 최소 13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작한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 사업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듯 꽤나 파격적인 구성이다. 만 40세 이하에 농업 관련 학교를 졸업했거나 국가 인증 스마트팜 창업보육을 받은 경우 1인당 최대 30억원에 이르는 돈을 1%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시설비가 10억원 이하일 경우 자부담 비율 없이 100% 대출만으로 농장을 꾸릴 수 있게 해뒀다.

조씨는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파프리카는 잘해야 평당 4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2,000평에서 연간 수입은 8,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농장주 부부 2명의 인건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계산하고 매년 농사가 잘된다고 가정해도 그 빚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한번 계산해 보라”고 권했다.
 

경남 김해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주현철씨가 스마트팜 양액재배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주현철씨가 스마트팜 양액재배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한우준 기자

 

판로는 이미 포화 상태

부채를 조금씩이나마 갚아 나가는 것도 어디까지나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의 얘기다. 문제는 시설원예 농가들의 소득 자체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데 있다. 개방농정 하에 농산물 값이 연쇄폭락하자 농민들은 시설원예라는 하나의 출구로 몰려들었고, 이제는 그마저도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에 처한 것이다.

스마트팜은 시설원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경남 김해에서 토마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주현철씨는 “과거 토경으로 토마토를 재배할 때 내 꿈이 평당 50kg 생산이었는데 지금은 보통 평당 110kg이 나온다. 온습도 등 수치를 빤히 들여다보고 지으니 아무래도 일반 수경재배와 비교해도 생산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로가 받쳐주지 않는 이상 늘어나는 생산량이 딱히 달갑지는 않다. 이웃 농가 정지호씨는 “스마트팜이 확실히 운영하기 편하긴 한데 시작한지 3년 내내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다. 5kg당 1만5,000원은 받아야 유지가 가능한데 가격이 몇천원 나올 때도 많다”며 푸념했다.
 

주현철씨가 농장 디지털 제어 시스템을 다루고 있다.
주현철씨가 농장 디지털 제어 시스템을 다루고 있다. 한우준 기자

파프리카·토마토 등 스마트팜 대상품목들은 우리 농산물로서는 드물게 수출 실적이 좋은 품목들이다. 그러나 파프리카 수출의 99.8%, 토마토 수출의 97.6%를 일본에 의존할 만큼 시장이 한정돼 있고 불안정하다.

주현철씨도 한동안 수출 전문업체에 납품한 적이 있지만, 실제 수출하는 물량은 출하량의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내수에 풀리는 식이었다. 나갈 수 있는 물량 자체에도 한계가 있거니와, 애당초 수출 규격에 꼭 들어맞지 않는 상품들은 국내에서 유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량 90% 수출’ 목표를 내건 우일팜(동부팜화옹 유리온실 인수업체) 생산물량의 70%가 내수로 풀리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주씨는 “3년 전까지 수출을 좀 하다가 이제 대규모 업체들에게 (파이를) 뺏겨버렸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수출을 우선한다고 하는데, 다시 그 업체들 것을 빼앗아가는 것일 뿐 전체 수출규모가 느는 게 아니다”라며 급격히 늘어날 내수 물량을 걱정했다.

그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하려면 시설원예 농가들에게 설득력 있는 판로를 제시해 주는 게 우선이다. 3년째 가격 형성이 안돼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고, 한 작목이 망하니 도미노처럼 다 무너진다.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청년들은 더욱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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