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시행 코앞인데, 꼬리 물고 이어지는 논란

태부족한 등록농약, 중앙·지방 소통부재와 비의도적 혼입까지

  • 입력 2018.07.15 09:01
  • 수정 2018.07.16 01: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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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현해남 제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PLS 시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현해남 제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PLS 시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오는 2019년 모든 농작물에 대한 PLS 적용을 앞두고 가장 심각한 우려는 부족한 등록농약과 잔류허용기준이다.

예를 들어 당근의 경우 등록농약이 19개에 불과한데 제주도는 전국 생산량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사용해 당근을 재배하고, 잔류농약검사 결과 부적합을 받게 되면 농가는 물론 전체 채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또 지난 5월 실태조사 결과 제주도내 47개 작목에 사용하는 농약 1,700개가 미등록 상태라는 게 밝혀졌다. 이와 관련 이우철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대로라면 제도 시행으로 문제가 나타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했으며, 고광덕 제주당근생산자협의회 사무국장은 “등록 안 된 농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콜라비는 살충제 한 품목 정도만 등록돼 있을뿐더러 메밀이나 방울다다기양배추 등은 등록된 농약 자체가 없다. 농민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제도 도입 강행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규석 농진청 연구정책국장은 금년도에 추진 중인 농약 직권시험으로 △당근 65개 △무 150개 △메밀 3개 △방울다다기양배추 18개 △브로콜리 145개 등이 추가 등록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기준 등록농약은 1,223개며 농진청은 지난해 26억원이던 사업예산을 올해 127억원으로 대폭 늘려 내년 4월까지 1,670개의 농약을 직권 등록할 예정이다.

비의도적인 혼입, 대책은?

밭작물의 경우 연간 한 작물만 재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작물 재배 시 살포한 농약이 토양에 잔류할 경우 후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광덕 제주당근생산자협의회 사무국장은 “다품목을 재배하는 제주 환경 특성상 교차재배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러한 부분도 농약 직권등록이나 그룹별 등록 등에 반영되고 있는 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황규석 농진청 연구정책국장은 “현재 잔류가 없어지는 반감기 180일 미만의 농약만 유통하도록 돼 있으나 재배 작기가 180일이 안 되는 작물도 있어 후작물 브로콜리·순무 등 21개에 대해 추가 사용이 가능하게 직권 등록 중이며 비의도적인 토양 잔류오염도 긴급 연구과제로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최근에는 농업용 드론을 활용한 농약 살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고동환 애월농협 영농자재팀장은 “드론 등 항공방제의 경우 빗나가거나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고 나중에 잔류농약으로 검출될 경우 이웃 간 다툼 발생의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황규석 연구정책국장은 “농약 비산 문제는 산림청 항공방제로 처음 제기됐다. 최근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비산 관련 연구 결과는 오는 10월경 나올 예정이며 정부도 이 문제를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상배 식약처 식품기준기획국장은 “비산은 해결하기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직접 뿌리는 게 아닌 만큼 이웃 간 사전에 논의하고 약속을 준수하는 등 노력하면 된다”며 “현재 비산 문제는 뚜렷한 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토양에서 주로 검출되는 DDT와 엔도설판 등 4종류의 농약은 기준을 유보하거나 새 기준을 수립하는 등 피해가 없도록 정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앙·지방 간 소통 부재 ‘심각’

PLS 준비 과정 중 중앙과 지방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대두됐다.

이우철 제주특별자치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식약처와 농식품부, 농진청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지방에 정확히 알려주는 게 없다. 월동채소 파종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농약 직권 등록을 추진 중인 작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농가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알려드릴 수 없는 입장이 참 난감하다”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연구·시험 중인 부분에 대한 리스트를 공유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방에서 필요로 하는 농약은 무엇인지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통을 통해 농가에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제도 정착을 위해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정욱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국장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농약을 세 차례에 걸쳐 수요조사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직권 등록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관련된 리스트를 농진청에서 이미 제공한 걸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 더 살펴본 후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현장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담당 국·과장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을 앞두고 농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지난 9일 제주도농어업인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PLS 시행,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300여석의 자리를 가득 메운 농민들과 농업계 인사들이 김장억 경북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주의깊게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을 앞두고 농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지난 9일 제주도농어업인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PLS 시행,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300여석의 자리를 가득 메운 농민들과 농업계 인사들이 김장억 경북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주의깊게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내년 출하 월동작물, 유예되나

특히 밭작물을 2모작 형태로 재배하는 제주도는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출하될 월동작물 파종을 앞두고 있어 농민들의 근심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은 “앞서 당근은 올해까지 농약 65개를 등록할 예정이라던데 현장에선 이미 파종을 준비 중이고 8월부턴 월동무도 파종한다. 금년 언제까지 어떤 작물에 농약이 얼마나 등록될지 모르겠으나, 파종 시점을 기준으로 농약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제주산 월동채소 전부를 폐기해야 될 우려가 있다”며 제도 유예를 주장했다.

이에 김정욱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국장은 “걱정하시는 점 충분히 이해한다. 당장 내일 파종해야 되는데 기존 농약을 사용해도 되는지 불분명하고 이미 파종했거나 파종을 앞둔 월동작물에 어떤 농약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드릴 수 있게 최대한 신속히 관계부처와 협의해 목록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위성곤 의원은 “이미 파종하고 재배중인 상황에서 목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잔류허용기준 설정도 마찬가지로 파종시기와 행정예고 앞뒤를 따질 게 아니라 올해 파종해서 내년 수확하는 작물은 제도를 적용 유예하는 게 맞겠다”라며 “적용할 기준도 못 만든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제도 이행을 강요하고 행정예고에 따라 향후 정책을 결정해나가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제도 시행으로 전체 농작물의 20%가 부적합으로 폐기되고 그로 인해 시장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경우 수입으로 대체되는 수순인데, 이건 정책 실효성이 너무 떨어지는 거다. 부처에서 제도 유예를 검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박종서 농민의길 집행위원장도 “준비가 덜 됐고 정부 당국도 이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농가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제도를 유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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