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초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농식품부)는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가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지역으로 결정됐다고 알렸다. 농식품부는 이 사업의 목적으로 청년농 육성과 창업 거점 확보, 농업기술 혁신을 내세웠다. 김제에 조성될 혁신밸리 조성방안을 보면 창업보육센터와 임대형 스마트팜에 대부분의 면적을 할애, 만 18세~39세의 청년들에게 임대료를 받고 최장 5년까지 농사짓게 한다는 계획이다.
최첨단 스마트 온실에서 5년 동안 임대로 농사를 지은 청년이 그 뒤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는 노지나 단동 비닐하우스에서 고생하지 않기 위해 스마트팜 밸리에 들어갔을 터다. 임대농 생활이 끝난 뒤에도 ‘스마트한’ 농사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는 당연히 스마트팜에서 계속 농사를 짓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법하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현장에서 이미 스마트팜으로 농사를 짓는 선배 농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진입장벽의 높이는 ‘아무런 기반도 없는 사람이 기웃거릴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짧은 임대농 생활이 끝난 뒤 자력으로 억대의 초기비용을 갖춰 스마트한 농민이 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스마트팜 밸리 사업은 ‘청년농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됐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청년들이 자신의 농장을 갖게 하려면 결국 보조사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우리 농정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했을 때). 일단 스마트팜이 널리 확산되는 것만으로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다면 보조사업의 폐해는 무시하고서라도 충분히 응원해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농들이 거대한 빚까지 안고 시작할 그 농사가 잘 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현 사업 계획 속 온실 재배 면적은 상주 19.4ha, 김제 10.7ha로, 이것만으로도 이미 지난 2013년 동부팜한농이 화성 화옹간척지에 조성했다 농업법인에 매각한 유리온실의 두 배 규모다. 올 하반기에 2개소가 추가 선정되면 또 다시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화성의 대형온실에서는 결국 토마토가 생산되고 있고, 현재 생산량의 절반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막대한 면적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국내시장 유입이 불 보듯 뻔한데, 시설원예 농가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상황에 신음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공급을 늘리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이미 수없이 많은 경험과 사례를 통해 드러나 있다. 설령 이 사업을 통해 스마트팜 분야의 기술혁신에 성공하더라도 절대 성공한 농정이라 부를 수 없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입될 청년농들 역시 고질적인 농가부채와 농산물 값에 똑같이, 혹은 더 깊이 시달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